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는 결코 계급이나 신분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 대표 최형숙

등록 2019.07.11 09:40수정 2019.07.11 09:49
0
원고료로 응원
대한민국에서 '미혼모'라는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건 무엇일까.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한 부모 가족에 대한 그릇된 통념이 뿌리깊이 자리 잡고 있는 한국 사회 속, 수많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한 부담을 오롯이 짊어지며 고통 받는 현실이다.

모든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미혼모는 항상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어 있다. 쉽게 해소되지 않는 사회적 편견 아래 이들은 자연스레 '비정상'으로 규정되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혼자라면 외롭고 힘겨울 이 길에 함께 연대하는 많은 이들이 있다. 미혼모 당사자들이 미혼모의 자립과 교육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단체 '인트리'는 미혼모들과 연대하고 소통하며 미혼모 가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미혼모의 권익 신장을 위한 각종 법률, 제도의 제정 및 개선 활동과 더불어 대화를 통해 미혼모가 결코 혼자가 아님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동아리 '너나들이'는 자신의 상처를 딛고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치유하며, 모두가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인트리를 인터뷰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카페 인트리에서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 ⓒ 김수형

   
"이 운동을 하며 느꼈던 좋은 점은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미혼모들이 겪는 많은 일을 직접 겪으면서, 미혼모 이슈를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또 다른 문젯거리를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더라. 그렇게 활동하고 있고 활동가로는 11년 차, 엄마로는 15년 차로 살아가고 있다."

최형숙 대표는 35세가 되던 해에 아이를 혼자 낳고 혼자 키운 미혼모 당사자이다. 많은 미혼모가 겪는 시기를 다 거치고 난 후 아이가 4살이 될 때부터 미혼모의 권리 증진 및 인식개선 등의 활동을 시작하였다. 어느덧 올해 활동 11년 차에 접어들어선 최형숙 대표는 아이가 10살 때 결혼을 하고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사는 중이다.

-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단체인가?
"현재 인트리가 설립된 지 7년 차가 되었는데, 제가 인트리 이전에 다른 활동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미혼모 단체가 하나도 없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가 10년 전에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처음 만든 다음, 지금 몸담고 있는 인트리와 대구에서 활동하는 당사자 조직 아이앤맘이 생겨나 이제는 한국에 미혼모 조직이 총 3개가 존재하게 되었다.

과거에 제가 임신을 하고 나서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얘기를 검색해보니까 인터넷에서 '미혼모'라는 나의 정체성을 알려줬다. 그 당시 저는 전문직 여성이었고 돈도 나름 잘 벌고 그랬는데, 아이를 낳고 보니까 제가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분명 나는 괜찮았는데 남들이 나를 이상하게 보더라. '왜 애를 낳지?', '결혼도 안 하고 애를 왜 낳는 거지?'라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이었다. 애를 낳는 건 나고 이로 인해 인생도 바뀌는 것도 난데. 심지어는 제 지인들은 남자들도 피해자라며, 그 남자는 도대체 무슨 죄냐는 식으로 남자 걱정을 하더라. 그런 비상식적인 부분들이 너무나도 이상했다.

저희 아이가 4살 때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다닐 때도 미혼모라는 이유로 부당한 일을 겪었었다. 제가 아이의 법적대리인이고 친권자인데도 불구하고 병원에서 보증인을 세우라고 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제가 미혼모라는 걸 병원이 알고 나니까 병원비를 못 낼까 봐 보증인을 세우라고 한 것이다. 어안이 벙벙해서 병원에 이런 규정들이 있느냐 묻자, 창구에 계신 분이 아무 대꾸도 안 하고 저쪽으로 가면 사회적 약자 창구가 있다고 얘기하더라.

그때 내가 처음 사회적 약자라는 걸 알았고, 매우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나야 괜찮은데 내 아이에게까지 그것이 그대로 대물림되어 아이도 사회적 약자가 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있었다. 당시에 제가 언론 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동네에서 저에 대한 소문이 나자 원래 하던 일을 완전히 접고서 이 길로 뛰어들게 되었다. 그때부터 당사자 조직을 만들어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2009년도에 한국미혼모가족협회가 처음 탄생하게 되었다.

솔직히 그때는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컸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알바도 한 번 해본 적이 없고 아주 평범하게 자라왔던 제가, 어느 순간 남들이 가지 않는 다른 길을 선택했더니 너무 많은 것들이 저에게 오더라, 그게 너무 억울했고 그에 대한 분노로 시작했던 게 바로 이 활동이다. 단체를 조직하려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까먹어가며 시작했고, 저는 아직도 급여가 없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돈 대신 다른 많은 것들을 얻은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 문제뿐만 아니라 얼마나 많은 차별들이 존재하는지 정말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다.

한동안 심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때가 있었는데, 그 시기에 나름의 전환점이 필요해서 하던 단체를 그만두고 아이 양육에 집중하면서 다른 일을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입양을 보낸 엄마들을 위한 조직을 만들었다. 그러면서 뜻이 있는 미혼모 당사자 몇 분들과 여성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이후 제가 모르는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처음엔 엄마가 되고 나서 여성학을 접하니까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오빠가 새벽에 들어오면 제가 라면을 끓여줘야 하고, 남자는 주방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말을 듣는 가부장적인 집안에서 살다가 여성학을 시작하니, 처음엔 이상했는데 계속하다 보니 그게 어느새 인트리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여성학 공부를 시작한 엄마들끼리 모여 계속해서 공부하자고 스터디 그룹을 만든 것이 인트리의 모체가 되었다. 우리가 애 엄마로 살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고 좋은 것이지만, 그 안에서도 나의 행복은 찾아야 한다. 애 엄마는 애 엄마인 거고,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이런 내용을 다른 엄마들에게도 알려줘야겠다고 느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인트리는 단순 엄마가 아니라, 모성이 아니라 '여성'이 우선이다. 지금까지의 교육도 여성주의에 관한 교육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엄마들이 애만 키우면서 집에만 있으니까 다양한 걸 많이 접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을 재밌게 먹고 놀면서 쉽게 접할 수 있게끔 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혼모와 관련된 많은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단체의 방향성을 계속해서 잡아나가고 있다."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 협회 인트리. 인트리(人Tree)는 한 아이를 나무처럼 성장시키자는 의미이다. ⓒ 인트리

    
- 수많은 미혼모가 왜곡되고 차별적인 시선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보통 미혼모들에게 사회적, 경제적으로 어떤 차별이 가해지나?
"보통은 미혼모라고 하면 다 어리다고만 생각을 한다. 집을 나와 사고를 쳐서 애를 낳은 못된 어린 애들이거나 엄마나 아빠가 없는 한 부모 가정의 애들이거나. 보통 그렇게들 많이 이야기 한다. 그러나 사실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제가 35살에 애를 낳았는데, 부잣집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집에서 자라났는데 '왜 35세나 되는 나이에 능력도 있는 여성이 애를 낳았는데 남자랑 결혼을 안 할까?'라고 사람들은 이야기했다. 저는 그 남자와 3개월 동안 노력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성격이 맞지 않아서 좋은 엄마, 좋은 아빠가 되자고 서로 합의를 보게 되었다. 저희 아이가 지금 중2인데 자길 낳아 준 아빠를 계속해서 만나고 있고, 아빠도 최선을 다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성이 애가 있는데 왜 결혼을 하지 않을까 해서 '남자가 유부남일 것이다'는 등의 이상한 결론을 내어버린다. 그럼 미혼모들은 자연스레 사회가 정한 부도덕한 여성이 되어버린다. 사람들이 보기에 나이가 있는데 결혼을 하지 않은 이유는 여자가 버림을 받았거나, 여자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미혼모 두 분이 자살하셨다. 임신하셨을 때부터 알게 되었고 잘살고 있던 친구였는데 작년부터 힘들다고 말씀하셨다. 그분이 고등학교 친구들한테 연락이 와서 동창회를 나갔었다. 본인도 다 이겨낸 상태였으니까, 자기는 애가 있고 남편이 없다고 얘기했더니 여자 친구들이 점점 멀리하기 시작하더라. 여자들 사이에서는 남자들이랑 술 마시러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돌고. 남자 동창들한테서는 대부분 다 결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술 마시자는 연락이 왔다더라.

그러면서 왜 내가 결혼을 안 하고 애를 낳았다는 이유로 이렇게 함부로 대해도 되는 존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후 3개월 뒤에 세상을 떠나셨다.

더욱더 안타까운 건 그렇게 남겨진 아이들이다. 엄마가 떠나고 나면 그 아이는 홀로 남게 되고 혼자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 살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문화 자체가 미혼모에 대한 낙인이 너무 심하고, 저들은 문란하고 쉬운 여자이니 함부로 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낳고 키워야 해서 성매매를 선택하시는 어머니들도 계신다. 이는 결코 개인의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이를 혼자 낳아서 키울 수 있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비가 새는 집에 물이 찬 나머지 애를 눕힐 곳이 없어 밤새 안고 자는 엄마들도 있다. 절대 어머니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이러한 미혼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진행 중이신지?
"현재 인트리에서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다양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미혼모의 권익 신장을 위한 각종 법률, 제도의 제정 및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미혼모들의 심리 상담 및 24시간 긴급 상담과 정보 제공 및 시설 연계를 통해 위기 지원도 겸하고 있다. 36개월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미혼 임산부 및 양육모를 대상으로 하는 위기 지원 상담인 '트라이앵글사업'을 대표적으로 진행 중이다.

교육사업에서는 미혼모들의 사회참여 의지 향상을 위한 교육과 더불어 여성학, 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통해서 여성으로서 주체성을 확립하고 스스로 자립 의지를 향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트리는 지금처럼 끊임없이 엄마들을 교육할 거다. 바로 '우리'가 행복해야 하니까. 항상 엄마들에게 이야기하는 말이, 뭐든지 본인이 행복한 걸 선택하라는 것이다. 본인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걸 선택하라고.

우리는 그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책임만 지면된다. 그러니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아이가 당신의 것이 아닌 하나의 인격체라는 걸 교육하면서 아이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가족체험에 집중해서 당사자 조직으로써 엄마들과 아이들을 안정시키고, 엄마들이 자녀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제 곧 미혼모 커뮤니티 센터와 상담소를 낼 예정이다. 처음에는 공간이 있으니까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서 수익을 내라 등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그걸 듣고 비영리조직에 수익 창출이 독일지 약일지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다 비영리는 비영리다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니라, 쉬고 싶을 때 쉬고, 울고 싶을 때 울고 상담 받을 수 있는. 결국 우리는 엄마들을 위한 장소를 만들기로 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엄마들이 슬프지 않고 힘들지 않게 꿋꿋하게 버티고, 태풍이 와도 휩쓸리지 않도록 든든한 내적 힘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현재 진행하는 국내외 미혼모 단체 및 사회단체와의 교류사업을 넘어서 더 많은 국제교류를 시작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90% 이상의 미혼모 자녀들이 해외로 입양을 간다. 다들 어린 엄마가 낳은 신생아를 원하기 때문이다. 작년에도 해외입양을 400명 이상 나갔는데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과 문제들을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 많이 알리고 싶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국제교류를 시작해 해외의 싱글맘들에 대한 긍정적인 제도도 한국 현실에 맞게 받아들이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계획 중이다.

또한 엄마들이 돈 벌러 나가면 아이들의 학습을 봐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 멘토링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나이 든 엄마들은 옛날에 공부하던 사람들이라 지금의 교육방식을 잘 몰라서 엄마들을 위한, 아이들을 위한 멘토링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아이들은 엄마와 이성의 관계이므로 이성 상담이나 2차 성징과 관련된 상담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다. 관련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고 그런 것에 대해 알려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멘토링 인프라를 더 확대하고 싶다.

단순히 돈을 주는 지원 사업보다는 후원자들을 만들고 아이들에게 멘토가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을 키워나가고 싶은 마음이다. 생각보다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더라. 엄마가 난감하거나 슬플 거라 생각해서 엄마들에게 자기 속내를 잘 털어놓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에겐 그런 것들을 솔직하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 멘토들이 필요하다."
 

인트리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대한 다양한 인식개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미혼모의 인식개선을 위한 창작 뮤지컬 <소녀, 노래하다>의 모습. ⓒ 인트리

 
- 활동하시서 여러 가지 성과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중 가장 뿌듯했던 것은?
"지금도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소중한 건 사람인 것 같다. 저는 저희 남편과 함께 다는 못 해주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미혼모 자녀들에게 매번 운동화를 선물해주고 있다. 중학교 올라가는 친구들은 가방을 사준다. 그런 아이들이 계속해서 늘어가고 있는데, 혼자 키운 게 아니라 다 같이 키운 소중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어느 날은 그동안 계속 옹알이만 하던 회원 분의 아들을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저에게 'OO엄마 어디 갔어요?'라고 이야기하는데, 벌써 다 컸네 하며 감동을 했다. 예전에는 상담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임신 사실이 집에 알려져서, 아버지가 때려서 맞고 하혈을 하는 바람에 3~4개월 정도 임신 초기 상태에서 집을 나왔다.

이후 저희 단체에서 그 친구를 보살피다가 친척 집으로 갔는데, 계속 연락이 안 돼서 다들 낙태했을 거라고 이야기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저에게 연락이 오더라. 그 친구의 아이가 입학한다는 얘기였다. 대표님 아니었으면 우리 애를 못 만났을 거라는 말을 듣고 정말 감동이었다.

얼마 전에는 출근을 했는데 책상 위에 뜨개질한 수세미가 있었다. 알고 보니 예전에 저희가 상담을 해드렸던 엄마가 보내신 거였다. 그분이 첫째 아기를 낳을 때 정말 힘들어해서 상담을 저희와 진행을 했었는데, 이후 둘째를 가지게 되고 너무 고마워서 뜨개질을 못 하는데도 불구하고 유투브를 보면서 만든 수세미를 선생님들께 편지랑 함께 다 보냈더라. 게다가 첫 아이 이름도 그 당시 자기를 상담해주셨던 분의 이름으로 지었다. 그 선생님도 선물을 받고 막 우시면서 엄청 좋아하셨다.

저는 그게 성과라고 생각한다. 어떤 엄마가 아프면 우리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 가족이기 때문이다. 물론 당사자 엄마가 제일 고생하지만, 같이 키우면 좋은 거니까. 저는 이런 공동체 속에서 우리 아들이 따뜻하게 인간적으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아이가 우리 아이만큼만 컸으면 좋겠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서로 사랑하면 되니까. 그런 따뜻하고 인간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성과이다.

아무리 아직 바뀔 게 많다고 해도 정말 많이 바뀌었다. 그동안 전혀 없었던 예산이란 게 생겼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게 되었다. 이는 우리 당사자들이 같이 노력하고 연대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아직도 제 휴대전화 연락처에서도 가끔 힘들 때 연락 오시는 분들이 있다. 그게 저는 이 활동을 10년 하면서 얻은 성과이다.

어렵고 힘든 일, 돈 안 되는 일에 뛰어 들어와 있는 우리 사무실의 운영위원회 선생님들이 성과이다. 그런 사람들을 만드는 게 가장 큰 보람이자 성과가 아닌가 싶다.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얼굴을 오픈하며 다닐 수 있게 됐다. 스스로를 부끄럽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키워진 미혼모분들이 많아진 것도 제가 활동하면서 가장 많이 이뤄낸 성과라고 생각한다."

- 아이는 미혼부와 미혼모가 함께 낳은 것임에도 많은 경우 이 모든 어려움을 짊어질 책임을 미혼모 혼자의 몫이다. 아이를 낳고 남성이 잠수를 타는 케이스도 상당수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여성 홀로 책임을 져야 하는 이중적 성 규범이 나타난다고 생각하나?
"어떻게 보면 그런 남자들도 이 사회의 피해자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키워진 것이다. 남자는 울지 말아야 한다. 남자가 왜 이렇게 힘이 없냐는 등의 말을 듣고 그렇게 자라났다. 남자들이 원한 게 아니니까, 지금의 학생들이나 20대 남성들도 피해자라고 생각한다.

말씀하신 남성들의 부모는 하나같이 다 똑같이 말한다. '네가 발랑 까져서 우리 아들 꼬신 거다.' 부모의 사고가 그거밖에 안 되는 것이다. 미혼모 문제에서 여자가 꽃뱀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고가 아직도 일반적이다. 남자는 그래도 되고 여자는 그러면 안 된다. 그런 사고가 아직도 있다.

과거 남자는 첩 제도를 이용해서 여자를 두 명, 세 명씩 거느릴 수 있었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죽으면 평생을 혼자 사는 열녀가 되어야 칭송받는 사람이 된다. 그런 가부장적인 문화와 제도가 계속해서 내려왔다. 그래서 남자들이 보통 여자가 임신하면 낙태하라 얘기하고, 그 순간 자신은 이미 선택을 했기 때문에 그 이후에는 너(여성)의 선택이고 자기 일이 아닌 것 마냥 행동한다.

본인 몸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몇 달 동안 배불러서 아이를 낳는 것, 낙태하는 것도 여성이니까 자기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작 여자가 낙태하면 고소를 하는 비상식적인 남성들이 있기도 하다.

'남자는 회피해도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는 부모들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런 대부분의 부모가 여자 탓을 하는데, 첫 성 경험 연령이 10대 초반으로 내려갔으면 자기 아이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건 내 아이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서 남자 애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는 현실이다. 그런 부모 아래서 자라난 남자애들은 자연스레 자기는 책임을 회피해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버지의 역할은 단순히 돈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정서적인 부분의 지원도 굉장히 중요하다. 돈을 못 준다면 정서적인 부분이라도 해결해줘야 한다.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져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손만 잡고 연애하던 시기는 더 이상 아니다. 책임지지 않는 남성들에 대한 처벌도 변화해야 한다.

스웨덴에서는 이런 남성들에게 출국 금지 처분을 내리거나 외국에 있으면 다 추적을 하는데, 분명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런 제도적인 부분에서 선행이 되어야 하고. 남성들이 책임을 안지면 안 되는구나 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만들어져야 한다.

지금은 모든 게 여성의 책임이다. 애는 같이 키워야 하기에 남자가 그러면 안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남자가 잘못했어도 여자를 욕하는 이상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교육밖에 답이 없는 거 같다. 지금 세대의 선생님들은 우리들이 교육하고, 우리는 우리 애들을 키우면서 걔네를 교육하고. 걔들이 또 미혼모 자녀로 자라나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걸 우리 사회에 다시 얘기하면서 교육해야 한다.

저의 좌우명은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 인데, 미혼모가 되고 나서부터 생각한 좌우명이다. 제가 아이를 낳고 가족들도 못 보는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정말 슬퍼했었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만 바뀌니까 제 삶이 이렇게 변화했다. 우리의 생각이 바뀌면 분명 세상도 바뀌고 내 운명도 바뀌고 다 바뀐다. 그래서 미혼모 문제에서 사회 변화가 가장 우선인 게 아닌가 싶다."
 

변화된 미래를 만드는 미혼모협회, 인트리의 최형숙 대표. ⓒ 김수형

    
- 이러한 미혼모에 대한 왜곡된 시선과 사회적 차별이 근절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엄마들이 겪는 차별은 여성으로써 겪는 차별이다. 미혼모라는 것이 마치 우리나라에서는 신분처럼 여겨지고 있다. 언제든지 변할 수 있고 지금 내가 처해있는 상황일 뿐인데 말이다. 이는 누구나 될 수 있는 거다. 내 주변 친구들, 가족들이 될 수도 있다. 누가 미혼모, 미혼부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런 편견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죽을 만큼 힘든 고통을 주는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저는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면 그래도 바뀔 줄 알았는데, 지금 중2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안 바뀌었다. 학교에서 한 부모 가정 아이들이 미혼모와 관련한 인터뷰를 했는데 미혼모라는 말을 모르더라. 그냥 우리 집은 엄마랑 나랑 둘이 살아요. 그게 끝인 거다.

학교에서 가족을 가르치는데 구성원이 '엄마, 아빠, 나'로 되어 있길래 그 아이는 참 의아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아빠가 없는데, 아빠가 없으면 이상한 건가? 나는 이상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는데. 학교에서도 한 부모 가정이라고 하면 안 좋고 불쌍하다고 배우지만 자기는 나쁘다 생각하지 않고 행복하다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우리의 인식도 그렇게 변화하지 않으면 사회적 살인은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예전에 무궁화호에서 21살 여성이 화장실에서 애를 낳았다고 한다.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고통 속에서 홀로 얼마나 무서웠겠는가. 특히 어린 친구들은 병원에 잘 안 가는데, 한국 사회에서 미혼모를 남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기 때문이다.

어린애가 산부인과를 간다는 것 자체에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기 때문에 숨기게 된다. 이건 '나'의 문제이다. 내가 바뀌어야만 내 딸이 애를 낳고 내 동생이 애를 낳았을 때는 지금의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 이혼율이 40%를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 정상 가족이란 것은 없다. 뭐가 정상이고 비정상인 것도 없다. 국가의 제도 정책들도 어서 바뀌어야 하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미디어, 영화, 드라마에서 미혼모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어야 한다. 미디어에서 비추는 미혼모는 항상 남자를 만나야 해피엔딩인 식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문화적 차원에서도 인식개선을 해야 한다.

저는 왜 미혼모나 한 부모 가정의 공익광고는 없을까 해서 여성가족부에 10년 전부터 계속 얘기를 해오고 있는데도, 안 만들어 진다. 미혼모를 조장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문체부에서 계속 반대를 한다는 것이다. 미혼모가 뭘 잘했다고 광고를 내냐는 거다. 이런 인식적인 부분부터 빨리 변화해야 한다."

- 미혼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해소되고, 이런 문제들로 고통받는 여성들이 없는 세상을 살아가야 할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신 말이 있다면?
"저는 생각이 바뀌면 운명이 바뀐다는 말을 항상 생각하고 사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때 한 말이 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저는 딱 그런 세상을 원한다. 미혼모 여성들은 애초에 시작이 평등하지가 않다. 애가 있지만, 결혼을 안 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서류가 불합격당한다.

좀 더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주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우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다. 지금의 학생들, 고등학생들, 사회초년생들이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주역들이 되었을 때는 이런 미혼모에 대한 편견들이 사라져야 한다. 지금 공부하는 학생들이 그런 사고를 가지고 살아줬으면 좋겠다.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미혼모는 결코 계급이 아니다. 지금 당장 처해 있는 상황일 뿐이다.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굳이 안 바뀌어도 행복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저희 단체에 미혼모가 오시면 그 사람이 과거에 뭐 했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 사람이 과거에 유부남을 만났었던, 집을 나왔든 간에 그런 것들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부터 애를 낳고 살면서 우리와의 관계, 아이와의 관계를 잘 형성해나가며 새로운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도 그런 생각들을 가지며 자랐으면 좋겠다. 미혼모가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을 모두가 가지게 된다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저는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10년 뒤에는 더 희망적일 거고, 그 20년 후에는 더 희망적일 것이다.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남학생들의 사고가 바뀌었으면 좋겠다. 남자는 그래도 되고 여자는 그러면 안 된다는 사고가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피해를 보는 게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더 많은 현실이니까."

미혼모 문제는 더 이상 '어린 여성의 윤리적 일탈' 같은 개인적인 차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더욱 복잡해져가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누구에게나 닥쳐올 수 있는 우리 모두의 현실적 과제인 것이다. 이제 결혼한 부모와 자녀만이 '정상가족'으로 규정되는 폭력적인 사회를 벗어나, 모두가 자신의 선택과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시대가 펼쳐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한 부모 가정을 다양한 가족의 형태로 인정하고 뿌리깊은 편견과 차별을 깨부수기 위한 사회적 인식변화와 더불어, 미혼모들의 자립과 사회적 재활을 위한 실질적인 제반 서비스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구직 단계부터 자립의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받지 못하고 양육과 생계 속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미혼모의 문제가 사회적 차원에서 다시금 재정의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원정책과 제도의 주체인 정부와 관계부처 간의 상호 긴밀한 협조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도 많은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방송사 오디션 8강 진출했지만... 3만원 받았습니다
  2. 2 "개미들 돈 버는 건 거품 덕...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서 나와야"
  3. 3 거기 사람 묻혀 있다... 한라시멘트의 끔찍한 과거
  4. 4 왜 안방에서 연예인의 외도와 성생활까지 봐야하죠?
  5. 5 리얼돌 수입 허가한 법원이 내세운 근거 4가지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