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부모가 자녀에게 미안해하는 이유가...

[인터뷰]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심준형 공인노무사②

등록 2019.07.17 09:42수정 2019.07.17 10:42
0
원고료로 응원

청소년 노동상담 자원활동가 교육에서 심준형 공인노무사가 강의하고 있다. ⓒ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제공


[이전기사] "아직도 노동법 안 지키는 곳이 있다니 놀랐다"

충남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심준형 노무사와 <1편>에서는 최근 학교비정규직과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주로 이야기를 나눴다. <2편>에서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사례와 비정규직 없는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 들어본다. 

- 기억나는 상담내용이나 실제 도움(해결)을 준 사례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청소년 임금체불 사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서산에서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청소년을 대규모 고용하고 있으면서도, 노동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상담을 통해 알게 되었다. 4시간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있지도 않은 휴게시간을 1시간이라고 근로계약서에 작성하고 3시간분의 임금만 지급했다. 

특히,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대타로 일을 하는 청소년에게 다른 청소년의 출근카드를 찍게 하는 등의 탈법행위가 당연시되고 있는 사업장이었다. 심지어 매년 1월부터 3월까지는 다시 근로계약서를 쓰면서 수습이라는 이유로 10%의 임금을 삭감하여 지급했다. 이 사업장에서만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센터를 찾아온 청소년이 20명이 넘는다. 센터를 찾아와 준 청소년들과 근무일지를 정리해서 사용자에게 시정을 요구했고, 사용자가 자신의 위법을 모두 인정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해주기 위해 (현재) 금액을 산정 중이다. 

충남청소년노동인권센터와 교육청에서 노동인권교육을 활발하게 받고 있는 충남지역의 청소년들은 기본적인 노동법 내용을 대부분 알고 있다. 청소년들이 이번 사건을 진행하며 자신들이 알고 있는 노동법이 단순하게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들이라는 점,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정당하게 문제제기를 하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는 지역내 비정규직 노동자 뿐만 아니라 청소년 노동자를 위한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상담'과 청소년 노동인권기행 등 권리침해를 받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들의 임금체불, 주휴수당 미지급, 휴게시간 위반 등의 내용을 상담하고 있다. ⓒ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제공


- 비정규직이 없는 사회를 만들려면? 
"근본적으로는 사회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단순히 '노력이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을 함께 해야 한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어려움에 공감하며,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는 법률 개정이다. 적어도 지금과 같이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 있게 규정돼 있는 법률을 시급하게 개정해야 한다. 

사람을 바꿔가면서, 업체를 바꿔가면서 기간의 제한 없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속하여 채용할 수 있는 법제도에 제한을 두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같은 일을 수년째 기간제 노동자로 채용하고 있는 기업에게, 해당 업무에는 반드시 정규직으로 채용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도록 해야 한다. 협력업체를 변경하면서 같은 업무를 수년째 외주화하고 있는 원청회사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과하는 등 근본적으로 비정규직을 기간의 제한 없이 양산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현행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당장 생계의 어려움과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을 가장 어려워 한다. 하청업체 소속으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일을 수년째 하고 있음에도 1~2년마다 한 번씩 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이 승계될지 걱정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저임금에 신분이 불안정하더라도 고용이 승계되어야 먹고살 수 있기에, 재계약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사장의 갑질에도 한마디 말도 못한 채 눈치만 보면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 노동자들이 많다.


또, 이분들은 몇 년의 경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업체가 바뀔 때마다 신규 입사자다. (그렇다 보니)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으로,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노후대책을 마련할 수 없는 게 당연해진다. 이들의 미래는 도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사회적인 시선에도 많이 힘들어 한다."
 

심 노무사는 "청소년들의 (임금체불) 사건을 진행하며 청소년들이 알고 있는 노동법이 단순하게 선언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들이라는 점"과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정당하게 문제제기를 하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경험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보람을 갖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가 '학교로 찾아가는 노동상담'을 통해 청소년들의 만나고 있다) ⓒ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제공

그 시선이 사회 전반에 퍼지는 것도 많이 안타깝다. 설문조사를 위해 만난 비정규직 노동자는 '부모가 비정규직이라서 자녀에게 많이 미안하다'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되물으니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부모님이 정규직인지 비정규직인지에 따라 친구로 받아줄지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심 노무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실태조사 중 설문조사에 남긴 이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심 노무사가 전해준 이들의 심정은 다음과 같다. 

"… 사회 인식부터 정규직은 능력 있는 사람이고 비정규직은 능력 없는 사람으로 인식되어 자괴감이 듭니다. 주변 사람에게 나의 직장을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도 없습니다. 일도 힘들고 모든 조건에서 열악한데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차별은 심하고 정규직들은 우리 비정규직을 무시하고 노예로 생각합니다…" 

"… 직영 간에 차별 없는 혜택과 대우를 해주세요. 직영 사업장에서 같이 근무를 하는데, 비정규직을 대하는 행동은 너무나도 달라 제 자신이 너무나 처량하고, 부끄럽습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에서는 실질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며, 제대로 된 노동법의 적용을 받되, 궁극적으로는 비정규직을 철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어려움을 겪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언제든지 센터의 문을 두드려 달라. 항상 기다리고 있겠다."
#서산시비정규직지원센터 #공인노무사 #비정규직노동자 #청소년인권 #서산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