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혁신위원장 돌연 사퇴, 술렁이는 바른미래당

"당 깨려는 검은 세력, 젊은 혁신위원들 뒤에서 조정"... '지도부 재신임' 또 논란

등록 2019.07.11 17:28수정 2019.07.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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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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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원회 이기인 대변인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대환 혁신위원장의 사퇴는 위원장 개인의 거취일 뿐이라고 밝히고 1차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저는 혁신위원장 자리를 내려놓고자 한다. 혁신위가 활동하는 일주일 내내 크게 실망했다. 젊은 리더들이 계파갈등 전위대 역할을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혁신 위원 중 '손학규 퇴진' 얘기만 계속하는 분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당내 갈등을 그대로 재현하는데 제가 뭘 하겠나."
(주대환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11일 오후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위원장직 사퇴'를 표하며)

"주 위원장은 당초 혁신위 맡은 목적이 무엇이었나. 코치 역할 하겠다더니 선수들에게 한 마디 상의·연락도 없이 돌연 사퇴하는가. 코치 없다고 경기를 포기할 수 없듯, 바른미래당 혁신을 멈출 수는 없다. 개인 의견이자 거취 표명으로 치부하고, 흔들리지 않겠다."
(이기인 같은 당 혁신위 대변인, 주 위원장 직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혁신안'을 발표하며)


당대표 거취 문제로 내홍을 겪던 바른미래당이 혁신위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오후 2시께, 30분 간격으로 혁신위원장과 혁신위 대변인이 정반대 내용의 기자회견을 진행됐다. 이날 주대환 혁신위원장이 돌연 사퇴 의사를 밝히고, 이어 김소연 혁신위원도 "부끄럽다. 혁신적이지 않은 혁신안을 의결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사퇴 의사를 알리면서 당내는 술렁이고 있다.

주 위원장은 이날 오후 2시께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의사를 확실히 밝혔다. 그는 이날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저는 (바른미래당이) 계파갈등을 멈추고 미래 발전 전략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지난 일주일여 혁신위 활동 중 계파갈등이 그대로 재현되는 걸 봤다"며 "크게 실망했다. 특히 젊은 위원들을 뒤에서 조종하는,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에 대해 크게 분노를 느끼고, (그들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위원장은 "제가 그들과 맞서 싸워 이 당을 지키려 노력했어야 하지만, 역부족을 느끼고 그 직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혁신위가 당의 발전전략을 내놓지는 않고, '손학규 퇴진' 얘기만 계속 하는 사람이 절반이었다"며 "(어제 내놓은) 합의안 자체가 설익은 합의다. (어제 혁신안은) 혁신위가 내야 할 발전전략이 아니라고 봤다. 제가 우려하며 더 논의하자고 간곡히 얘기했으나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도부 재신임' 문제 결정타 됐나

실제 오후 2시 30분 이기인 혁신위 대변인이 발표한 혁신안에 따르면 ▲청문회 방식의 공개 공청회를 통한 현 지도부 운영방식 검증 ▲현 지도부 재신임 등을 포함해 바른미래당 지지하는 당원·국민에 대한 여론조사 실시 ▲이를 반영해 21대 총선 승리, 당 쇄신을 위한 구조·지도체제 등 최종 결론을 혁신위가 당 지도부에 제안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총 9명 혁신위원 중 전날 주 위원장을 비롯한 4명 위원은 '지도부 재신임·거취'를 혁신안에 넣는 데 대해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결국 표결로 혁신안이 의결됐다. 이날 주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는 표결을 둘러싼 갈등의 결과로 보인다. 주 위원장은 이후 "(표결이) A안·B안이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제 의견과 달라서 불만을 품은 건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하며 선을 그었다.

'당을 깨려는 세력'과 관련한 질의도 이어졌으나, 주 위원장은 "제가 누구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자 여러분이 조금만 지켜보면 곧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몇 달 동안 지속돼온 계파싸움이나 이런 게 결국 당을 깨자는 얘기 아닌가"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반면 이기인 대변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주 위원장이 앞서 '계파갈등 재현' 얘기를 했는데, 지난 5번 회의록에 따르면 주 위원장이 (오히려) 다른 속내를 가지고 있었다는 게 제 개인적 추측"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회의 때 혁신위는 재차 협의와 양보를 거듭하며 혁신안을 만들었다. 민감한 '재신임'을 설문 문항에 넣느냐 빼느냐를 가지고 논쟁했다"며 "갑자기 왜 저렇게 사퇴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애초 혁신위의 혁신안은 오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었으나, 위원장·위원이 잇달아 사퇴하면서 혁신위은 급격하게 힘을 잃게 됐다. 이기인 대변인은 "(혁신위에서) 무조건 '손학규 사퇴' 같은 의견은 개진된 적은 없던 걸로 안다"면서도 "방법론 차이가 있을 뿐 9명 위원 모두 지금 체제로 총선에 임할 수 없다는 데엔 공감대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원장이 사퇴한다고 해도 혁신위 해산 근거가 없다"며 "진통 속에도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오 원내대표는 같은 날 오후 본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혁신안이 위원장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결정에 불복해 사퇴해버리는 건 너무나 무책임한 일로 몹시 유감스럽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렵게 만든 혁신위가 위원장의 돌출행동으로 인해 좌초돼서는 안 된다"라며 "당 혁신 작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후임자 인선 문제를 최고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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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혁신위 #주대환 사퇴 #혁신위원장 #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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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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