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굿둑에 가로막혀 녹조가 창궐한 금강과 바다의 차이가 확연하게 다르게 보인다. ⓒ 김종술
금강하굿둑 건설 30년 만에 생태복원을 위한 시동이 걸렸다. 19일 오후 3시 '금강하구 생태복원위원회 창립대회'가 충남 서천군 시민사회단체와 군산시 어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천 문예의전당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조동준 서천군의회 의장, 나소열 충남문화체육부지사, 황치환 금강유역환경회의 공동대표, 최진하 충남보건환경연구원장, 최대현 낙동강하구 기수생태계 복원협의회 사무처장, 양봉금 충남도의회 의원, 이상진 충남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허정균 뉴스서천 편집국장, 김억수 서천생태문화학교 상임이사, 박병문 전농 충남도연맹 부의장, 공무철 송석어촌계장과 서천, 군산시 시민들이 참석했다.
전두현 금강하구 생태복원위원회 공동대표는 "1990년 농업용수, 공업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자연재해를 막기 위해 금강하굿둑이 건설됐다.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 금강하구는 숨을 겨우 쉬는 처지에 놓여있다. 수질은 악화해 농업용수조차 사용하기 어렵고 서천 갯벌은 펄이 쌓여 어민들 조업도 어려운 상태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어민과 농민의 문제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하고 나서야 할 때다. 하지만, 현실은 물 이용에 대한 우려와 갈등, 서천·군산 양 지자체 간의 견해 차이로 적극적인 대안을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 많은 대화를 이끌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대안과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황치환 금강유역환경회의 공동대표는 "죽은 물과 갯벌로 유명했던 시화호가 해수유통으로 되살아났고, 얼마 전 낙동강 하굿둑도 32년 만에 시험 개방이 이루어졌다. 금강의 생태계를 살리는 방법은 해수 유통만이 답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구와 갯벌은 해양생물의 산란장, 자연정화, 연안보호 등 환경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생태적, 경제적 가치를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우리나라 하구 436개 중 절반 정도인 228개가 하굿둑에 닫혀 기능을 상실했다. 힘을 합쳐서 긍정적인 기능을 살리고 생태환경도 함께 복원할 기회의 장을 만들어가자"라고 독려했다.
▲ ‘금강하구 생태복원’을 놓고 최진하 원장이 좌장을 맡아 공무철 계장, 박병문 부의장, 이상진 연구원, 양금봉 의원, 허정균 국장, 김억수 상임이사가 토론 중이다. ⓒ 김종술
이어 최대현 사무처장은 '낙동강 하굿둑개방·기수역 복원과 과제'라는 발표가 진행됐다. 이후 '금강하구 생태복원' 토론회를 최진하 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공무철 계장, 박병문 부의장, 이상진 연구원, 양금봉 의원, 허정균 국장, 김억수 상임이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공무철 계장은 "부산 강서구에서 김 양식을 하다가 서천에서는 양질의 김을 생산하고 있어서 이곳에 왔다. 그런데 바다에 쓰레기를 수거하지 않고 버리고 오는 사람들도 많았다"라며 "바다 환경이 깨끗해야 우리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제가 시작했고 우리 어촌계에서 바다 청소를 하면서 지금은 다 같이 함께하고 있다. 해양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으로 전국 어디에다 내놓아도 깨끗할 정도로 바다 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자랑했다.
박병문 부의장은 "서천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서천의 수질을 알 수 있다. 예전은 논에서 농사지으면서 묻은 흙을 농수로에서 세수도 하고, 손발도 씻을 정도였다. 그런데 하굿둑 막으면서 농수로의 수질이 악화하기 시작했다. 하굿둑이 막히면서 본류의 금강만이 아닌 금강에서 흘러드는 실개천까지 오염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개천 오염을 비료나 농약을 탓하기도 하지만, 예전이 더 많은 농약이 사용했고 지금은 사용량이 준 상태다. 농약 때문이 아닌 하굿둑의 문제와 생활 폐수가 걸러지지 못하는 점 때문이다. 또, 농수로가 시멘트 구조물로 만들어지고 있으면서 발생하는 문제점이다"고 지적했다.
"2012년 4대강 완공 이후 급속도로 오염이 증가했다"
▲ 충남 서천군 한산면 신성리 금강과 원산천이 만나는 지점이 온통 녹조밭이다. ⓒ 김종술
이상진 연구위원은 "물은 많아서 좋은 게 아니고 쓸 만큼만 있으면 좋은데, 사람들은 단순하게 많이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많은 물이 필요한 게 아니고 좋은 물이 필요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벼농사를 지으면서 쌀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친환경 농사다. 친환경 농사에 기본은 물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뱀장어, 참게로 어민 소득이 높았는데 하굿둑으로 막혀 어민 소득이 감소했다. 전국적으로 지방하천 이상에 하구가 50% 정도가 막혀있지만 충남은 90%가 막혀있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양금봉 의원은 "최근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때문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갈등에는 하구에 대한 관심이 적다. 3개 보 만큼이나 하구에 대한 관심이 적실하다. 수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하굿둑이 건설되고 역행침식, 하상세굴, 수질오염, 물고기 집단 폐사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경각심만 가질 뿐이지 그 뒤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공론화나 간담회가 없었다. 유속이 느려지고 녹조라떼라고 할 정도로 창궐했다는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하며 최근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기사를 선보였다(관련 기사: "죽음의 악취...살다 살다 이런 녹조는 처음").
허정균 국장은 "친환경인증을 받으려면 총 질소의 양이 예전에는 어느 정도 이하여야 한다는 기준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총질소의 상향 선을 없애 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 금강은 총 질소의 양이 계속해서 증가하여 5급수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 때 공약으로 하굿둑 개방을 약속했다. 그런데 금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것이다. 예전 금강하구, 동진강하구, 만경강하구에서는 물고기를 잡으면 하도 많아서 배에 다 실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은 물고기가 줄어들고 어민들의 불만이 한계치에 치달은 지경이다"라고 비판했다.
김억수 상임이사 "금강 모니터링을 꾸준히 해왔다. 하굿둑이 막히면서 수질 악화를 불러오기도 했지만, 2012년 4대강 완공 이후 급속도로 오염이 증가했다. 수치나 맨눈으로 봤을 때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틀 전에 하구를 갔더니 지금까지 본 강물 중에 최악의 수준이었다. 금강뿐 아니라 본류와 만나는 지천 합수부는 녹조가 엉겨 붙어 떡이 질 정도였다. 10년 전부터 하굿둑 개방을 요구했으나 정부는 전북과 충남의 갈등으로만 부추겼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우리 손으로 해결해 나가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진하 원장은 "공문철 계장이 하도 깨끗하다고 자랑을 해서 마을에 가보았다. 그런데 자랑할 정도로 너무 깨끗했다. 하굿둑 개방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상승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곧이어 "금강하구는 100억을 들여서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 9월경에 발표가 될 것이다. 금강 하구 권역 자체에 대해서 해수 유통 방안도 나올 것이다. 연구자와 도민, 어민, 행정에서 해야 할 일들이 있겠지만, 모든 군민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만이 해수유통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독려했다.
▲ 금강하구 생태복원위원회 회원들은 단상에 올라 ‘창립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 김종술
토론회가 끝나고 금강하구 생태복원위원회 회원들은 단상에 올라 "금강하구는 수많은 생명의 터전으로 황복, 우여, 참게, 실뱀장어 등 기수역을 오가는 종들은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다. 금강 하구는 숨이 목구멍에 차 있다. 이제 모두가 나서 금강하구가 다시 생명력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하나, 우리는 죽어가고 있는 금강하구를 살리고, 우리 후손들에게 건강하고 풍요로운 금강하구를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 모든 힘을 함께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금강하구 생태복원을 위해 서천군민은 물론 뜻을 함께하는 시민, 단체들과 소통하고 열량을 모아 함께 노력한다.
하나, 우리는 금강하구 생태복원을 위한 방향으로 갈등과 반목의 상황을 극복하고,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한편, 이날 행사는 금강하구 생태복원위원회, 금강유역환경포럼, 충남세종지역위원회,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로 진행됐다. 서천군어민회, 서천군농민회, 한국여성어업인연합회서천군수협분회, 한국여성어업인서부수협분회,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서천군지회, 서천군지속가능발전협의회, 서천생태문화학교, 서천군실뱀장어협회, 원수어촌계, 비인어촌계, 송림어촌계, 신창어촌계, 송석어촌계, 월포어촌계, 백사어촌계, 죽산어촌계, 서천민예총, 서천서부수협김양식협회, 서천군수협김양식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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