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넥타이와 이낙연 도자기, 100만원에 팔린 까닭

[현장]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 "독재정권 맞선 언론인 희생 기리는 불망비"

등록 2019.07.16 17:23수정 2019.07.1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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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재단(프레스센터)앞마당에서 열린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에서 참석자들이 제막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신홍범 조선투위 위원장, 김준범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 권영길 언론노련 초대 위원장,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 김환균 전 언론노조 위원장, 양승동 KBS사장, 안수영 한국PD연합회장,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최성주 언론연대 공동대표, 김병근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 회장(KNN 대표이사),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정연우 민언련 상임대표, 김성재 문체부 차관보. ⓒ 공동취재사진


문재인 대통령의 넥타이와 이낙연 국무총리의 도자기도 언론자유를 상징하는 '굽히지 않는 펜' 건립에 힘을 보탰다.

언론자유 조형물인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이 16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렸다.

"역사 앞에 거짓된 글을 쓸 수 없다"는 문구와 언론을 상징하는 만년필을 형상화한 이 조형물은 1970년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아래 동아투위)를 비롯해 과거 독재정권에 맞서 언론자유를 지켰던 언론인들을 기리고 있다.

오정훈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선배 언론인들이 청춘과 목숨을 바쳐 지켜온 언론자유 수호 조형물이 이곳 언론자유광장에 세워져 그 감회를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동아투위 선배들이 45년이 가깝도록 국가와 동아일보사로부터 사과도 받지 못하고 지난해 대통령 유감 표명만 있었던 게 안타까워 국가로부터 진정한 사과를 받기 위해 언론자유 조형물을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언론인과 시민 600여 명이 1억 4천만 원 모금

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3단체는 지난해 10월부터 힘을 합쳐 건립에 나섰고, 지금까지 120여 개 언론·시민·사회단체와 언론 노동자, 시민 등 600여 명이 참여해 9개월 동안 약 1억 4천만 원을 모았다.

이날 제막식에 앞서 조형물 건립을 위해 유명인들이 기증한 애장품 경매 행사도 열렸다. 9가지 애장품들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평소 메고 다니던 넥타이와 이낙연 국무총리가 국회의원 시절부터 애지중지했다는 도자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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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넥타이 경매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앞마당에서 열린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에 앞서 기금마련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쓰던 넥타이를 경매하고 있다. ⓒ 권우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브랜드도, 유명 작가 작품도 아니었지만, 기증자 이름값만으로 언론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날 세계적인 축구 스타 마테우스와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친필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과 축구공 낙찰가도 각각 50만 원, 35만 원 정도에 그쳤지만, 문재인 넥타이와 이낙연 도자기만 이날 치열한 경쟁 끝에 나란히 100만 원을 기록했다.


언론자유조형물건립추진위원회는 이날 '꺾일지언정 굽히지 않는다'는 제목의 취지문에서 "도도하게 흘러가는 역사 속에 한낱 남루할 수도 있는 이 상징물은, 우리가 지켜온 자유언론에 대한 신념과 자부심을 기리는 동시에 미래를 위한 기념비"이자 "선배동료 언론인이 겪은 쓰라린 희생과 좌절을 잊지 않기 위한 불망비"라고 밝혔다.

이들은 "긴 세월 동안 독재정권과 이에 결탁한 언론사들은 언론의 신성한 사회적 사명과 책임을 배반하며 현대사를 불행으로 얼룩지게 했다"면서 "이들에 의해 1천명이 넘는 동료들은 펜과 마이크를 빼앗긴 거리의 언론인이 되어 떠돌아야 했고, 언론의 길에서 순교한 선배들도 있다, 이들의 복직이 길게는 40년이 넘게 계속되는 현실에 분노하면서, 부도덕한 역사의 광정(부정을 바로잡아 고친다는 뜻- 편집자 말)을 단호히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금 우리의 다짐을 돌과 쇠에 새겨 그 정신을 깊이 간직하려 함은, 이 산하에 살아갈 미래의 세대와 언론인에게 용기 있는 표상이 되기를 바라는 까닭"이라면서 "우리에게는 더 추구해야 할 시대적 역할이 있다, 민주적 가치와 민족적 정의로움, 조국의 평화통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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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앞마당에서 언론자유 상징물 '굽히지 않는 펜' 제막식이 열렸다. 지난해 10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가 언론시민사회단체에 언론자유조형물 건립을 제안한 지 9개월 만에 120여 단체와 일반시민 600여명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해 기금을 모았다. ⓒ 권우성


까만 펜이 하얀 펜으로 바뀐 까닭 

이 조형물 제작은 과거 평화의 소녀상, 강제징용 노동자상 등을 만들었던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맡았다. 김운성 작가는 "원래 까만 펜이었다가 하얀 펜으로 바뀌었다"면서 "회의에 참여한 많은 언론인들의 (제안한) 여러 색깔이 모여 까만색이 됐는데, 내용들이 너무 넘쳐 하나씩 빼다 보니 다시 하얀색이 됐고, (언론인의) 열정은 남겨둔 따뜻한 하얀색이 됐다"고 후일담을 전했다.

이날 제막식에는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을 비롯해 김성재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보,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 양승동 KBS 사장 등 내·외빈과 언론계 인사 10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옛 동아일보사 건물을 가리키며 "1975년 3월 17일 새벽 폭력배들에게 밀려 쫓겨난 지 44년이 흘렀다"면서 "그때 우리 나이가 30대 막 들어섰을 때였는데, 오늘 제막식에 와 보니 그때 젊음을 걸고 싸웠던 자유언론실천투쟁 열매가 자라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낀다"고 남다른 감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굽히지 않는 펜'이란 말은 '역사 앞에 거짓을 쓸 수 없다'고 강조하던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 고 송건호 선생의 가르침을 그대로 옮긴 것 같다"면서 "우리가 젊은 시절 세웠던 자유언론실천의 뜻, 결국 '자유언론이 모든 자유를 자유롭게 한다'는 명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로 잘 알려진 동아투위 사건은 지난 1974년 10월 24일 자유언론실천선언을 하고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 투쟁하던 동아일보 기자들이 이듬해 3월 해직 당한 사건이다. 당시 해직된 기자 113명 가운데 지난 14일 숨진 조양진 동아투위 위원을 비롯해 30명이 사망했고 현재 83명이 남아 있다.
#굽히지않는펜 #언론자유 #동아투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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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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