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어의도 구석구석 큰 고무 대야의 정체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섬의 생명줄, 멸치잡이

등록 2019.08.03 12:07수정 2019.08.03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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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한다. 2019년 4월 30일/ 6월 25일 통영 어의도를 방문했습니다. - 기자말

돌고래 등처럼 푸른 윤기가 감도는 통영 바다. 비릿한 내음을 따라 몸짓하는 갈매기가 바다와 어우러진다. 평생을 바다에 의지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생동감이 포구에 고스란히 묻어 있다. 와락 풍겨오는 짠 내를 뒤로 한 채 포구를 빠져나와 어의도(於義島)로 행했다. 섬들이 뱃길 사이로 손 흔들며 멀어진다. 호수같이 잔잔한 바다가 뱃길 따라 춤춘다.

통영의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어머니의 넉넉한 품속 같은 곳이다. 뱃머리의 갈매기가 길의 안내자를 자청한다. 푸른 바다와 하늘 사이를 맴돌다 사라진다.
 

통영 어의도의 멸치잡이1990년대 이후 피조개가 불황을 겪으며 어의도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현재 섬의 가장 큰 수입원은 정치망으로 잡는 멸치다. ⓒ 최정선

  
피조개 채묘에서 멸치액젓으로 탈바꿈해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섬이 많은 우리나라는 총 4,400여개의 섬이 있고, 그 중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500여 개나 된다. 통영도 섬나라다. 통영의 섬은 470개로 셈법을 대면 꽤 중요한 면적을 차지한다. 쉽게 말해 섬 9개 중 하나는 얼추 통영에 있는 셈이다.

어의도는 전형적인 섬의 어촌으로 통영항에서 북쪽으로 약 18㎞ 지점에 있다. 통영시 용남면 내포마을에서 뱃길로 30여 분 거리. 그런데 별일이다. 어의도는 행정구역상 통영이지만 생활권은 거제다. 섬을 오가는 도선은 거제 성포항에서 하루 세 편 뱃길을 연다. 하지만 이 배는 차도선이 아니다.
  

조촐한 섬어촌타원형의 해안선을 따라 일렬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 최정선

 
섬의 터줏대감인 갈매기 떼가 어선인 줄 알고 모여든다. 좌우로 나지막한 산이 앉아 있고 중앙에 마을이 있다. 두 개의 섬은 '큰 섬'과 '작은 섬'으로 좁은 모래 해안으로 이어져 있다. 섬의 지형이 허리가 잘록한 개미 모양을 닮아 충의도(蟲義島)라 불린다.

섬이 바다 위의 배처럼 생겨 바다로 나가고자 노를 저으며 '어의여차' 소리를 낸다 해 '어의도'란 유래도 있다. 조선 초기 옛 지명은 어리도(於里島)였으나 어의도(於儀島), 어의도(於義島)로 변했다. 섬의 이름처럼 어부들이 힘을 모아 '어의여차' 힘차게 노를 젓는 모습이 바다에 펼쳐진다.

어의도에 처음 사람이 들어온 시기는 임진왜란 때로 당시 이씨가 이주했다. 매년 음력 섣달그믐날 마을의 평온과 번영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오고 있다.
  

바다통발부두에 널부러진 바다통발들이 다음 출항을 기다린다. ⓒ 최정선

 
통영의 섬들은 거의 활황기인 1970년에서 1980년대 경 '돈섬'으로 불렸다. 어의도도 마찬가지다. 피조개 채묘사업으로 제법 큰소리쳤다. 돈이 섬에 돌자 당시 주민이 200명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1990년대 이후 피조개가 불황을 겪으며 섬도 쇠퇴의 길을 걸었다. 현재 젊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 섬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그래도 살길은 열리는 법. 현재 섬의 가장 큰 수입원은 정치망으로 잡는 멸치다. 시장에 내다 팔고 남은 멸치로 액젓을 만들어 소득을 올리고 있다. 섬마을 구석구석에 큰 고무 대야가 있던 이유가 바로 멸치 액젓을 담그기 때문이다.

어의도 선착장의 서쪽 물양장에 배를 접안하고 부잔교로 올랐다. 이곳엔 여러 부잔교 부두를 따라 형성된 임도에 간헐적으로 보인다. 거인처럼 붉은색 기중기가 서 있다. 거인이 깰까 하는 염려에 사뿐히 마을로 향했다. 창고와 어구들이 뒤엉켜 있다.

물 걱정 뚝
 

작은 고깃배와 섬여인배안에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작업하시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방파제 안에는 작은 고깃배들이 차곡차곡 접안돼 있다. ⓒ 최정선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섬엔 걱정거리가 하나씩 있다. 이곳엔 물이다. 신성시되는 우물과 관련된 전설도 있다. 옛적 우물가에 오래된 거목인 구기자나무가 있었다. 이 나무의 뿌리에서 솟은 물을 먹은 섬사람들은 기골이 장대한 장사가 많았고 장수했다. 마구할멈이 시샘했는지 1904년 태풍으로 구기자나무가 유실되자 이상하게도 힘센 장사가 뚝 끊겼다.

섬사람들은 개인 지하수 10개와 마을 공동 지하수 1개로 척박한 삶을 이어갔다. 우물로 부족한 물은 지자체 '급수선'을 통해 공급받았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생소할 것이다. 한마디로 물배다. 부둣가에 정박한 배의 호스를 통해 마을의 물탱크로 물을 저장해 사용했다.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했던 이곳에 2012년 11월 잔치가 열렸다. 해저관로가 놓여 상수도가 공급된 것이다.

해변을 따라 걷는 내내 말동무가 되어준 바닷물이 아주 맑다. 2003년 폐교된 원평초등학교 어의도 분교가 보인다. 학교는 마을의 동쪽 끝자락에 있다. 운동장은 온갖 잡초로 원시림으로 변했다. 선뜻 발을 들여놓기가 두려웠다. 교실의 양쪽엔 계단이 향나무를 사이에 두고 놓여 있다.
  

폐교된 어의도분교통영의 학교엔 이순신 장군 상이 많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동상위로 덩굴이 얼기설기 덮었다. ⓒ 최정선

 
통영의 학교엔 이순신 장군 상이 많다. 여기도 예외는 아니다. 동상 위로 덩굴이 얼기설기 덮었다. 세종대왕 동상도 세워져 있다. 동상은 1982년 학교 8회와 10회 졸업생이 세운 것이다. 두 위대한 두 성인을 본받아 훌륭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선배들의 마음이 느껴진다.

분교는 해안길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타원형의 해안선을 따라 일렬로 마을이 형성돼 있다. 대략 5㎞ 정도로 보인다. 배 안에 작업복을 입고 열심히 작업하시는 아주머니가 보인다. 작업에 열중해 말을 붙이기도 송구스럽다. 낯선 사람들이 얼쩡거려 이상한 듯 보다 관심을 두지 않는다. 방파제 안엔 작은 고깃배들이 차곡차곡 접안돼 있다.

쉼터인 정자 뒤로 2층짜리 현대식 건물인 마을회관이 있다. 여느 섬이나 마을회관이 섬에서 가장 최신 건물이다. 눈에 띄게 가파른 오르막길이 보인다. 발전소 안내판이 먼저 반긴다. 한국전력공사 어의도 사업소다. 그 길의 끝, 발전소가 보인다. 높은 축대 벽이 발전소를 감싸고 있다. 발전소 가는 길은 오르막길로 경사가 좀 높은 편이다.

어의도 북동쪽 끝자락 몽돌해변에 서서 뭍을 바라봤다. 거미줄처럼 얽힌 관계망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사람의 흔적 없는 원시림과 자연 그대로다. 육지와 품격이 다른 섬은 온전한 고립의 왕국이다.

* 가는 법

성포 선착장: : 경상남도 거제시 사등면 성포로 3길
7:40, 13:30, 16:00 하루 3회 운행

* 문의
- 어의호 선장 M.010-4808-7406
- 용남면사무소 T.055-650-3520

* 트레킹(tip)
어의도선착장→쉼터→ 마을회관 → 폐교(어의도분교)→ 한국전력공사 어의도사업소 → 해변→ 선착장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책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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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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