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신부들' 등장하자, 요란하던 우리공화당도 '잠잠'

[현장]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 첫날

등록 2019.07.16 11:55수정 2019.07.17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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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가운데). 월요 미사 앞뒤로 광화문광장 곳곳에서 우리공화당 당원들의 집회가 열렸다. ⓒ 김시연

 
우리공화당이 장악한 광화문 광장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미사가 열렸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아래 사제단)은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동상 앞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를 봉헌했다. 지난 2017년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월요 시국 미사' 이후 '길 위의 신부'들이 광화문 광장을 다시 찾은 것이다.

다시 평화 찾은 광화문 광장

앞서 사제단은 지난 6월 월례회의에서 정전 협정 66주년인 7월 27일 전후로 매주 월요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있는 광화문광장에서 미사를 열기로 했다. 남·북·미 정상들의 화해 분위기 속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데 동참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미국대사관이 바라보이는 세종대왕 동상 앞은 이미 우리공화당이 차지했다.

이날도 소나기가 한바탕 훑고 지나간 광화문 광장 곳곳에선 성조기, 태극기를 앞세운 우리공화당 당원들이 확성기를 요란하게 틀고 집회를 열었다. 월요 미사를 앞둔 세월호 광장 주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하얀 전례복을 입은 신부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광장 주변은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미사를 주재한 사제단 대표신부인 김영식 신부는 "백척간두에 서 있는 것 같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라고 판단해 이 자리에 섰다"면서 "다행히 지난달 판문점 분단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세 사람이 손을 맞잡고 한반도에 돌이킬 수 없는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담대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렇다고 한반도에 평화가 온 것은 아니니 이즈음에 우리가 기도 한 숟가락 보태야겠다는 심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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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손년홍 신부가 한반도 평화를 주제로 강론하고 있다. ⓒ 김시연

 
사제단 통일위원장인 손년홍 신부도 이날 강론에서 "오는 7월 27일은 지난 1953년 정전협정을 맺은 지 66년째,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반도는 동서남북으로 갈려 총칼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도 미사를 준비하면서 희망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다,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만났고 미국 하원이 종전선언을 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하나씩 실마리가 풀려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손 신부는 "오랜만에 광장에 나와 미사를 하는데 다행히 7시 전에 저 뒤(우리공화당)에서 스피커가 꺼졌다"면서 "오늘 이 자리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가 끊임없이 이어져 하느님과 성모님의 도우심으로 진정한 한반도의 평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평화협정을 통해서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 전 세계 평화가 열렸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문규현 신부 방북 30주년 행사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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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맨 앞 오른쪽이 문규현 신부. ⓒ 김시연

 
정전협정 66년째인 올해는 지난 1989년 7월 26일 문규현 신부가 사제단 대표로 방북한 지 3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은 오는 7월 27일 서울시청과 광화문에서 문 신부 방북 30주년 행사를 예고했다.

이날 월요 미사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는 "월요 미사는 올해 연말까지 계속 할 것 같다"면서 "마침 방북 30주년이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하는 시기에 우리 기도를 멈출 수 없어 나오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이날 개막 미사 성명에서도 "30년 전인 1989년 문규현 신부 평양 파견 이래 겨레의 화해와 일치를 위하여 여러 가지로 노력해 왔다"면서 "오늘 시작하는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월요미사도 그런 노력의 하나"라고 밝혔다.

사제단은 "늘 그랬듯이 광장에 나와 열린 하늘 아래서 드리는 미사는 하느님께 매달리는 간절한 탄원"이라면서 "사람의 힘으로는 다할 수 없고 사람의 뜻으로는 이룰 수 없는 과업에 하느님께서 길을 열어주시고 힘을 모아주시라고 기도를 드리기 위해 여기에 나왔다"고 거듭 밝혔다.

이날 개막 미사엔 사제단 신부 30여 명을 비롯해 전국 수도회 수녀들과 신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저마다 "한반도에 평화를" "기차타고 유럽 가자, 남과 북 우리끼리"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고 '직녀에게'와 '내나라 내겨레'를 성가로 부르며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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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월요 미사'를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월요미사 #문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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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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