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기독교단체도 아베 비판 "수출규제 철회하라"

[현장] 일본기독교협의회, 한국 기독교단체와 연대, "평화헌법 투쟁, 한국 촛불혁명 본받아야"

등록 2019.07.17 14:50수정 2019.07.1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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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기독교협의회(NCCJ)를 비롯한 한·일 기독교·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사태를 계기로 한·일 종교계와 시민사회의 연대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기독교협의회(NCCJ)를 비롯한 한·일 기독교·시민사회단체들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일본 기독교단체,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철회 촉구 성명

이번 공동 기자회견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지난 5월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10회 한일NCC협의회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이 발판이 됐다. NCCK 정의평화위원장인 최형묵 목사는 "당시 공동성명에서 한반도 평화체제를 확립하고, 일본은 평화헌법 9조를 지켜 '동북아시아 공동의 집'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고 결의하고 실무적 협의를 해나가던 중에 한일 관계가 급박하게 위중한 상황에 처해 함께 입장을 밝히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기자회견은 NCCK를 비롯해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한국YMCA전국연맹, 한국YWCA연합회 등 한국 기독교·시민단체들이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에 대한 한국 그리스도인의 입장'이라는 성명서를 먼저 발표한 뒤, 일본 쪽 NCCJ에서 한국 쪽 입장에 연대를 표명한 별도 성명서를 발표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먼저 한국 단체들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자유롭고 공정하며 비차별적이고 투명하고 예측가능하며 안정적인 무역과 투자환경을 실현하고 시장개방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 정상선언문에 위배되는 조치"라면서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정당하지도 않고, 양국 관계의 발전에도 긍정적이지 않으므로 철회돼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한국 강제 징용노동자(징용공)에 대한 배상책임 판결을 문제 삼는 것은, 아베정권이 경제적 보복을 통해 반평화적 정치사로 회귀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것은 과거의 불법적 지배에 대한 부정이고, 그동안 양국이 쌓아온 상생의 경제와 평화의 기초를 허무는 행위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들 단체는 아베 총리가 한국이 위배했다고 주장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해서도 "일본 지배의 불법성을 명시하지 못한 불완전한 협정이었다"이라면서 "불법적 지배에 대한 사죄와 배상은 국제인권기준인 피해자 중심주의 접근 원칙에 따라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 단체들은 일본 정부에 ▲ 수출규제 강화 조치 철회와 더불어 ▲ 과거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인정,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진정한 사죄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 한반도 분단 상황을 이용하거나 조장하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과 평화헌법 수호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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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독교협의회(NCCJ) 총간사인 재일동포 김성제 목사가 17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열린 한·일 기독교·시민사회단체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에 수출 규제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김시연

 
"이제는 일본 민주화 투쟁의 시대"

일본기독교협의회도 이 같은 한국 단체 성명에 연대해 수출 규제 조치 해제를 촉구했다. NCCJ는 이날 연대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7월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3종류의 수출 규제조치를 발표한 것과 그 배후 의도로 인해 양국 신뢰관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면서 "수출 규제 조치 해제와, 올해 7월에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채택한 성명문에 있는 것처럼, 바람직한 배려를 게을리하지 않는 한일관계 회복을 촉구하며 기도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본 변호사 100여 명도 지난 7월 5일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관한 아베 정부의 이번 대응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1948년 설립된 일본기독교협의회는 일본 개신교계를 대표하는 단체로, 일본 최대 교단인 일본기독교단을 비롯해 일본성공회, 일본복음투터교회, 일본침례교연맹과 동맹, 재일대한기독교회 등 6개 교단과 일본YMCA동맹, 일본YWCA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가입돼 있다.

재일동포이면서 일본기독교협의회 총간사(총무)를 맡고 있는 김성제 목사는 이날 "NCCJ는 전쟁 직후 식민지 통치에 대한 깊은 반성을 기초로 결성된 협의회"라면서 "1970년대에는 한국 민주화 투쟁을 일본 쪽에서 후원하는 활동을 했고 1984년부터는 남북 통일을 지향하는 한국 기독교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한일 공동 성명이 아닌 별도 성명이 나온 데 대해 김성제 목사는 "일본 대부분 교회와 성직자들이 과거 식민지 통치가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1965년 한일협정을 하나의 해결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면서 "일본에서 전쟁(2차세계대전) 후 충분한 역사 교육이 안 돼 교회 내부에도 의견 갈등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일본이 아시아에 가해자가 돼 많은 상처를 남겼다는 인식이 전쟁 후 역사 교육으로 해결 안 되면서, 과거에 반성했던 진보적이고 양심적인 사람들도 점점 우익화돼 가는 상황"이라면서 "1970년대가 한국 민주화 시대였다면 이제는 일본 민주화 투쟁의 시대"라며 한·일 시민사회의 연대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아베 정권이 개정하려고 하는 (전쟁을 포기한) 평화헌법 9조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한국의 민주화 운동과 촛불 혁명을 본받아야 한다"면서 "지난봄부터 일본 민주화 운동 단체들이 한국 간사들을 데려와 6월에 큰 집회를 열었는데 그런 흐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도 "기독교뿐 아니라 한일 시민사회 간에 큰 연대를 만들어 (일본 정부가) 국가주의의 틀 안에서 일본 시민의 민심을 조작하는 데 대응하고, 세계평화운동의 시각에서 아베 정권의 반역사적, 반평화적, 반인권적 행위를 비판하는 국제적 여론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홍종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자발적인 풀뿌리 운동으로 일본상품 불매 운동과 일본여행 자제 운동이 전개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우리 시민들 뼛속 깊이 맺힌 한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길 바란다"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일 양국 시민사회가 역사 인식을 공유하고 역사의 정의를 세워 역사적 화해에 기반한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평화 공존의 질서를 새롭게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으로 이들 단체는 오는 7월 22일부터 24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한일URM(도시농어촌선교)협의회를 계기로 한일 교회 간 연대를 한층 강화하는 한편, 한일 시민사회단체간 연대로 확산시키는 시발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일본수출규제 #일본경제보복 #평화헌법9조 #일본기독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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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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