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때리는 중앙일보 기사의 '수상한 일본인'

무토 전 대사 인터뷰, '전범기업 고문' 이력 누락... <한경>도 '전범기업 변호인 측' 인사 인터뷰

등록 2019.07.19 19:43수정 2019.07.19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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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토 전 주한일본대사를 인터뷰 한 19일자 <중앙일보>. ⓒ 중앙일보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 보수 신문의 한국 정부 비판 기사에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자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과 관련해 일본이 경제보복을 단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전범기업 측과 연관된 인물이 인터뷰 대상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19일 <한국 고맙다 울던 무토 日대사, 8년만에 '반한' 돌아선 속내>라는 제목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전 주한일본대사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당일자 신문 26면 전면에 실린 기사였다.

기사는 무토 전 대사를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의 지원과 관련해) 2011년 3월 일본인을 대표하는 자격으로 한국 TV에 출연해 한국 국민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던 일본인"이라고 소개한 뒤 "하지만 그의 입에선 8년 전의 감격에 찬 발언과는 달리 한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 발언이 나온다"라고 지적했다.

기사는 "일본인의 '혼네(속마음)'를 듣기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해 무토 전 대사를 인터뷰했다며 "한국 근무 12년을 포함, 외교관 생활 40년을 대부분 한국 관련 업무로 보낸 대표적 지한파인 그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최초의 일본 대사였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를 통해 무토 전 대사는 "그동안 쌓아 올린 신뢰를 근본에서 깎아내린 문재인 정권의 행동에 실망이 너무 크다"라며 "위안부 합의에 대한 사실상의 번복이나 징용공 문제에 대한 실망이 계속 중첩돼 왔다, 지금까지 일·한 관계를 위해 노력해서 쌓아 올린 것이 모두 물거품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법원장을 바꾼 사람은 누구냐, 전임 대법원장(양승태)은 구속되지 않았나"라며 "그런 일들이 있는데 문 대통령 의사에 반하는 판결이 내려지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감정이 아니라 국제 감각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프랑스와 독일이 과거사로 인한 골을 메울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객관적인 사실을 존중하고 국민감정을 양국 관계에 개입시키지 말자는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가 빌미 준다는 프레임 강화"

하지만 무토 전 대사는 강제징용 피해자들 상당수가 소송을 제기한 미쓰비시중공업의 고문이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표적 사법농단 사례인 강제징용 판결 지연과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도 등장하는 인물이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위원이었던 2013년 1월 한국에서 무토 전 대사를 만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재상고심에서 청구기각으로 종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는 무토 전 대사가 미쓰비시중공업 측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앤장에 '강제징용 재판 관련해 한일 양국 정부의 정치적 해결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요청해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윤 전 장관은 김앤장의 고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토 전 대사의 이러한 정보는 기사에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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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유명환 전 장관 등 전직 외교부 장관 4인을 인터뷰한 <한국경제>. ⓒ 한국경제

 
한편 <한국경제>는 19일 <"국민 볼모로 그들만의 싸움"…전직 외교장관들의 쓴소리>라는 제목을 통해 윤영관, 송민순, 유명환, 김성환 전 외교부 장관을 인터뷰해 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했다.

하지만 유명환 전 장관 역시 2011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서 강제징용 재판 지연과 무관하지 않은 인물이다. 윤병세 전 장관은 2013년 1월 박 전 대통령 인수위원 자격으로 무토 전 대사를 만난 뒤, 같은 해 6월 장관이 돼 유 전 장관을 만났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11월 김앤장 내에 강제징용사건 대응팀이 꾸려지기 전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정부 관계자들과 접촉했다.

윤 전 장관과 유 전 장관은 2014년 11월 22일에도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8일 김앤장 소속 한상호 변호사는 '유명환 전 정관이 윤병세 장관에게 강제징용 재판 관련 민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다. <중앙일보> 기사와 마찬가지로 <한국경제> 기사에서도 유 전 장관의 이러한 전력은 담기지 않았다.

유 전 장관 등 전직 외교부 장관 네 명을 인터뷰했다는 <한국경제> 기사는 "이들은 한결같이 공식 인용을 거부했다, 익명으로만 답하겠다고 했다"라면서 "반일 정서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입바른 소리를 했다간 곤욕을 치를 수 있다는 우려가 그들의 목소리에 묻어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익명으로 네 장관의 의견을 전했다.

때문에 어떤 의견이 유 전 장관의 의견인지 알 수는 없지만, 기사에는 주로 "(한국 정부가) 국민을 담보로 자신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와 같이 한국 정부의 외교대응을 비판하는 내용이 실렸다. 해당 기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2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취재원을 정하는 것은 언론사의 자유라고 생각하지만, 인터뷰 대상자의 왜곡된 인식이나 거짓말이 그대로 보도돼 확대재생산 되도록 해선 안 된다"라며 "반론을 이야기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중간중간 인터뷰 대상자의 말의 모순이나 문제점을 기사를 통해 지적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구나 (최근 벌어진 일본의 경제보복 문제는) 평범한 내용도 아니잖나"라며 "인터뷰 대상자를 선정한 것까지 뭐라고 할 순 없겠지만, 이런 문제일수록 신중하게 진행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한국경제>의 보도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전 외교부 장관들도 모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러한 보도들은) 한국 정부가 빌미를 준다는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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