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잡고 수차례 패대기... 고양이 연쇄살해가 벌금형?

[스팟인터뷰]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팀장 "잇따른 길고양이 잔혹사, 법적 규제도 미비"

등록 2019.07.11 16:14수정 2019.07.11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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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5일 새벽 3시경, 한 남성이 고양이 꼬리로 추정되는 것을 잡더니 팔을 크게 치켜 올리고는 벽과 바닥을 향해 격하게 패대기친다. 위와 같은 행동을 수차례 반복하던 그의 그림자 형상이 CCTV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다음날(26일) 위 영상 속 가해자가 또 다른 고양이를 죽인 뒤 인근 하천에 유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양이 사체 부검 결과, 사인은 '외력으로 인한' 두개골 파열이었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가해자는 27일 새로운 새끼 고양이를 분양받았다.

해당 사건을 조사한 동물자유연대(아래 동자연) 측은 28일 수원지방검찰청에 가해자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지만 검사는 가해자를 약식기소(벌금형)했다. 새로 분양받은 고양이에 대한 어떤 규제도 없었다.

11일 동자연의 채일택 팀장에게 위 사건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 6월 25일, 길고양이가 잔혹하게 살해 당하는 CCTV 영상을 공개했다.
"죽은 고양이의 이름은 시껌스다. 경기 화성시 남양읍에서 살았던 길고양이였다. 동네 주민들이 이름을 공유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고양이였다. 25일, 늘 머물던 동네 미용실에서 시껌스의 모습이 보이질 않자 주민들이 먼저 찾아 나섰다. 주민들은 다음날 우리 측에도 제보를 넣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장에 나갔을 때는 이미 풀숲에 처참히 유기된 상태였다.

사건 담당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는 시껌스가 먼저 본인을 할퀴었다며, 방어차원에서 죽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CCTV에 나오는 모습은 다르다. 가해자는 거침없이 다가가 꼬리를 잡고, 잔혹하게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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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시껌스가 매일같이 상주하던 미용실 앞에 놓인 국화꽃 ⓒ 동물자유연대

 
- 그가 다음날 또 다른 고양이도 죽였다던데?
"주민들의 제보가 바로 이어졌다. 시껌스를 죽인 다음 날인 26일, 주민들이 가해자가 양손에 비닐봉투를 든 채 하천 주변을 서성이는 것을 목격했다. CCTV에도 양손에 봉투를 들고 가던 그의 모습이 찍혔다. 그 다음날인 27일 하천에서 추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가해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뺌했지만 CCTV 영상과 '외력에 의한 두개골 파열'이라는 고양이 부검결과가 나오자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도 그가 죽인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그가 상습적으로 동물학대를 했다는 근거다. 이를 바탕으로 28일, 고양이 학대범에 대한 고발장을 수원지검에 제출했다."


- 가해자는 어떻게 됐나?
"검사가 약식기소(벌금형) 했다.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동안 많은 동물학대사건들이 솜방망이 처벌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건은 최근의 사회적 인식과 맞지 않는다. 학대사건과 관련해 형량 자체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솜방망이 처벌은 동물학대를 방조하고 오히려 부추기는 처사다. 심지어 그는 지속적으로 동물 학대 및 살해를 했기 때문에 가중처벌 대상이다. 현행 동물보호법에서도 연이은 학대와 관련해 처벌을 높이고 있다."

(2018년 3월 22일부터 동물학대 행위를 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강화되고 학대의 범위 또한 넓어졌다. 학대 행위를 상습적으로 할 경우 해당 형의 1/2까지 가중 처벌한다. 회사의 대표자나 종업원이 해당 처벌을 받은 경우 법인에도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게 됐다. - 기자 주)

- 그런데 가해자가 또 다시 새끼고양이를 분양 받았다고.
"가해자는 추가 살해 후 태어난 지 약 1개월 된 새끼고양이를 2만원에 다시 분양받아왔다고 한다. 가해자가 새끼고양이가 든 이동장을 들고 미용실 앞을 지나간 것을 목격한 주민이 제보했다. 활동가들이 새끼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관할 지자체의 동물보호 담당관, 인근 지구대의 경찰과 함께 피의자의 집을 방문했다. 고양이는 현재 동물자유연대에서 보호하고 있다. 하지만 가해자는 '내가 산 거다', '내 거 내놓으라'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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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하천에서 발견된 추가 고양이 사체 ⓒ 동물자유연대

 
- 동물 학대자의 동물 분양에 대한 규제책은 없나.
"없다. 이 부분이 정말 큰 문제다. 외국은 동물 학대를 했을 경우, 가해자의 동물 소유권을 제한하거나 박탈한다. 미국 일리노이주, 테네시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은 관련법이 전무하다. 현행 동물보호법 상 동물 학대자의 소유권 박탈, 혹은 동물을 키우지 못하도록 소유를 제한하는 내용이 없어 가해자를 규제하지도 못한다.

이번 가해자처럼 동물을 연이어 학대했을 경우, 다른 동물에게도 같은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법적으로 격리 할 수 있는 대상은 직접 피해 당한 동물뿐이다."

- 동물 학대 사건이 빈번한 편인가.
"길고양이가 특히 그렇다. 사람과의 접촉 반경이 넓은 반면, 보호자가 없기 때문이다. 특정된 보호자가 없다 보니 동물 학대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한다. 며칠 전에도 길 고양이를 쇠파이프로 내려쳐 죽인 사건이 있었다. 충남 아산시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학교에서 당직을 서던 한 직원이 고양이를 쇠파이프로 내려치고, 꼬리를 잡은 채 벽에 내쳐서 죽인 사건이다. 고양이는 살아 있지만 중상이다. 안구가 돌출되고 두개골은 골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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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구조하여 동물자유연대가 보호 중인 새끼 고양이 ⓒ 동물자유연대

 
- 대안은 무엇인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는 수사당국의 동물학대 몰이해 및 생명감수성 결여에 대해 강력히 규탄할 예정이다. 정식 재판으로 가서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이 내려지도록 할 것이다. 동물 학대자의 소유권 제한을 요구하는 법안 발의도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법적인 개선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하는 것이 생명에 대한 시민의식이다. 규제책이 면밀히 갖춰 있더라도 생명에 대한 기본적 의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개선될 수 없다. 법과 인식 개선이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동물 #학대 #살해 #고양이 #동물자유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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