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역사전환의 물결 속에서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평전 57회] 촛불혁명의 목표는 본질적으로는 박정희 군사독재로부터 파생한 총체적인 적폐의 청산에 있었다

등록 2019.07.10 16:41수정 2019.07.1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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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이정미 소장 권한대행)가 만장일치로 대통령 박근혜 파면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는 화면 갈무리. ⓒ 김갑봉

한나 아렌트가 "무능한 지도자는 범죄자"라고 했지만, 박근혜는 무능하기도 하고, 범죄자였다.

국가기관을 사유화하면서 각종 범죄를 저질렀다. 그의 전임자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그는 2016년 12월 9일 자신이 속한 여당의원 다수가 포함된 국회에서 탄핵되고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서 전원일치로 탄핵안이 인용됨으로써 대통령직에서 쫓겨났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25년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한 이래 두 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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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노회찬은 제 남편이 아닙니다' 6일 오후 서울 강남역 부근에서 남편 이승배씨(가운데)와 함께 유세하던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노회찬 의원을 소개하고 있다. 심 후보는 오랜 정치적 동지인 노 의원을 '남편'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오늘 진짜 남편이 누구인지 알리게 되었다고 소개하자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권우성

 
제19대 대통령선거가 2017년 5월 9일로 예정되었다. 궐위에 의한 선거는 보궐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실시해야 하므로 이날 실시하게 된 것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를 다시 대통령 후보로 뽑았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새누리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이 각각 후보에 선정되었다.

노회찬은 이에 앞서 2017년 5월 30일 정의당 2기 원내대표에 선임되고, 2018년 4월 2일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공동으로 구성한 국회교섭단체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 원내대표로 선임되면서 군소정당의 원내활동을 주도하게 되었다.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의 후보가 선정되고, 정의당에서도 심상정 후보를 내세우면서 노회찬은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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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후보,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8일 오후 서울 신촌에서 ‘심상정X촛불시민과 함께 하는 12시간 필리버스킹’ 유세를 하고 있다. ⓒ 권우성

 
이번 대선 역시 민주진영 일각에서는 정의당 후보가 자칫 문재인 후보의 표를 잠식하게 되고, 홍준표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정의당은 이와 관련 태도를 분명히 했다. 심상정의 언론 인터뷰이다.

△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는 상수라고 보나?

- 정권교체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 어떤 재주를 부려도 정권교체가 위협받을 상황이 아니다.

△ 이번 대선에서는 "정권교체인가 아닌가 보다 어떤 정권교체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는데?


- 촛불 시민들이 새누리당을 퇴출시키면서 이미 정권교체를 이루었다. 국민은 정권교체만이 아니라 '정권교체 플러스'를 요구한다. 이는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는 정치 구도를 뜻한다. 단언컨대 더불어민주당만으로는 개혁이 어렵다. 민주당 정권은 한반도 평화, 민주주의 운영에서는 개혁적이었지만 먹고사는 문제에서는 기득권 편이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비정규직법이 만들어졌고, 재벌 개혁에 미적거렸다. 민주당이 민주당 오른편에 있는 정당과 경쟁하는 현상유지 정치로는 한 발짝도 못 나간다. '민주당 대 정의당'으로 정치 구도를 과감하게 왼쪽으로 이동시켜야 개혁이 가능하다.  (주석 3)


결과는 이번에도 정의당에 좋지 않았다.

1960년 4월혁명의 과실을 민주당이 차지했듯이, 촛불혁명의 열매는 더불어민주당의 몫이 되었다. 국민은 여전히 혁신진보정당보다 중도개혁정당을 선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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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대통령! 제19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통령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로공원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환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문재인 후보가 1,342만 3,800표를 얻어 2위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를 득표율 17.1% 포인트, 표차 5,570,591표라는 대통령 직선제 사상 최대 표차로 꺾고 당선되었다. 3위는 안철수, 4위는 유승민, 심상정은 5위에 불과했다. 국회 의석수대로였다.

노회찬과 정의당의 갈 길은 멀고 멀었다.

더 힘든 노력과 더 좋은 정책이 요구되고, 무엇보다 진보혁신정당을 용공시하는 국민 일부의 시각 교정이 시급한 과제였다. 노회찬은 경실련이 선정한 '2017년 국정감사 우수의원 20인'에 선정될만큼 돋보이는 의정활동과 함께 정의당의 집권을 위하여 당 개혁운동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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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메시지 되살린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선서후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에는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5년 전 메시지가 그대로 담겼다. ⓒ 남소연

 
문재인 당선자는 2017년 5월 10일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정권인수위원회가 구성되지 못한 채 당선 이튿날 곧바로 취임한 것도 헌정사상 처음이었다. 정의당은 비록 집권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가장 먼저 '박근혜 탄핵'을 제기했고, 그 결과 통일정책이나 노동정책 등에서 전향적인 문재인 정부의 등장을 반겼다.

노회찬은 역사전환의 거대한 물결을 지켜보면서 민중의 위대한 역량을 체득했다. 자신도 촛불시위에 빠지는 날이 거의 없을 만큼 깊이 참여하면서 기층민중(노동자)이 진보적인 지식인ㆍ청년들과 연대하면 얼마든지 역사의 물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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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대통령, 국민은 뽑지 않았습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정당연설회를 하고 있다. ⓒ 남소연

 
2016년 10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 3만 명이 모여 박근혜를 비판하는 촛불을 들면서 시작된 촛불혁명은 연말ㆍ연초까지 계속되면서 6개월 동안에 연인원 1,700만 명이 훨씬 넘었다. 중고생들로부터 노인 세대들까지, 경향 각지에서 집회당 평균 100만 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로써, 이것은 세계혁명사에 첫 기록을 세웠다.

그것도 비폭력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시종되었다. 비가 오고 눈이 내리고 혹한에도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광장으로 모였다. 1919년 3ㆍ1혁명 이래 최대 규모였다. 시민들은 어울려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함성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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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하야" 촉구하는 노회찬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27일 오후 종로 보신각앞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시국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국정농단 박근혜는 물러나라."는 함성이 지축을 울렸다. 물론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반동세력의 집회도 있었지만 조롱거리에 불과했다.

촛불혁명의 목표는 1차적으로는 무능 부패한 박근혜와 그 측근들의 추방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박정희 군사독재로부터 파생한 총체적인 적폐의 청산에 있었다. 초헌법적인 권력자, 범죄적인 정경유착, 정보기관ㆍ검찰ㆍ경찰ㆍ사법부 등 공권력의 사유화, 족벌신문의 패악, 방송장악, 지역 편중과 차별 등 반민주ㆍ반공화국의 적폐를 청산하려는 명예혁명이다.   

한 마디로 한국사회 곳곳에 도사린 박정희로부터 전두환ㆍ노태우가 남긴 군사문화의 잔재와 이명박ㆍ박근혜의 반민주ㆍ부패 청산에 있었다.


주석
3> 『시사IN』, 1917년 4월 8일. .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진보의 아이콘' 노회찬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진보의_아이콘_노회찬_평전 #노회찬평전 #노회찬 #촛불혁명 #문재인정부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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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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