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사 1위 제목, 제가 뽑은 겁니다

오마이뉴스 일일 편집기자 체험기... 남의 글을 보며 내 글을 돌아보다

등록 2019.07.14 11:17수정 2019.07.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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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만남이 가능할지 미처 몰랐습니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모토가 이날 하루 만큼은 '모든 시민은 편집기자다'일 수도 있음을 확인한 날이었습니다. 이 체험 후기는 3시간 동안 편집기자가 되어 고군분투하신 강대호 시민기자가 직접 쓰고, 이주영 기자가 그날 함께 편집한 기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등 내용을 보강하고 다듬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편집자말]

저는 최근 '나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도전기'를 기사로 썼습니다. 지금은 활발히 활동하는 시민기자지만, 활동 초반에는 채택되지 않는 기사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숱한 거절을 겪으며 제 글을 다시 돌아봤습니다. 다른 시민기자들이 쓴 기사를 참고해 다시 쓰기도 했고요. 그 과정을 쭉 지속하다 보니 감사하게도 연재까지 하는 시민기자가 됐고, 그 도전 과정을 글로 쓴 겁니다.

[관련기사] "모든 시민은 기자"인데... 나는 왜 채택 안 됐을까 (http://omn.kr/1jnn0)

저의 도전기를 편집한 에디터에게 어느 날 연락이 왔습니다. 시민기자와 함께하는 '일일 편집기자 체험'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와 시민기자가 함께 사는이야기·여행·책동네 분야 기사 몇 편을 검토하고 편집하면서 의견과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자리라고 했습니다. 시민기자와 편집기자가 서로의 일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취지라면서요. 에디터들이 그동안 해오던 일인 줄 알았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첫 번째 주자로 발탁된 이유는 얼마 전에 쓴 그 시민기자 도전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제를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면 편집기자 체험도 가능할 것 같다는 게 에디터들의 판단이었답니다. 그렇게 해서 저는 지난 5일 금요일 오후, '일일 편집기자 체험'에 나서게 됐습니다.

기사 제목 뽑을 때 중요한 건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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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라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사를 보낼 때 제목을 두고 무척 고민하거든요. ⓒ 최은경

 
회의 장소는 경기 분당 정자역 인근 카페. <오마이뉴스> 사무실은 서울 광화문에 있지만 최은경 선임에디터와 이주영 에디터가 제 동네로 찾아왔습니다. 요즘 유행한다는 '리모트 워크' 같은 걸까요.

처음에는 가벼운 미팅 정도로 생각하고 만남에 임했습니다. 기사 몇 편을 읽으며 각자의 생각 정도만 주고받는 줄 알았는데, 실전은 달랐습니다. 두 에디터는 제게 갓 들어온 미검토 기사(실시간글)를 건네며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정확히 옮기면 이 기사의 가치 판단을 해달라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등급으로 말하면, 잉걸-버금-으뜸-오름 기사 가운데 어디에 배치하면 좋을지 말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저의 판단과 의견을 기사에 실제로 반영하겠다면서요. 제가 '편집'이라는 영역에 진짜로 개입하게 된 겁니다. 부담감이 밀려 왔지만 이왕 이렇게 된 이상 신중하게 검토하자 마음먹으며 기사 검토에 집중했습니다.

먼저 '사는이야기' 한 편을 읽었습니다. 신소영 시민기자가 연재 중인 '30대에 알았다면 좋았을 것들' 기사였습니다. 이번 글의 주제는 중년의 우정. 더 늦기 전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양질의 인간관계를 다져놔야 한다는 요지였습니다.

평소 사는이야기 기사를 읽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들을 기준으로 검토했습니다. 글감이 호기심을 주는지, 그 호기심을 충족시킬 만한 정보와 의미를 주는지, 문장은 매끄러운지, 논리와 설득력이 있는지를 헤아리며 읽었습니다.

일단 글감과 내용 자체가 흥미로웠기에 주말용 읽을거리로 주요하게 다룰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저만 해도 주말에는 눈에 힘 안 주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렇지만 잔잔한 울림을 주는 글을 찾거든요.

특히 글쓴이가 어느 책에서 인용한 '멘탈 뱀파이어(기운을 빼앗는 사람)'라는 표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만날 때마다 내 좋은 에너지를 다 빼앗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더 나이 들기 전에 일찍 정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게 글쓴이의 깨달음이었습니다. 그 깨달음에 힘을 싣기 위해 책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근거로 삼은 겁니다.

에디터 두 분도 저와 비슷한 판단이었습니다. 이 연재의 목적은 40대 후반의 여성이 30대, 40대 초·중반의 여성들에게 솔직한 조언을 건넨다는 것입니다. 글쓴이는 30, 40대 여성들이 한 번쯤 고민해볼 만한 우정이라는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야기를 건넵니다. 연재의 목적을 충실하게 수행해낸 글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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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에디터들과 함께 검토한 기사가 지난 주말 <오마이뉴스> 메인면에 배치됐다. ⓒ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자, 기자님. 이제 가치 판단이 끝났으니 이번에는 제목을 뽑아보세요."

무사히 넘어갔나 했더니 아니었습니다. 제목이라니. 제게는 가장 어려운 순간이었습니다. 평소에도 기사를 보낼 때 제목을 두고 무척 고민하거든요. 어차피 제가 정한 제목은 편집 과정에서 대체로 수정되니 크게 고민 안 하고 보내기도 했습니다.

에디터들 역시 제목을 수정할 때가 제일 어려운 순간이라고 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만 건의 기사가 쏟아지는 온라인 시장에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어렵고 부담되기도 하겠지요.

"기자님, 5분 더 드릴게요."

편집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했습니다. 매 분마다 새로 입력되는 기사를 제한된 인력으로 보려면 당연하겠지요. "하나, 둘, 셋!" 동시에 각자 생각한 제목을 임시로 개설한 단톡방(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 올렸습니다(편집기자들은 이 단톡방이 없으면 일을 못한다고 하네요). 한 기사를 읽고 이렇게나 다양한 생각들로 제목을 뽑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서로 낸 제목의 아쉬움과 좋은 점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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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편집기자 체험. 각자 제목을 뽑아보고 의견을 나누었다. ⓒ 최은경

 
에디터들과 이야기하며 한 가지 팁을 얻었습니다. 기사 제목을 뽑을 때 '키워드'를 잘 뽑아야 한다는 걸요. 첫째는 시민기자가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키워드. 둘째는 <오마이뉴스>가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키워드. 셋째는 독자가 궁금해할 만한 키워드. 이 세 가지를 잘 염두에 둬서 독자들 눈을 유인해야 하고 독자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날 저희 셋이 뽑은 이 글의 핵심 키워드는 '마흔, 중년, 우정, 친구, 우테크' 등이었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 정리해야 할 친구 유형'(http://omn.kr/1jxn5)이라는 제목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습니다. 나중에 보니, 이 기사가 인기기사 1위를 차지했더군요.

내가 뽑은 제목이 기사로 나가다니

두 번째로 검토한 기사는 여행 분야였습니다. 김종성 시민기자가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인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을 소개하기 위해 쓴 글이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샛강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서울 한복판에서 보기 드문 자연의 날것이 잘 보존된 곳이었습니다. 생태계 보존을 위해 흙길을 그대로 살리고, 동식물의 수면을 고려해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버드나무, 사철나무, 달콤한 오디가 열리는 뽕나무 등이 무성한 숲에 새들이 찾아와 머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네요.

그중에는 해오라기도 있었습니다. 강이나 습지 등을 찾아다니며 먹이를 구하는 해오라기를 도심 한가운데서 만나다니. 자연 관찰에 관심이 있는 제 호기심을 자극했고, 그 때문에 그곳에 꼭 가고 싶어졌습니다.

에디터들에게 '여의도 공원에 해오라기가 날아다닌다니'라는 제목을 제안했습니다. 에디터들은 "한강에 해오라기가 있는 게 뉴스냐"며 놀랐습니다. 제 설명 덕분에 이 기사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틀 뒤, 그 기사는 '여의도 한복판에 해오라기가 날아다닌다니'(http://omn.kr/1jxwf)라는 제목으로 보도됐습니다. 저의 의견이 편집에 반영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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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채택된 김종성 시민기자의 기사 제목 ⓒ 오마이뉴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렇게 기사를 검토하며 논의하다 보니 세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회의를 마치기 전에 각자의 소감을 이야기했습니다. 에디터 두 분은 시민기자인 저의 의견에서 평소 알기 힘든 독자의 시각을 간접적으로나 알 수 있어 좋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기사가 담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말했습니다. 독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기사를 찾지만, 바라는 건 결국 한 가지라는 것. 정보든 감동이든 기사에서 무언가를 얻어가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라고요. 그렇기에 기사는 철저히 독자의 입장에서 실용적인 글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른 시민기자들의 글을 읽고 편집하면서 제 글을 더 돌아보게 됐습니다. 남의 눈에 들어간 티끌은 잘 보면서 제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게 사람이라던데, 글도 그렇다고 합니다. 남이 쓴 글에서 허점은 잘 찾지만 자기가 쓴 글에 뚫린 구멍은 못 본다지요.

이날 하루 시민기자로서 편집부의 시각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일일 편집기자로서 누군가의 글을 편집하며 나의 글을 돌아본, 아주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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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후반전을 위해 하프타임을 보내는 50대 남자. 월간문학 등단 수필가이자 동화 공부 중인 작가.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글을 연재 중인 칼럼니스트.

네트워크부 에디터. "쓰는 일에, 그렇게 해서 당신을 만나는 일에 나는 어느 때보다 욕심이 생긴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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