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작은 섬에 학교가 있었다니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붉은 바위의 마을에서 시작된 갓섬

등록 2019.07.11 14:01수정 2019.07.1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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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이번에 쓴 통영 입도(갓섬) 탐방은 2018년 4월 20일 진행됐다. 섬을 취재 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이 때도 어렵게 방문할 수 있었다. 비록 방문 시점은 다소 지났지만 통영 광도면지를 참고해서 광도면 적덕마을과 통영 입도에 대한 기록을 보완해 싣는 이유다. - 기자말

하늘이 더없이 푸름을 더하고 평소보다 한 뼘은 더 높다. 미세먼지도 없는 맑은 날, 뱃길이 열렸다. 통영 앞바다를 점점이 수놓은 섬에 대한 표현은 여럿, 그중에 '수제비 같다'라는 은유가 마음에 와닿는다. 섬의 왕국인 통영은 빼어난 풍광으로 한려수도(閑麗水道)로 통칭된다. 올망졸망한 섬이 놓인 바닷길. 그 뱃길에 만난 섬은 유인도도 좋고 무인도도 좋다.

섬에 대한 환상은 막연히 '아름다운 곳', 또는 '지상낙원'이란 생각을 어렴풋이 한다. 하지만 사람이 사는 섬은 척박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통영엔 뭍에서 한발만 떼면 닿을 듯 가까운 섬이 더러 있다. 통영 광도면의 입도(笠島)가 그런 곳이다.
 

방아섬을 배경으로 선 입도의 흑염소 섬의 정상에 몇 마리의 흑염소가 풀을 뜯고 있다. ⓒ 최정선

   
갓섬도 적덕마을입니다

사람이 사는 섬을 밟고자 뭍과 가까운 광도면의 입도로 향했다. 이 섬은 덕포리 적덕마을 앞 해상에서 400m 떨어져 있다. 광도면의 섬은 입도를 위시해 저도(楮島)까지 2개의 유인도와 춘도(春島), 형제도(兄弟島), 죽도(竹島), 이도(狸島), 내죽도(內竹島) 등 대표적인 무인도가 있다. 내죽도는 간척공사로 광도면의 죽림 신도시 속 공원으로 탈바꿈했다. 이렇듯 급변하는 도시의 확장은 섬의 변화에도 영향을 준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섬을 가기 전 사전 조사가 중요하다. 혹여 어렵게 간 섬에서 놓친 건 없는지, 집중 탐사해야 할 건 무엇인지 등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런데 몇몇 자료에서 입도 인구의 수치 변화를 눈여겨보게 됐다.

통영 입도의 거주민은 통영인터넷신문엔 2009년 7가구 8명, 한국섬선교회엔 2013년 19명, 이재언 섬 탐험가의 <한국의 섬>엔 2015년 6가구 16명, 통영통계연보엔 2015년 4가구 16명으로 집계됐다. 2018년 내가 방문했을 땐 현 거주민 이만행(44년생)님이 3가구 6~7명 실제 거주하고 한다고 구두 진술했다. 인구 수치의 변화가 정확하지 않다는 건 숫자 젬병인 나의 눈에도 확연히 보인다.

사실 읍도는 광도면 적덕마을에서 뱃길로 채 15분이 안 걸린다. 여차한 사정으로 광도면 죽림에서 출발했다. 배는 하얀 거품을 뿜으며 동남쪽을 향해 질주했다. 주변의 하얀 부포가 떠 있는 양식장을 요리조리 피해 방향을 튼다. 멀리 통영의 경제를 받쳐주던 성동조선이 보인다. 그 부근 조그마한 섬이 유독 눈에 띈다.
  

입도의 정상에서 본 선착장과 적도마을입도는 덕포리 적덕마을 앞 해상에서 400m 떨어진 섬으로 뱃길로 15분 정도 소요된다. ⓒ 최정선

 
나지막한 섬엔 철탑 2개가 도깨비의 뿔처럼 솟아있다. 섬의 북쪽에 선착장이 있다. 길이가 이십여 미터도 채 안 되는 변변찮은 방파제가 섬으로 길을 유도한다. 끝의 부잔교에 배를 붙였다. 부두 안의 바다는 진초록을 띤 채 뿌옇다. 주변으로 해양쓰레기들이 볼썽사납게 너부러져 있다.

부잔교에 먼저 댄 고깃배 옆으로 배를 붙였다. 덜컥하는 소리와 함께 닿자 옆 배로 뛰어 부잔교 위로 올라탔다. 제법 널찍한 방파제가 놓여있다. '갓섬길'이란 도로명 주소판이 보였다. 섬의 생김새가 갓 모양이라 '갓섬'이라 통영 사람들은 부른다.  그래서 갓을 뜻하는 한자어 '笠島'가 공식 명칭이다. 이곳엔 큰 갓섬과 작은 갓섬 두 개가 형제처럼 나란히 앉아 있다.

과거 우리나라는 상투 튼 머리에 갓을 쓰는 것이 예의였다. 갓은 신분을 막론하고 각양각색이다. 그래서인지 외국인 눈엔 '모자의 나라', '모자의 왕국'으로 간혹 보이는 듯하다. 통영의 입도도 갓을 썼으니 '모자의 섬'이 분명하다.

적덕마을 앞 동쪽 바다엔 예의를 지키고자 갓을 쓴 섬이 있다. 광도면지(2019)엔 1,600년경으로 밀양 박씨가 적덕마을에 입향했고 갓섬에도 들어가 정착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주 이씨가 섬을 지키고 있다.

입도의 근간이 된 적덕마을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롭다. 뒷산엔 붉은 바위가 있었다. 이곳 토박이말로 '붉은디미'다. 붉은 바위가 있는 마을이란 의미에서 처음 적덕(赤德)이란 한자를 썼다. 어느날 마을을 지나가던 한 스님이 쌓을 적(積)으로 바꾸길 권유해 현재 한자명이 달라졌다.

큰 갓섬과 작은 갓섬 이야기

섬의 방파제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해안을 따라 걸었다. 하나뿐인 방파제는 섬의 소중한 존재다. 좁은 섬의 연안은 여럿 부잔교로 당최 포구 역할이 가능한지 의구심마저 들었다. 섬의 연안 길을 따라 걷다보면 왼편에 마을로 향하는 길이 보인다.
 

입도의 우물여기저기 호스를 달린 우물이 보인다. 뚜껑은 닫혀 있지만, 모터가 있어 물을 끌어 올린 듯했다. ⓒ 최정선

 
여기저기 호스가 달린 우물도 보인다. 뚜껑은 닫혀 있지만, 모터가 있어 물을 끌어 올린 듯했다. 섬에선 우물은 '생명의 물'로 잉태하는 어머니의 자궁과 같다. 물이 있는 섬은 귀한 섬이자 생명이 숨 쉬는 곳이다. 보통 섬엔 빗물을 받아 식수로 사용한다. 그런 척박한 곳엔 우물은 신과 같은 존재다. 과거 이곳에서 빨래하던 손길과 물 깃는 여인네의 바쁜 걸음 소리가 바람결에 들린다.

마을로 향하는 길은 시멘트 포장된 임도로 오르막이다. 이 길을 따라 집들이 올망졸망 모여 있다. 여느 섬과 마찬가지로 폐가가 줄을 잇는다. 경사진 곳의 어느 폐가 안으로 들어가 봤다. 예전에 사람이 산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나뒹구는 살림살이들, 섬의 물건을 얼추 버리고 도망가듯 사라진 섬 주민들. 섬 집들은 방치된 채 그대로 남아 폐가가 됐다. 하지만 그곳 담장엔 여전히 이름 모를 야생화는 피고 진다.

섬의 중턱, 눈에 띄는 집이 있다. 허름한 폐가 사이에 깔끔하게 단장된 집이다. 집은 난간부터 아기자기한 펜션을 연상시킨다. 혹여 낚싯꾼들을 위한 펜션인가 의문이 들었다. 홀대받는 폐가들과 대조적으로 깨끗하다. 흙이 묻은 검은 장화에 검은모자를 푹 눌러쓴 어르신 한 분이 보였다. 양손엔 노오란 장갑을 낀 채 느릿느릿 걸어오신다. 검은 아스팔트에 노란 중앙선 같은 느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벼르고 별러 만나 섬 주민이기에 궁금한 점을 쏟아냈다. 어르신도 이심전심인지 죽이 맞다. 섬의 각 집엔 2척 정도의 배를 소유한단다. 섬 삶을 책임지는 경제 수단인 선박이 고장나면 큰일이라 여유로 배를 더 보유한다. 덧붙여 통발 어업과 홍합 채집이 생계의 근간임을 언급하셨다. 섬엔 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뿐더러 못 산다.
 

입도의 동백터널짧고 깊은 동백터널을 통과하자 왼쪽엔 임야, 오른쪽엔 다닥다닥 붙은 슬레이트 집이 이어진다. ⓒ 최정선

 
기껏해야 대여섯 채도 되지 않은 집이 전부인 섬에 학교가 있다. 물론 8~9년 전에 폐교가 됐다고 이만행 어르신이 언급했다. 어르신의 집을 지나 짧고 깊은 동백터널을 통과했다. 왼쪽엔 임야, 오른쪽엔 다닥다닥 붙은 슬레이트 집이 이어진다.
 

폐교된 입도분교에 핀 왕벚꽃기껏해야 대여섯 채도 안되는 섬엔 학교가 있었지만 폐교가 됐다. 큰 건물 주위로 큐브형의 작은 건물들이 몇 채 있다. ⓒ 최정선

 
차폐나무가 길을 연 곳은 폐교까지 연결됐다. 두 개의 기둥만 남은 학교는 을씨년스럽다. 운동장이었을 듯한 넓은 마당엔 너부러진 그네와 놀이 시설이 보인다. 창문이 다 부서진 단칸 건물만이 간신히 형체를 붙들고 있다. 건물 안의 목재들이 부서지고 파여 시커먼 블랙홀을 만들었다. 큰 건물 주위로 큐브형의 작은 건물들이 몇 채 있다. 한 곳을 들어가자 푸세식 화장실인 듯한 변기 형체가 있다.

학교 옆 언덕엔 철탑이 보이고 몇 마리의 흑염소가 풀을 뜯고 있다. 이곳이 섬의 정상이다. 대형 물통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 주변엔 밭이 일궈져 있다. 동남쪽으로 방아섬과 형제섬이 보인다. 뭍과 가깝고 공단과도 그리 멀지 않아 그런지 여느 섬과 다르다. 섬은 퇴화의 길을 걷는데 뭍은 조선소를 위시해 공단이 들어서 대조적이다.

입도 앞엔 작은 갓섬이 있다. 물이 빠지면 입도에서 충분히 건널 수 있을 듯하다. 이 섬은 개인에게 팔렸단다. 놀라운 사실은 예전에 이곳에 학교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 섬은 거의 방치된 상태다. 작은 갓섬은 접안이 쉽지 않아 들어가 보진 못했다. 조그마한 섬은 풀들이 덮여 태곳적부터 사람의 흔적이 없는 듯했다.

* 가는 길
통영 입도는 오가는 도선은 없다. 광도면 적덕마을에서 400m로 선박으로 15분 거리다. 적덕마을 선착장에서 사선을 이용하거나 광도면사무소에 문의하시면 도움 받을 수 있다.

- 적덕마을 선착장: 경남 통영시 광도면 덕포리 311-15
- 광도면사무소: 경남 통영시 광도면 노산길 115 (T.055-650-3560)

* 잠잘 곳
- 통영 입도와 가까운 곳엔 통영구가네펜션, 휴스파펜션, 꽃담펜션 등이 있다. 더구나 광도면 죽림 신도시가 부근이라 비즈니스 호텔과 모텔촌 등이 밀집해 통영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 먹거리
- 죽림 신도시엔 맛집이 즐비하다. 인구가 집중되는 곳인 만큼 유명 식당이 많다. 이곳엔 관공서가 많아 회식 장소로서 각광받는 음식점이 많을 뿐더러 여행자들이 추천하는 맛집도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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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생각없이 경주>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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