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18년에 애가 넷, 가장이 택한 직업들

[서평] 박철현 지음 '이렇게 살아도 돼'

등록 2019.07.15 16:30수정 2019.07.1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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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겐 자신만의 일이 있다. 좋아하는 일이든 싫어하는 일이든 생업을 위해 소득을 받아가면서 일을 하면 직업이 된다. 사람마다 이렇게 가지게 된 직업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평생 한 직업을 가지고 장인 정신을 쌓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적정한 나이에 일을 그만두고 은퇴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평생 고용이 지켜지기 어려운 시대다. 그렇다고 이직이 쉬운 것도 아니다. 다양한 업종마다 다양한 일에 대한 가치관이 존재한다. 때문에 한 가지 일을 잘한다고 해서 다른 일까지 잘한다는 보장이 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게임 회사, 파칭코, 기자, 술집, 인테리어 업체 등 다양한 업종에 몸담은 사람이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말한 책이 있다. 다른 사람의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자신이 가진 직업관을 점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살아도돼 ⓒ 박철현

  
저자인 박철현씨는 대학에서 영화과를 다니면서 시나리오와 글 쓰는 일을 배웠다. 졸업한 후에는 게임회사 일을 했고, 일본에 건너간 후에는 파칭코, 기자, 술집, 인테리어 업체 등의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그는 한국의 주요 일간지에 칼럼도 썼고, 지금은 두 권의 책을 출판한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겪었던 직업과 그 직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일본에서 '노가다 뛰는 칼럼니스트'라는 말을 들으며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처음에 한국에서 게임회사에 취업했다고 한다. 게임회사에 다녔지만 그에게 게임회사 일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경마에 돈을 거는 일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우연히 알게 된 경마에서 돈을 번 것이 행운을 가장한 불행이었다.

그는 젊은 사람이 겁도 없이 사채까지 끌어들여서 돈을 모은 뒤 경마에 모두 탕진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돈을 벌고 경마에 그 돈을 다 몰아넣은 뒤, 돈이 없으면 빚을 지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그의 일상은 붕괴한다. 사채업자가 집까지 쫓아오는 일까지 생겼다. 얼마 전까지 회사에 다녔던 청춘의 삶으로는 매우 처참한 지경이었다.

그는 이런 삶을 벗어나기 위해 일본에 가기로 한다. 사채업자에게 말하고 일본에서 성실하게 일해 돈을 갚기로 하고 일본에 상륙했다. 열악한 기숙사 환경을 맞닥뜨린 그는 자신이 살던 고시원보다도 못한 주거에 놀라지만, 마음을 다잡고 일을 시작한다.

그가 시작한 일은 매우 다양한데, 호객 일부터 파칭코(일본에서는 합법이다), 언론인, 술집, 인테리어 업등 다양한 길을 걸어왔다. 그중에는 파칭코처럼 합법적이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별로 바람직스럽지 못하게 보이는 일도 있었다. 그는 어떤 일이든 성실하고 악착같이 했고, 자신의 능력을 다 바쳐서 최선을 다했다.

이런 태도 때문에 저자는 우선 가까스로 사채빚을 갚았다. 이후 오마이뉴스 재팬에 취업, 일본에서 언론인으로 살아가며 다양한 일본의 거물들을 만났다. 언론인 시절을 하나하나 추억하는 것을 보면 언론인이 꽤 적성에 맞았던 것으로 보이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때문에 직업을 바꾸게 되었다. 저자는 부모된 사람의 책임감을 강조하는 사람이고, 일본 생활 18년에 애가 넷이었다.
 
가난했지만 가난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들을 키우려면 돈을 벌어야 한다. 나 좋다고 기자를 계속할 수 없었다. 글은 언제라도 쓸 수 있다. 처음 기자가 된 것도 기자가 되고 싶어 택한 게 아니었다. 상황이 닥쳐온 것이었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2010년의 상황은 초콜릿 케이크를 만들어 주는 아이들과, 그리고 미리 알아서 목욕물을 받아놓은 아내였다. - 130P.

그는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영업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데, 최종적으로 택한 일이 바로 인테리어 업이었다. 지인의 소개로 잘 알지 못했던 사업을 시작한 그였다. 하지만 자신의 전직들은 인테리어와는 정말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단조롭지만 규칙적인 성실한 생활, 악착같이 노력하는 태도로 인해 사람들의 신망을 얻게 된다. 자신의 일에 대해 칼럼을 쓰고 신문에 기고한 덕분에 현장 근무자들에게 인정을 받아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도 했다. 그 결과 책이 나오게 된 지금, 그는 자신만의 직업과 조직에 대한 관점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업과 조직은 다르다. 조직이 만약 부조리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면 그 늪에서 건져낼 생각을 먼저 하는 것이 업을 대하는 진정한 자세다. 하지만 노력을 해도 안 된다면, 즉 내 업을 실현시킬 가망이 없는 조직이라고 판단될 때는 당연히 떠나야 한다. 이것 역시 업을 대하는 올바른 태도다. - 113P

책에는 저자가 일본에서 한 다양한 일들이 적혀 있는데, 저자가 파칭코 도박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 하루 종일 파칭코 기계만 돌렸다는 얘기는 개인적으로 매우 놀라웠다.

이런 일을 해서 먹고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또한 일본의 밤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나 사채로 인해 고생한 이야기는 꽤 무겁고 어두워서 사람에 따라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이 책은 '직업을 중심으로' 저자의 인생을 돌아보는 에세이인데, 저자는 굉장히 불안한 환경에서 전혀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직업을 택해서 살았다. 때문에 저자가 쓴 다른 책보다 내용이 훨씬 무겁고 아슬아슬하게 읽힌다.

다만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자신의 분위기까지도 일에 맞추려고 하는 저자의 태도에서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어떤 일이라도 성실하게 임하려는 저자의 업에 대한 태도때문에 아슬아슬한 삶이 궤도를 찾은 것이 드라마틱하다. 그 맛에 읽는 책이다.

이렇게 살아도 돼 - 지금의 선택이 불안할 때 떠올릴 말

박철현 (지은이),
하빌리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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