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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평창영화제 이사장, 북측에 "좀 더 속도 내달라"

[현장]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기자회견... 개막작 북한영화 <새>

19.07.16 15:08최종업데이트19.07.16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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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기자회견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남북관계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이런 경색 국면에서 영화제를 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우려도 있지만, 저희는 어려울수록 우리가 소통의 끈을 놓지 않고 평화의 토대를 쌓아가야 이게 열릴 때 활짝 꽃피지 않겠나 생각한다."
 
올해 처음 개최되는 '평창남북평화영화제'에 대한 문성근 이사장의 마음가짐이다. 문 이사장은 남북관계 개선에 영화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하며 남북관계의 통로역할을 하는 것이 영화제의 방향이라고 밝혔다.
 
집행위원장인 방은진 감독도 "현실은 갈등과 다툼으로 인한 긴장 상태일지 모르겠지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미래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한다"라고 영화제의 지향점을 강조했다.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속도 내달라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기자회견은 올해 국내에서 새로 시작하는 영화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이미 많은 영화제들이 관객들과 만나고  있지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남북교류에 방점을 찍은 행사기 때문이다. 지난해 남북관계가 화해 분위기로 전환되면서 문화 교류 중 영화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고, 이를 담아낸 것이 남북평화영화제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이를 국제무대로 확산시키면 어떻겠느냐"라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의 제안에 문성근 이사장이 동의한 이유는 영화의 힘을 알기 때문이었다. 지난해 7월에는 영화진흥위원회 차원에서도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문 이사장은 특위 위원장까지 맡았다. 통일인사이자 재야운동가였던 고 문익환 목사의 자제라는 특수성도 한몫했다. 남북이 영화를 통해 교류하고 협력하려는데 문성근 이사장만큼 상징적인 인물도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평양에서 열린 10.4선언 11주년 행사에 남북영화교류특위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한 문성근 이사장은 북측에 평창영화제에 영화 출품과 심사위원 선정, 출품작 감독과 배우의 남쪽 방문, 금강산 폐막식 등을 제안했다. 영화제 기간 중 VR기술을 활용해 평양과 개성 금강산을 생생하게 느끼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구상도 전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으로 들어가면서 영화제를 준비하는 이들은 많은 부분 벽에 부딪혔다. 지난 2월 독일 베를린에서 북측과 만나려고 계획했지만 소통과정에서의 문제로 베를린까지 온 북측 관계자가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은 올해 의욕적인 첫 출발을 내딛으려 했던 영화제에 먹구름이 됐다. 방은진 집행위원장 말대로 할 수 있는 대로 다 했지만 여러 구상들은 불발됐다.
 
"이런 때일수록 어떻게 해야 하나?"는 고민은 당연했고, "이럴수록 더 진행해야 한다"는 판단은 마땅했다. 문 이사장은 이날 북측을 향해 "북미대화와 남북관계 등에 있어 조금 더 속도를 내달라"고 요청하면서, 남북평창평화영화제는 항상 열려 있음을 강조했다. 영화제 관계자들 역시도 북측이 참석한다면 최대한 예우를 갖춰 대접하겠다며 전향적 자세를 요청했다.
 
이산 아픔 다룬 북한영화 <새>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 개막작 북한영화 <새>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비록 처음 구상과는 차이가 있지만 영화를 통해 남북교류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마음을 김형석-최은영 프로그래머가 선정한 영화들에 담았다.
 
개막작으론 북한영화 <새>가 선정됐다. 1992년 임창범 감독이 연출한 작품은 한국전쟁 때 헤어져 남과 북에서 각각 조류학자로 활동하던 부자가 조류 연구를 위해 날려 보낸 새로 인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류학자 원홍구, 원병오 박사 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북한과 일본에서 촬영했다.
 
아직 훼손되지 않은 북한의 자연환경과 희귀조류의 모습 등 볼거리가 풍부하고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로 분류되고 있음에도 드물게 정치적 색채를 띠지 않고 있다. 두 부자를 상징하는 남과 북의 애절한 상봉 스토리 등 분단과 이산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접근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는 '평양시네마'라는 부문을 통해 7편이 상영된다.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영화인 <왕후 심청>(2005년)과 영국 코미디언이자 여행자인 마이클 페일린의 북한 방문기인 다큐멘터리 <마이크 페일린, 북한에 가다>을 통해서는 북한 사회의 변화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한다.
 
프랑스 피에르 올리비에 프랑수아 감독의 <한반도, 백 년의 전쟁>은 최근 완성된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를 끈다. 북한의 장성급 인사들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의 인터뷰와 북한이 제공한 역사 자료들을 바탕으로, 고 이희호 여사를 비롯한 남한의 주요인사들 인터뷰를 적절히 엮어냈다. 3자의 시선으로 지난한 남북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다큐영화다.

북한에서 제작된 영화는 <봄날의 눈석이>(1985년), <산 넘어 마을>(2012), <평양에서의 약속>(2012) 3편이 상영된다. 2012년 작품들은 판권을 갖고 있는 해외 영화사들을 접촉해 가져왔다고 한다.
 
기획전에서는 분단 장르 영화 6편을 상영한다. 이두용 감독의 1980년 영화 <최후의 증인>을 비롯해 흥행작이었던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공작>, <웰컴투 동막골>과 <의형제> 등이다.
 
화해와 통일 의지 담아
 

평창남북영화제 포스터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평화를 주제로 하는 영화제인 만큼 시리아 전쟁과 IS(이슬람국가), 난민과 관련된 영화들도 준비됐다. 평화의 메시지와 부합하는 영화를 선정해 상을 주는 한국경쟁에는 <판문점 에어컨>을 비롯한 장·단편 19편이 경쟁을 벌인다. 
 
영화제 취지에 잘 들어맞게 남북관계의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염원하는 바람이 전체적인 프로그램에 잘 담겨 있다. 또한 분단을 넘어 화해와 통일을 지향하는 영화제의 의지가 선정된 영화들 속에 잘 구현돼 있다.
 
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오는 8월 16일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야외마당에서 개막하며, 20일까지 5일간 알펜시아시네마,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 CGV강릉에서 상영이 이뤄진다. 영화 상영 외에 전시와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평창남북평화영화제 문성근 방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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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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