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유효기간이 있나요?

사랑, 그 열정 너머에 반짝이고 있는 것들에 대하여

등록 2019.07.22 13:56수정 2019.07.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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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떤 감정일까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날 만큼 보고 싶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는 열정이 사랑일까요. ⓒ unsplash

 
2년 전쯤, 친한 동생이 임신을 했다고 알려준 적이 있어요. 그러면서 "가족처럼 지내다가 애가 생겼어"라고 부끄럽게 이야기했는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박장대소했던 기억이 나요.

오랜 결혼생활을 하다 보면, 연애나 신혼 초기 시절에 가졌을 법한 짜릿한 설렘이나 강렬한 열정의 자리에 다른 요소들이 차지하게 되는데요. 동생은 그것을 '가족처럼'이라고 표현했던 것 같아요.

사랑은 어떤 감정일까요.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물이 날 만큼 보고 싶고, 몇 시간 동안 기다릴 수 있는 열정이 사랑일까요.

현대 과학은 사랑이 단지 일시적 호르몬 분비 결과 일어나는 화학 작용이라고 하죠. 이 호르몬이 계속 분비되면 대뇌에 항체가 생성돼 더 이상 화학 물질이 생성되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사랑의 유효 기간은 18개월, 길면 3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랑은 정말 3년 만에 끝나는 화학 작용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요. 

미국 신경과학자 루시 브라운 교수(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연구팀은 다음과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어요. '사랑에 빠진' 뇌는 마약을 복용했을 때와 같은 부분에서 반응이 일어난다고요. 여자와 남자에게 사랑하는 연인의 사진을 보여준 뒤, 뇌의 반응을 자기공명영상법(MRI)로 관찰했는데, '정열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뇌와 동기와 보상에 관여하는 뇌 영역이 자극을 받았다고 해요.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결과가 있었어요. '초기 연인'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연인'의 뇌도 연인의 사진에 강한 반응을 보인 것이었는데요. 연애 기간과 감정의 강도는 상관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었어요. 미국 뉴욕주립 대학 아서 애런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도 결혼 21년차 커플들의 뇌 영상이 1년차 커플의 뇌와 거의 동일했다고 해요. 더 놀라운 건 사랑의 유효 기간을 늘려주는 것은 물론 평생 동안 꾸준히 분비되는 호르몬도 존재한다는 사실이에요.

과학적 의미에서 보면, 사랑은 호르몬의 왕성한 작용이죠. 사랑에 푹 빠진 뇌는 이유 없이 히죽히죽 웃게 만드는 엔도르핀, 눈에 콩깍지를 씌우는 페닐에틸아민, 말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는 도파민 등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된다고 하니까요.

그런데, 혹시나 사랑의 유효기간이 끝나면 열정이 식을까 봐, 사랑이 떠날까 봐 지금 이 순간 온전히 사랑하기를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나요?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처럼 말이에요. 전 상대방의 마음이 떠날까 봐 불안했고, 언젠간 변할 거라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 표현하지 못했거든요.

그러나, 사랑은 그리 단순하지 않아요. 거센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도, 늘 고요하고 잔잔한 호수도 모두 사랑이라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다양한 모양의 그릇에 물이 채워지는 것처럼, 다양한 빛깔과 향기를 품고 있는 게 바로 사랑이라는 걸 말이에요.

친밀함, 연민, 이해, 존중, 책임감, 믿음, 용기, 헌신, 자유 그리고 포용까지. 가슴에서 울리는 모든 느낌들이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짜릿함과 열정이 사라졌다고 해서 사랑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 사랑은 길어 올리면 길어 올릴수록 깊어지고 맑아지는 샘물 같다는 것을.

랭커스터 대학 캐리 쿠퍼 교수는 "사랑은 그저 단순한 열정이나 생리적 반응이 아니다. 관계 초반에는 그럴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사랑은 포용이다. 최악의 것도 받아들이고 상대방을 지지해주는 것, 자신의 몸을 던져 상대방을 구하는 것, 상대방을 진심으로 위하고 보살피는 것, 결국에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깊고 지긋한 사랑이 가질 수 있는 사랑의 정의. 정말 위대하고 아름다워요. 사랑은 인스턴트나 일회용 감정이 아닐 거예요. 그래서 나를 구하고 세상을 구할 수 있는 단 하나. 바로 '사랑' 아닐까요.

열정이 식을까 봐 앞에 있는 사랑을 외면하거나 떠나보내지 마세요. 사랑이 아니라고 쉽게 판단하지 않길 바라요. 사랑은 열정이라는 감정 너머에 반짝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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