"그런 미친..." MB와 한국당에 직격탄 날린 독일 교수

[유럽 강 전문가 인터뷰①] 독일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 "4대강 사업은 문명이란 이름의 범죄"

등록 2019.07.07 20:10수정 2019.07.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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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자연성 회복 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필자는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환경운동연합, <부산일보> 기자와 함께 유럽 강 복원 경험을 통해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의 바람직한 방향을 살피고자 지난 5월 말과 6월 초,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강 전문가를 만났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 기자주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홍수 및 하천 복원 분야 국제적 전문가인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을 두 차례 방문하며 4대강사업 문제점에 대한 강하게 비판했다. ⓒ 이철재

 
"믿을 수 없어!(unbelievable!)"

우리 나이로 여든에 이른 백발의 노교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독일 카를스루에 공대 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Hans Helmut Bernhart) 교수는 한국 4대강에서 창궐한 녹조를 바이오에너지, 화장품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있다는 것에 황당해 했다. "그런 미친 아이디어를(such crazy idea)"이라며 짧은 탄식도 내뱉었다.

4대강 녹조 활용은 학계 대표적 4대강 전도사인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의 주장이다. 박 교수의 주장에 대해서는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 정부 청와대에서도 "사람들이 웃는다"며 무시했을 정도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홍수 분야와 하천 복원 분야 전문가다. 그는 박석순 교수가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16개 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자 2011년 발표 논문에서 "보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과학기술계에 이견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창궐했을 때에는 "그럴 줄 알았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

지난 5월 30일, 일행은 독일 카를스루에 중앙역에 도착했다. 원래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차를 렌트할 계획이었지만 초행길인데다 마침 독일 휴가시즌이라고 해서 열차를 이용했다.

대합실에서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로 짙은 녹색 에코백을 멘 큰 키의 베른하르트 교수가 보였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2011년, 2014년 한국을 방문했다. 기자는 2011년 베른하르트 교수 방한 시 전체 실무 총괄자로 그를 처음 만났다. 8년 만의 재회였지만, 그는 기자를 기억했다. 유쾌하면서도 마음씨 좋은 옆집 키다리 할아버지 같은 인상은 여전했다.

베른하르트 교수와 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럽게 4대강 이야기를 시작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 방문 이전부터 4대강사업에 알고 있었다고 했다. 독일 RMD 운하 건설에도 참여한 바 있었기에 4대강사업 단면도를 구해서 보고 "이건 운하다"라고 생각했었다고 전했다.

MB 정부는 국내외에 녹색성장을 강조했다. 4대강사업을 녹색성장의 대표 사업이라고도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녹색성장은 단지 '사업의 성장'일 뿐"이라며 "그것도 자기 측근 사업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4대강사업은 토목으로 돈 벌겠다는 장삿속 말고는 국민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감사원은 2013년, 2018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이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1920년대 라인강 상류에 맨 처음 보를 짓고 운하를 운영할 때는 경제 성장에 정말 도움이 됐다. 하지만 이후부턴 운영비만 많이 들고 별로 남지 않게 됐다"고 평가했다. 철도와 도로가 발달한 이후부턴 경제성이 나오지 않게 됐다는 말이다.
 

하늘에서 본 독일 운하 베른하르트 교수는 1920년대 운하 건설로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됐으나, 철도와 도로가 발전한 이후엔 관리비만 많이 드는 시설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 이철재

 
이 때문에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에선 80년 전에 포기한 사업을 한국이 왜 추진하려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강의 자연성이 남아 있는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MB 정부는 4대강사업을 복원이라고 했지만, 절대 복원이 될 수 없었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 방문 전 구글 어스를 통해 S자로 굽이치는 우리 강의 모습도 확인했다. 그는 모래톱이 발달한 우리 강의 모습에 감탄했다. EU 규정에 따르면 강은 자연도에 따라 Ⅰ~Ⅳ등급으로 구분된다. 4대강사업 전 한국의 4대강은 최상급인 Ⅰ등급에 해당됐다는 게 베른하르트 교수의 평가다.

"불필요한 보는 해체하는 게 유럽의 하천 복원"

베른하르트 교수는 독일 대학 강연에서 한국의 4대강사업을 주제로 삼은 적이 있는데 "한국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굉장히 쇼크를 먹었다"고 전했다.

MB 정부는 '4대강사업으로 국격이 높아졌다'고 평가했지만, 실상은 2017년 영국 일간 <가디언>에서 4대강사업을 '가장 눈길 끄는 자본의 쓰레기' 중 세 번째로 평가했던 것처럼 국제적 조롱거리밖에 안 됐다는 걸 재차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잘 된 사업'이라며 '유럽 라인강, 다뉴브강에도 보가 있어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전문가가 4대강사업을 복원이라든가 생태계 개선이라 얘길 한다면 그건 전문가로서 너무너무 부끄러울 정도로 실력이 없거나 아니면 (돈에) 팔린 사람이다. 딱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4대강사업 그쪽으로 큰돈이 흘렀으니까 그 큰돈으로 그런 사람들 매수하는 게 가능했을 거다. 나는 억만 유로를 준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인데 그렇게 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보가 있으면 가능한 해체하자는 게 유럽의 하천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라인강 같은 곳은 국제 수로, 즉 운하로 사용하는 국가 간 조약을 맺어 배가 다니고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해체는 불가능하다. 운하로 이용하지 않는 날이 오면 라인강의 보도 해체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라인강도 운하로 이용하지 않으면 보를 없앨 수 있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라인강이 국제 조약에 따라 운하로 사용되고 있어 당장 해체는 어렵지만, 언젠가 운하로 사용되지 않으면 해체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이철재

 
그는 "한국 4대강 보는 이용가치는 없다"면서 "운하로 사용하지 않아 편익이 없으며, 소수력 발전 등 에너지도 별로 만들지 못하다"고 말했다.

"올렸다 내렸다하는 수문 장치는 20~30년에 한 번은 완전히 갈아줘야 한다. 보는 관리에 굉장한 돈이 들어간다."

"물을 흐르게 하면 강은 더 빨리 회복해"

독일 라인강 이페츠하임(Iffezheim) 보의 경우 퇴적토가 쌓이면서 통수단면 감소로 장기적으로 홍수 위험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준설을 해야 하는데, 이 역시 관리비용 증가로 연결된다. 베른하르트 교수는 "깜짝 놀라기 싫어서 해체하지 않는 것보단 한 번에 해체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일부 정치인이 4대강 보 해체를 '반문명적'이라 주장하는 것과 관련, 베른하르트 교수는 "핵폭탄도 문명의 산물이다. 그래서 좋은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는 문명의 이름으로 범죄도 저지르고 있다. 개발이라는 것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문명에는 실패도 있다. 문명의 발달이 항상 좋은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농업용수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그는 "보를 짓기 전에도 농업을 했었지 않냐?"며 "아마도 보를 해체하고 물을 제대로 흐르게 하면, 4~5년 안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 밝혔다.

"세계적으로 댐이나 보를 해체하고 기다렸을 때 사람이 계산했던 거 보다 훨씬 빠르게 복원된 사례가 많다. 우선 열 수 있는 수문을 전부 열고 강을 흐르게 하는 게 중요하다. 준설을 깊게해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결국 흐르게 했을 때 문제가 더 빨리 해결된다."
 

"수질 나쁜 물은 많아도 소용없다." 베른하트르 교수는 유럽 하천 복원은 불필요한 보를 해체하는 것이 복원이라 밝혔다. 물을 흐르게 하면 자연은 인간이 예측하는 것 보다 훨씬 빨리 회복된다고도 말했다. ⓒ 이철재

 
끝으로 베른하르트 교수는 "한국에서 보를 해체하겠다고 하면 국제적으로 굉장히 좋은 시그널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지구적 환경위기가 가속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강 복원은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사안이자 국제적으로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4대강 자연성 회복은 미국, 유럽 등 국제적 강 복원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MB가 4대강사업으로 실추시킨 국격을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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