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산다 #1] 인도에서 보낸 7년, 나는 무엇을 찾았나

어렸을 적 내가 치열하게 했던 고민 "나는 인생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등록 2019.07.12 11:56수정 2019.07.18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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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맹이 시절의 나는 밖에 나가 뛰어노는 것 이외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었다. 친구들과 놀 때도 다른 아이들을 이끄는 쪽보다는 이끌림을 당하는 쪽이었던 것 같다. 사실 조각조각 남아있는 그때의 기억으로는 정확하게 내가 어떤 아이였는지 설명하기는 어렵다. 지금이라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증후군(ADHD ;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진단을 받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엄마는 열린 교육관을 갖고 계셔서 그런 나에게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으셨고, 아버지는 바깥일이 바쁘셔서 내 생활을 간섭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단지 가끔 그동안 공부한 것들을 가져오라는 불호령이 떨어지곤 했다. 그런 날이면 집에 있는 아버지가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학교를 일찍 들어갔기에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했다. 그래서 받아쓰기 시험을 보면 엉망이었다. 그런 날이면 열린 교육관을 가진 우리 엄마도 나를 붙잡고 한참이나 한글을 가르치고 다그치며 화를 내곤 하셨다. 천만다행인 것은 성공적으로 한글을 다 배운 나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때는 정말로 읽고 쓰는 것이 어려웠다.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어느 정도 따라가기에 바빴다. 진심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리 나를 설득하려고 해도 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다들 하고 있고, 나도 해야 한다고 하니 조금씩 억지로 했다. 지금에 와서는 더 열심히 해두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더 열심히 해두었다면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데 덜 힘들었을 테니까.

그래도 그때는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더 공부하겠다고 뜻을 두게 될 줄을. 물론 누구나 평생 공부한다. 단지 그것이 공부라고 생각하지 못할 뿐이다. 배움에 적합한 나이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지 좀 더 몰입해서 배워야 하는 시기가 있다고 본다. 그 시기가 어느 나이 때에 오든 살면서 한 번은 누구에게나 오지 않을까.  

대학에서 요가를 전공한 나는 '인도'라는 나라에 남다른 친숙함을 느꼈다. 실제로 인도 여행을 다녀왔고, 나에게는 흥미로운 나라가 아닐 수 없었다. 한때는 인도에 가서 제대로 요가 공부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나의 관심은 점점 다른 곳으로 흐르고 있었다. 처음부터 의학에 뜻을 둔 건 아니었다. 나도 잘 몰랐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크게 망설이지 않고 선택했다. 나중에 공부를 하며 깨달았던 것은 내가 의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단지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나는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 그 용기 있는 선택에 감사함을 느낀다.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어떤 이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마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조언이나 제안을 했고 그때그때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 선택으로 나는 7년이 넘는 시간을 인도에서 보냈다. 그리고 앞으로 적어도 5년은 더 공부를 할 마음이 있다.

인도에서 지낸 7년간의 이야기를 조금씩이나마 풀어내 보고 싶다. 나는 인도에서 무엇을 느꼈으며, 무엇을 배웠고, 어떻게 살았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나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게 됐다. 평생 공부할 학문과 할 일을 찾았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제 브런치와 블로그에도 게재합니다.
#인도 #인도에서살기 #인도의학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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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대학 아유르베다 전공. 인도 아유르베다 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 후 동 대학원 고전연구학 석사를 마치고 건강상담, 온/오프 특강을 통해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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