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청소년의 성교육, 어떻게 시작하죠?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장애인 청소년 성에 대한 잘못된 편견

등록 2019.07.11 08:30수정 2019.07.1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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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는 미디어나 생활 속에서 궁금한 성이야기를 성교육 강사 심에스더씨에게 묻고 답하는 연재입니다.[편집자말]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녀가 생리에 대한 고민을 친구와 나누고 있다. 해외 도서 'Welcome To Your Period'에 나오는 한 장면. ⓒ Hardie Grant Egmont

 
그리 많은 성교육 관련 책을 본 건 아니지만 해외 도서 'Welcome To Your Period(웰컴 두 유어 피리어드)'에 나오는 이 장면은 유독 마음에 남았다. 생리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에서 이 부분은 생리를 하면 어떤 느낌인지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눈길을 끈 것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 친구 스텔라가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까.

내용을 보니, 두 아이는 생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맘때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할 수 있는 대화였지만 자세히 보면 이 글의 화자는 장애가 있는 소녀 스텔라였다. 그림만 대충(?) 봤을 땐 '당연히' 비장애인 친구가 장애인 친구에게 도움을 주는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런! 대화 내용은 달랐다. 스텔라는 "나는 장애가 있고, 가끔 휠체어를 사용하고, 손재주도 뛰어나진 않아. 너가 가진 장애의 정도에 따라 생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큰 재앙은 아냐(때때로 휠체어를 타고 손재주도 없는 나도 하니까)"라며 '생리를 시작하는 나이의 소녀들에게' 조언한다. "걱정하지마, 생리가 꼭 끔찍한 일은 아니고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어"라고. 그러면서 함께 대화하는 친구에게 당부한다. "생리 시작하기 전에 더 이야기하고 싶으면 알려줘"라고.

이 장면을 보며 두 가지를 깊이 생각했다. 왜 장애인은 도움을 '받는' 존재라고만 생각했는지. 이 책에서는 먼저 생리를 경험한 스텔라가 (추측하건대) 생리를 앞둔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 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장애 청소년들의 성에 대해 내가 뭘 알고 있는가'였다. 나는 궁금하지 않았다. 아니 궁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비단 생리뿐일까. 그래서다.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마지막 주제로 장애인 청소년들의 성을 다루고자 한 것은. 

- 심쌤, 막상 장애인 아이들의 성에 대해 다루려고 하니 무엇부터 질문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아는 게 너무 없어요.
"제가 놀라운 사실 하나 말씀 드릴까요? 두구두구두구, 사실 장애인의 성교육과 비장애인의 성교육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위의 책에서 보여주듯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장애의 정도나 성질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비장애인 역시 사람마다 몸의 변화와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의 부분은 오히려 개개인의 부분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2006년 'UN장애인인권권리협약(CRPD)'에는 장애를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개념이며, 손상을 지닌 사람이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회에 완전하고 효과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저해하는 태도와 환경적인 장벽 간의 상호작용으로부터 기인되는 것이다"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쉽게 말해 장애는 그 상태나 의미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변화되는 것이라는 뜻이에요. 또 장애인이 가진 몸의 손상뿐 아니라 그 장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따라 장애에 대한 개념이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구요.

장애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역시, 저희가 그동안 이야기해 왔던 것처럼 솔직하게 자신의 몸과 타인의 몸에 대해서, 몸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 등을 알려주면 좋겠어요. 또 성을 생각하는 태도와 건강한 가치관을 서로 이야기하구요. 기본적으로 성을 이야기하는 태도와 내용 등은 장애가 있다고 해서 달리 적용될 것은 아니에요."
 

휠체어를 탄 바비 인형. 사실 장애인의 성교육과 비장애인의 성교육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 ⓒ Pixabay

 
- 그렇다고 해도 다른 상황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어요! 다른 상황, 즉 장애의 정도나 유형에 따라 달라야 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다양한 장애유형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 볼게요. 장애유형에는 크게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가 있고, 신체적 장애에는 외부신체기능장애와 내부기관장애가 있어요. 정신적 장애에는 발달장애와 정신장애가 있구요. 외부신체기능장애에는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등이 있고 내부기관장애에는 신장장애, 심장장애, 호흡기, 간, 장루·요루, 간질(뇌전증)이 있어요. 또 정신적장애에 속한 발달장애에는 지적장애와 자폐성장애 등이 있어요..."

- 심쌤, 잠깐만요! 이렇게 많은 장애 유형이 있는 줄 몰랐어요.
"맞아요. 심지어 위의 설명은 장애의 유형을 이해/설명하기 쉽게 큰 덩어리로 분류 한 것뿐이에요. 사실은 장애 유형마다 개인의 상태와 정도에 따라 더 세세하게 나뉘어요.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들도, 아예 안 보이거나,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 한쪽만 보이거나, 짧은 시야만 보이는 등 상황이 다 달라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로 장애인의 모습을 일반화해 버리면 안 될 것 같아요. 언제나 상대의 장애 정도를 물어볼 수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해요. 위에서 이야기한 장애분류표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건강한 몸 상태와는 거리가 멀고 불편함을 겪는다면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장애를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즉, 장애는 우리와 전혀 상관이 없는 특별한 상태가 아니고, 장애인 역시 우리와 전혀 다른 특수한 사람들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 아,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심쌤 말대로 우리는 흔히 '장애인'과 '성' 하면 범죄와 연결시키거나 제대로 성 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을 일반적으로 가지게 되는 거 같아요.
"네, 맞아요.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여전히 성이 터부시되고 솔직한 이야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 아이, 청소년, 성인 할 거 없이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기 힘들었잖아요.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요. 그 중에서도 장애인들은 성의 영역에서 더더욱 소외되어 왔어요.

몸이 불편하거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다고 해서 우리와 다른 욕구를 가진 존재로 생각한다거나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막연한 두려움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에요(참고로, 범죄는 비장애인에 의해 벌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답니다). 그래서 먼저 장애인 성에 대한 감수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흔히 장애인들의 성에 대해 가지는 편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 글쎄요.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 말해볼게요.
 
* 지적장애인은 판단력이 부족해서 대부분 도움이 필요하다.
: 그런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많기 때문에 우리가 말을 쉽게 풀어서 설명하고 눈높이를 맞춘다면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어요. 

* 장애인은 성적인 느낌을 느끼지 못할 거다.
: 성적인 느낌이나 호기심은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아요.

* 장애인은 성에 대해 지나치게 관심이 많고 성적욕구를 억제할 줄 모른다.
: 표현이나 호기심을 나타내는 태도가 다듬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제대로 된 교육과 주변의 이해를 통해 충분히 다듬어질 수 있어요. 또 장애 아동이나 청소년들의 행동을 무조건 성적으로 연결짓는 시선들도 이런 오해를 일으키기 쉬워요.

* 성교육은 오히려 자극을 주어 부적절한 성 행동을 유발시킨다.
: 이 경우, 실제로 그럴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교육을 할 때 갑작스럽게 자극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지 않고 교구나 자료를 가지고 1:1로 접근하는 방법이 필요해요.

* 장애인은 성교육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 한 장애인 성교육 전문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그들은 이해해도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이해 못할 수 있다'고 했어요.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 성 인권과 성적자기결정권을 가진 존재로서 성을 알고 누리고 책임질 권리가 있다는 걸 꼭 기억하면 좋겠어요."

(* 2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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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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