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지기" "경주시민 우롱" 원자력환경공단 비난 봇물

등록 2019.07.15 19:42수정 2019.07.1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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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방폐장으로 반입한 방폐물 드럼을 처분용기에 밀봉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 경주포커스


15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으로부터 핵종분석 오류 재발방지 및 후속대책을 보고 받은 경주시의회 전체의원간담회에서 발언에 나선 의원들은 대부분 그동안 현행검사체계의 미비점이나 허점보완을 하지 않은 원자력환경공단을 강력 비판했다.

지난달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조사결과는 경주방폐장으로 보낸 폐기물 2600드럼 가운데 무려 2111개 드럼에서 핵종농도 정보오류를 초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반적인 관리부실을 지적했다. 하지만, 경주시의회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무사안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현행 검사체계는 방사성 폐기물 발생자가 원자력환경공단에 방폐물 인수의뢰를 신청하면 공단은 그 이후 발생자가 만든 최종분석값을 토대로 서류 및 방폐물 드럼의 실측검사를 수행하는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무더기 핵종분석 오류사태는 이같은 현행시스템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원자력환경공단이 재발방지 대책으로 제시한 것은 이같은 발생자 위주의 현행검사 체계를 개선해 처분자가 방사능 핵종 분석 사전검사 및 현장입회검사, 교차분석을 할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전담조직 신설 등 자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재발방지 대책을 보고받은 경주시의회의 비판은 방폐물 관리전담기관으로서 경주 방폐장을 운영하기 전에 원자력환경공단이 책임감을 갖고 방폐물 발생자 분석과정 등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했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핵종분석 시스템이 미비했다면, 방폐물 전담기관 입장에서 경주방폐장 운영개시 전에 시스템을 보완하도록 노력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가 이번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무더기 오류사태를 빌미로 재발방지 대책을 제시하고 나선 것 자체가 그동안의 무사안일을 역설적으로 반영한다는 것이다.

엄순섭 의원은 "장비와 인력 등을 충분히 준비해 놓고 운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2015년부터 운영을 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김승환 의원은 "시장과 의장이 협의해서 결의대회라도 열어야 한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방폐물을 반입하면 시민들에 대한 배신"이라며 반입 처분 중단을 요구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향해 원색적 비난 발언도
 

사진왼쪽부터 엄순섭 김승환 장복이 박광호 의원.
ⓒ 경주포커스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안일한 대응과 관련해서는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한 비판 발언도 적지 않았다.

특히 장복이 의원은  원자력환경공단이 사전검사를 하지 못하고 인수의뢰 신청후 최종 분석 및 서류검사를 한 현행 검사체계와 관련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창고지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장 의원은 "원자력환경공단의 책임자 연봉이 얼마냐? 1억원이 넘겠죠. 창고지기의 장(長)의 연봉이 그리 많나?"고 질문한 뒤 "(핵종분석)이런 업무를 전혀하지 않고, 여기서(한국원자력연구원) 준 데이터를 믿고 실어 오면 적재만 했다는 점에서 창고지기와 다를바 없다"고 힐난했다.

장 의원은 "재발방지 대책을 보면 결국 이런 것마저 준비도 하지 않은 채 운영을 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라며 "재발방지 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반입 및 처분 중단을 공단이 먼저 약속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광호 의원은 "(방폐장 운영 및 처분의) 운영 사각지대가 있었지만 원자력환경공단은 선제적 대응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서 "시민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체 수익을 내기 위해 서둘러 운영한 것은 경주시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경주시 관련 부서 공무원들과 전직 공단 관계자는 "원자력환경공단이 재발방지대책을 치밀하게 준비하고 시의회에 왔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며 "차라리 보고하지 않은 것만 못한 결과를 초래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성 폐기물을 제외하고, 원전에서 배출한 중저준위방사성 폐기물이라도 반입및 처분재개를 호소하려던 원자력환경공단의 계획은 이날 간담회를 계기로 더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었다.

윤병길 의장은 이날 회의에 한국원자력연구원이나 원자력안전위원회, 산자부 관계자가 참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핵종분석 무더기 오류사태의 일차적 책임은 발생기관이자 방폐물 핵종 분석과 인프라를 갖춘 국내 유일한 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반적 수준의 관리부실에 기인한 것이므로 윤 의장의 발언은 핵심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라고 볼수는 있다.

그러나 시의회로서는 이들 관계기관 관계자를 회의장으로 참석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참석하도록 강제할 만한 근거가 희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반입 및 처분중단을 장기화 하는 것이 이들 힘있는 기관의 관심을 경주로 돌리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의회가 이번 간담회에서 놓친 것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1일 원안위 발표에 따르면 이번 핵종분석 무더기 오류 사태는 발생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체계화된 업무처리 절차 미비 등 전반적인 수준의 관리부실이외에도 2015년 경주방폐장 운영개시에 따라 보관하던 방폐물을 시급하게 처리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이다. 

즉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보관중인 방폐물을 하루라도 더 빨리 경주방폐장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시설 및 인력부족에도 불구하고 이를 밀어 붙인 것으로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따라서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이같은 졸속검사 원인은 대전지역사회의 여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전광역시 이외 지역으로 방폐물을 조속히 반출하라는 시민사회의 압력에 밀려 졸속검사를 한 것으로  볼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의회 의원들이 조속한 반입재개를 요구하면서 최근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을 방문한 것으로도 대전사회의 여론이 어느 정도인지는 충분히 확인되고 있다. 결국 조속한 반출을 요구하는 대전 지역사회의 들끓는 여론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자의반 타의반 졸속 분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경주시민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경주방폐장의 안전성 확보다.

처분사업자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무사안일은 비판하되, 최근 공단이 제시하는 재발방지 대책의 관철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그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경주포커스에도 실렸습니다.
#경주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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