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기반으로 하는 멋진 시놀이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31] 이창하 디카시 '멍멍'

등록 2019.07.16 15:36수정 2019.07.1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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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하 ⓒ 이상옥


더위에 놀란 숲이 강아지처럼
멍멍거렸다.
- 이창하 디카시 <멍멍>
 

SNS를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 사회가 활짝 열리면서 어떤 분야든지 특정 개인이나 계층이 주도하지는 못한다. 1인 미디어 시대에 있어서는 누구라도 정보의 생산자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회학자 마누엘 카스텔스는 <정보 도시>에서 문화적으로 도시를 지배하는 헤게모니를 지니고 있는 '새로운 전문적 관리 계층'인 사회 계급이 존재하며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도 동일한 형태로 나타나는 바, 이를 '이중 도시(dual city)' 라고 불렀다.

우리가 사는 도시가 비록 이중 도시라고 해도 전 근대사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누리고 산다. 아직까지 문단에도 카스텔스의 지적처럼 문단의 이중 구조는 견고하지만, 굳이 그런 비현실적인 구조에 편입될 필요는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시인으로 등단하지 않으면 시를 발표할 기회조차 없던 시절도 아니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발표 공간은 무한대이다. 기성 시인만이 시 창작의 독점권을 가지는 시대는 더 이상 아니다.

디카시는 더욱 그렇다. 시인이든 시인이 아니든 누구나 즐겁게 창작할 수 있는 것이 디카시다. 문자시의 창작 방식과는 달리 디카시는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면 스마트폰 디카로 찍고 그 느낌이 날아가기 전에 언술하고 영상과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SNS에서 실시간 순간 소통한다. 이런 점에서 디카시는 꼭 시적 훈련이 많이 된 시인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이창하의 디카시 <멍멍>은 시인이 길을 가다가 자연에서 강아지가 멍멍 짖고 있는 듯한 형상을 보고는 시적 감흥을 느껴, 더위에 놀라 숲이 강아지처럼 멍멍거린다고 순간 인식했다.

그래서 이 디카시가 창작된 것이다. 단일 서정으로 강렬하게 드러나는 이 디카시는 결코 만만하게 보이지 않는다. 전혀 예상치 못한 신의 선물인 듯이 이 디카시가 느닷없이 길거리에서 찾아왔다.

그것이 신기해서 이창하 시인은 내게 SNS로 보내준 것이다. 이게 바로 디카시가 아니냐고. 아, 감탄하며 나는 그렇다, 이게 바로 문자시의 상상력과 다른 전형적인 디카시가 맞다고 생각했다. 이렇듯 SNS를 기반으로 하는 멋진 디카시의 시놀이는 문자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느닷없이 걸거리에서 찾아온 시, 디카시

디카시는 문자시와 달리 순간의 시적 감흥을 표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자시의 그것처럼 상상력의 깊이나 존재의 심층을 다층적 이미저리로 다 드러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태초의 순수한 원형적 정서를 순간 깊은 울림과 함께 단촐하게 드러내는 디카시의 텍스트성은 문자시가 드러내지 못하는 또 다른 시적 감흥을 담지한다.

디카시는 1급 시운동을 지향하면서도 시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의 대중화 운동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는바, 이창하의 디카시 <멍멍>은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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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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