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지도 몬당길, 후딱 안 가고 뭐합니꺼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조촐한 섬마을에서 명품마을로 대변신

등록 2019.07.26 21:30수정 2019.07.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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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2019년 7월 12일 통영 만지도를 방문해 (주)만지도 해피투어 오용환 대표의 도움으로 만지도 옛길인 몬당길을 탐방했다. - 기자말

우연히 에너지 넘치는 통영 만지도(晩地島)의 기사를 봤다. 연대도-만지도를 잇는 출렁다리 건설 이후, 관광 섬으로 발돋움해 있었다. 연대도는 자연스레 매년 방문했지만 가까이 있는 만지도를 그냥 스쳐 지나간 기억이 또렷했다. 만지도를 간과했다는 조바심이 발동했다. 만지도로 가고자 시내버스를 타고 바닷길을 따라 난 고불 길을 달려 산양 연명마을에 도착했다.
  

만지도 옛길에서 바라본 만지도 마을만지도를 한 바퀴 도는 ‘몬당길’에서 본 섬마을과 바다 풍경은 매력적이다. ⓒ 최정선

 
조촐한 섬마을에서 명품마을로

통영 본토와 연륙교로 연결된 미륵도는 산양읍에 소속된 다른 섬으로 떠나는 작은 포구들이 많다. 통영 달아항에서 만지도로 출발할 수 있지만, 연명항에서 시작했다. 뱃길 따라 바다의 하얀 포말이 끓어오른다. 배는 연명항을 뒤로 한 채 미끄러지듯 잔잔한 바다를 거침없이 나아갔다.

연명항에서 홍해랑 호를 타고 15분이면 만지도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100m 걷자 단장된 카페가 보인다. 만지도의 모임 장소인 홍해랑 카페다. 금방 타고 온 여객선과 같은 이름이다. 선착장에서 오른쪽 방파제 쪽으로 마을을 비집고 커다란 고급 펜션이 들어서 있다. 섬 발전을 위해 쓰레기장에 펜션을 유치한 것이다.
 

만지도 몬당길 탐방을 함께한 오용환 대표연대도와 만지도 잇는 출렁다리로 조용한 섬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마을에서 운영하던 여객선의 운항 횟수를 늘리고자 유람선 사업을 하던 오용환 대표와 협약을 맺게 됐다. ⓒ 최정선

 
만지도에 여객선이 운영되기까지 많은 이야기가 있다. 원래는 여객선을 마을에서 운영했다. 그러다 2015년 연대도와 만지도 사이 출렁다리가 생기고 만지도가 명품마을(14호)로 지정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었다. 갑자기 조용한 섬마을에 관광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섬주민은 합심해 여객선 운항 횟수를 늘리고자 유람선 사업을 하던 오용환 대표와 협약을 맺게 됐다.

만지도는 통영에서 남서쪽으로 10㎞에 있으며 연대도와 '자란목도'라는 암초로 연결돼 있다. 이곳에 출렁다리가 생겨 두 섬은 한 몸이 됐다. 만지도는 동서로 길게 뻗은 형태로 만지마을의 가장 큰 주산인 만지산이 있다. 만지(晩地)는 인근의 다른 섬에 비해 마을이 비교적 늦게 형성된 것에서 유래한 한자지명이라는 설이 전해지고 있으나, 확실치 않다. 이곳은 다양한 어종이 있어 갯바위 낚시터로 유명하다.

선착장의 왼쪽으로 450m 데크 길을 걸어가면 만지도-연대도 출렁다리가 나온다. 다리 길이 99m로 출렁다리에 올라서면 푸른 바다와 두 마을이 한눈에 보인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연대도에 닿는데 마을로 바로 내려가는 것보다 우측 언덕 방향인 '곰솔 해변길'을 따라 걷거나 몽돌해변을 즐기면 좋다.

몇 년 전 만지도에 갈 때 만났던 서덕포 할머니가 생각났다. 당시 일흔이 넘으셨으니 지금은 여든은 되신 것 같다. 할머니는 열여덟 살에 시집와서 만지도에서 아들, 딸 출가시키고 만지도에 혼자 사신다고 하셨다.

그때 추운 집에서 글을 쓰던 작가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빈집에 그냥 군불만 때우고 잠을 자, 안쓰러운 마음을 표현했던 할머니. 연대도가 탐방객으로 소란스러워져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어 만지도에 정착하게 된 작가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만지도가 그렇게 됐다. 혹여 이야기를 나눌까 해서 수소문했지만 글 쓰는 분은 없단다.
  

만지도의 가장 어른 댁과 고양이만지도에서 가장 연세가 높으신 임인아(94세) 할머니 댁이다. 고양이 한 마리가 대문에 앉아 불러도 모른 체하며 능청을 떤다. ⓒ 최정선

 
홍해랑 카페 바로 옆에 100년 된 마을 우물이 있다. 그 옆집이 마을에서 가장 연세가 높으신 임인아(94) 할머니 댁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임 할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대문에 앉아 불러도 모른 체하며 능청을 떤다. 만지도의 정취만큼 만지도의 동물도 볼거리다. 우리나라 최초 아시안게임 카누 3관왕 천인식 선수가 태어나 자란 집도 있다. 집마다 나름으로 사연의 명패가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만지도와 연대도 사이로 넘어가는 일몰은 아름답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만지도를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이 낚시꾼이 많다. 나 같은 탐방객은 만지도의 일몰과 자연을 만끽하고자 방문한다. 만지도에 도착해 연대도 방향으로 연결된 데크 길을 따라 걸었다. 아래의 흐르고 있는 바다는 지중해의 코발트 빛보다 아름답고, 동남아의 휴양지의 에메랄드 빛보다 고왔다. 데크는 출렁다리에서 끝난다.

만지도 옛길인 몬당길 탐방

만지도의 가장 큰 산인 만지산을 올랐다. 산으로 가는 길, 사람의 인적이 줄고 풀이 무성하게 나 있는 부분이 나타났다. 수풀을 헤치자 당산재를 지내던 터와 당산나무를 발견했다. '이런 행운을 얻다니!' 과거 서덕포 할머니가 '인제 만지도에는 당산재를 지내지 않는다'는 말씀이 불쑥 생각났다. 우여곡절 끝에 당산터를 벗어나 시멘트 임도로 들어섰다.

좁은 오솔길 옆으로 사철나무가 줄지어 서 있는 길 끝엔 철문이 삐죽 보였다. 학교라는 직감이 들었다. 역시 폐교가 된 만지도의 학교였다. 1965년 4월에 조양초등학교 만지분교로 인가받아 1998년 3월에 폐교되었다.

처음 방문 당시 볼품없던 길이 지금은 잘 정돈된 터널로 탈바꿈했다. 일명 데이트하던 장소로 좋은 '견우직녀 터널'이다. 섬을 어느 정도 가다 보니, 한때 섬의 거주민들이 번성한 시기에 지어진 학교들이 폐교된 곳들이 많았다. '그런 곳 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지산정상 높이가 해발 99.9m로 100m가 조금 안 된다 ⓒ 최정선

 
산으로 가는 길은 만지도를 한 바퀴 도는 '몬당길'의 일부다. 바다 풍경도 좋고 숲도 깊어 자연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빨리 걸으면 1시간, 천천히 걸으면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정상 높이가 해발 99.9m로 100m가 조금 안 된다. 몬당길 중에 '바람길 전망대', '욕지도 전망대' 같은 곳에서 보는 풍광이 특히 좋다. 이 길 중간에 할배바위를 만났다. 할배바위엔 산나리 꽃이 곱게 펴 웃는다. 곳곳에 쉼터가 있어 잠깐 쉬어가도 좋다.
  

욕지전망대에서 본 구렁이바위욕지전망대를 다른 말로 욕지에서 나오는 배들을 첫 번째로 맞는다 하여 ‘들머리 전망대’라 한다. ⓒ 최정선

 
만지봉에서 450m 내려가면 욕지도를 볼 수 있는 욕지전망대가 가 나온다. 다른 말로 욕지에서 나오는 배들을 첫 번째로 맞는다 하여 '들머리 전망대'라 한다. 다시 만지봉으로 돌아와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동백숲이 나온다. 숲은 깊고 깊다. 가는 길 중간 만난 돌담들이 인상 깊다. 숲이 끝나자 몽돌이 깔린 바다가 보인다.

해변 길은 시멘트 임도로 시작해 데크로 이어진다. 이곳이 '해안 수달길'이다. 자갈보다는 바위에 가까운 몽돌이다. 데크 중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쉼터가 나온다. 데크의 끝은 만지마을이다. 2시간 걸리는 만지도의 먼당길은 아주 인기다.

다시 선착장으로 갔다. 홍해랑 호로 향하는 발길이 줄을 잇는다. 나도 덩달아 뛰어 배에 올랐다. 불어오는 바람 사이로 바닷내음과 풀, 나무 향이 그윽하다. 바람 소리가 사납게 느껴졌다. 해변에 치는 파도는 작별을 고하듯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철썩였다.

■ 가는 법

∘ 연명선착장: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연명길 30

∘ 배 :
-연명선착장→만지도. 9차례 운항 15분 소요
평일: 8:30 첫 운행을 시작으로 10:00~17:00까지 1시간 마다 운행
주말: 30분마다 운행

∘ 문의 :
연명선착장(홍해랑호) ☏ 055-643-3433~3443
산양읍사무소 ☏ 055-650-3500

■ 트레킹(tip)
몬당길(만지도 옛길)
만지도선착장→홍해랑 카페→풍란향기길→ 출렁다리(소원다리)→당산터→바람길전망대→견우직녀터널→ 만지분교(폐교)→곰솔전망대→만지봉→할배바위→욕지도전망대(들머리전망대)→동백숲길→해안 수달길→ 만지도선착장
덧붙이는 글 통영 만지도 탐방에 도움 주신 (주)만지도 해피투어 오용환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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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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