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연초제조창 명칭 공모, '총체적 부실'

명칭선정위, '문화제조창C' 임의선정... '문화제조창' 응모자 반발

등록 2019.07.17 10:42수정 2019.07.17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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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연초제조창 명칭 공모 당선작 '청주 아크라' 시상식을 가진 한범덕 시장이 6년만인 올해 재공모를 실시해 똑같은 시상식을 2차례 열게 됐다. ⓒ 충북인뉴스


청주시가 옛 연초제조창에 대한 부실한 명칭 공모로 망신살을 자초했다. 이미 한범덕 시장이 6년 전 공모했다가 그 명칭은 사장시킨 채 재공모를 하게 됐다. 또한 전국 공모를 하고도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명칭선정위원회를 통해 공모작이 아닌 `문화제조창C'로 최종 결정됐다. 이에 대해 '문화제조창'이란 명칭으로 응모했다가 탈락한 시민이 이의 제기하고 나섰다. 알파벳 'C'  한자만 붙인 변형작을 사실상 당선작으로 만들고 '문화제조창'은 4명의 수상대상에 아예 포함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코미디'가 되버린 청주시 명칭 공모의 전모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청주시는 지난 5월말 홈페이지에 '옛 청주연초제조창 일원 명칭 공모' 공고를 냈다. 청주시첨단문화산업단지, 동부창고,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공예클러스터, 도시재생사업 등 문화예술공간이 밀집되어 있는 옛 청주연초제조창 일원에 대한 명칭을 시민 제안으로 받겠다는 것이었다. 시상내역도 최우수상 300만원, 우수상 100만원, 장려상(2명) 50만원의 상품권이 부상으로 주어졌다. 1인 1명칭 공모를 원칙으로 하며, 동일 명칭이 있을 경우 최초 접수된 작품만 인정하다고 명시했다.

보름 동안 접수받은 결과, 총 398명이 응모했고 이 가운데 예심으로 20건을 선정해 시민 설문조사에 부쳤다. 시민 251명이 설문조사에 참여해 '요고시문화당(覞考始當)'이 전체 응답자의 53.8%인 135명이 선택했다. '안터벌문화제조창'(39명·15.5%), '문화공간 아우름(Aurum)'(27명·10.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요고시문화당'은 '아울러 보고 깊이 헤아려 생각하게 하고 문화로서 마땅하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청주시 명칭선정위원회는 공모작과는 상관없는 `문화제조창C'로 최종 결정됐다. 연초제조창의 추억과 다양한 의미를 담은 이니셜 `C'를 붙여 '문화제조창C'로 결정한 것. 청주시 문화예술과는 `C'는 탄소(Carbon)의 첫 글자로 모든 생명체의 기초가 되고 다른 원소와 융합하여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기초원소다. 또 Cheongju(청주), Culture(문화), Craft(공예), Co ntents(콘텐츠), Citizen(시민), Community(지역) 등 다양한 의미부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문화제조창C'는 응모작을 일부 변형한 것으로 애초 '안터벌문화제조창'이 1차 심사를 통과한 20개 명칭에 포함됐었다. 시는 명칭심사위의 변형작을 최종 결정하면서 공모 최우수작(상금 300만원)은 없이 우수작 2편(각 100만원)과 장려상 2편(각 50만원)을 선정했다. 특히 가장 유사한 '안터벌문화제조창'은 장려상으로 시민 설문조사에서 1위와 3위를 한 '요고시문화당(覞考始當)'과 '문화공간 아우름(Aurum)'을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설문조사 2위를 한 '안터벌문화제조창'은 장려상으로 밀렸다.

이같은 내용이 선정결과가 지역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16일 아침 <충북인뉴스> 편집국으로 제보 메일이 전달됐다. 이번 명칭 공모에 '문화제조창'이란 이름으로 응모한 Q씨였다. 자신의 응모작에 알파벳 'C'만 붙여 결정했는데 정작 시상대상에서 제외된 채 아무런 연락도 없다는 것이었다. Q씨가 보내온 응모 원보파일을 확인해보니 '문화제조창'을 영문으로 CA(Culture and Art Factory)로 소개하고 C는 Cheongju를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까지 달았다. 최종작인 '문화제조창C'의 아이디어 단초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대해 응모자 Q씨는 "언론보도를 보고 명칭심사위가 임의로 C를 붙여 '문화제조창C'로 결정한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다면 '문화제조창'이란 명칭이 수상작이 되야 할텐데 전혀 다른 명칭들이 선정돼 의아했다. 더군다나 시담당자가 '공식명칭은 문화제조창C로 하되 평소에는 시민들에게 오랫동안 친숙했던 연초제조창의 이름을 최대한 살려 '문화제조창'으로 줄여 부를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고 말해 기가 막혔다. 결국 '문화제조창'에 최우수상을 주지 않으려는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청주시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이번 공모에 '문화제조창'이란 이름으로 2명이 응모했다. 하지만 문화제조창은 그동안 지역언론 등에서 비유적으로 자주 사용한 명칭이다. 그래서 새로운 이름을 찾겠다는 취지에서 애초 시민 설문조사 대상 20건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명칭선정위가 최종 논의하는 과정에서 참신한 새 이름이 없어 연초제조창 이미지를 담은 '문화제조창C'로 정한 것이다. 주민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요거시문화당(覞考始當)'은 창의성은 인정받았지만 '요거시'가 일본말로는 '더럽히다'란 뜻이 있어 채택하지 않았다. '문화제조창' 응모자가 이의제기하는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해결방안을 찾아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지역 일부에서는 "애초 공모의 취지를 살리려면 당선작을 내놓는 것이 순리에 맞는 것이다. 공고문에도 '당선작을 최종 명칭으로 결정하지 않을 수 있음'이라고 명시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화제조창'을 당선작으로 하고 '문화제조창C'를 사용작으로 했어야 했는데 행정적으로 미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청주시 무분별한 재공모 '즉흥적· 작위적' 비판 자초
김호일 전 총장 "'청주아크라' 공모 명칭 보고 받은 적 없어"


특히 올해 공모에 앞서 이미 6년전에 똑같은 한범덕 청주시장이 연초제조창 명칭 공모를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똑같은 시장이 2차례 똑같은 공모를 하고 2차례 똑같은 시상식을 갖게 된 셈이다.

지난 2013년 12월 청주시는 전북 익산에 사는 15살 차유진 양이 응모한 '청주 아크라'를 연초제조창 명칭 공모 최우수작(100만원 상당 부상)으로 선정했다. 아크라는 문화예술을 의미하는 'Art'와 공예인 'Craft', 이상향인 'Utopia'의 합성어다. 2등에는 '안터오름'과 '레드씨앗'이 뽑혔고, 3등에는 '청주아트팩토리', '청주문화제조창', '청주문화예술공장'이 선정됐다. 이미 청주문화제조창이란 명칭이 6년전 수상작에 포함됐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한 시장이 낙선됐고 이승훈 시장이 취임하면서 '청주 아크라'는 실제 사용되지 못했다. 또한 재선된 한 시장은 자신이 공모한 명칭을 포기하고 6년만에 재공모를 실시해 변형작을 최종 선정한 셈이다. 취재과정에서 접한 담당 주무관은 2013년 1차 공모사실을 모른채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주시 '즉흥' 행정의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더군다나 '청주 아크라'란 명칭은 2014년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에 취임한 김호일씨도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는 것. 작년까지 재단 사무총장을 맡았던 김씨는 연초제조창 명칭에 대해 "페이스북에 올린 기사를 보고 '청주 아크라'란 이름을 처음 들었다. 공모한 명칭이 있었으면 후임 사무총장에게 한번쯤 보고했어야 하는데, 재단 직원들도 시청 문화예술과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1차 공모한 명칭은 재단 실무책임자에게 보고조차 않고 그냥 사장시킨 것이다. 또한 6년만에 재공모를 했으나 결국 1차 공모 당시 3등작을 골라 쓴 결과가 됐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재공모를 할 때는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시 스스로 사용거부하다가 뜬금없이 재공모했다. 유사한 명칭이 있음에도 최우수작에서 배제한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공공 행정이 즉흥적, 작위적으로 진행되면 스스로 공신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연초제조창 #명칭공모 #문화제조창 #한범덕 #청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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