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지 젊은이들 섬으로 불러모은 이것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차도선이 직항하는 유일한 섬, 지도

등록 2019.09.23 08:57수정 2019.09.23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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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출간한 책 <내일도 통영섬>을 바탕으로 각색 및 덧붙여 쓴 기사다. - 기자말

통영 지도는 육지에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는 지척에 있다. 하지만 정서적 거리는 한 달은 족히 걸리는 거리인 것 같다. 가깝다는 이유로 어정거리다 원고 마감이 코앞에 와서야 통영의 섬, 지도를 눈으로 훑었다.

지도 서부마을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공중화장실을 들어갔다. 생각보다 화장실이 깨끗해 깜짝 놀랐다. 거망마을과 동부마을은 섬의 동쪽 해안을 끼고 가까이 이웃해 있다. 서부마을에서 해변을 따라 시멘트 포장된 임도를 걸으면 동부마을에 다다른다. 배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서부와 동부 마을을 오간다. 지도는 용남면 적촌에서 바라보이는 곳이 서부 마을이고, 반대편 거제 쪽엔 동부와 거망 마을이 있다.
 

통영 섬, 지도에서 바라본 용남면 적촌마을의 붉은 노을핏빛으로 물든 노을이 마치 불이 난 듯하다. ⓒ 최정선

  
2015년 지도에 4㎞ 구간의 해안 일주도로가 완공됐다.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는 임도다. 지도는 차도선이 직항 운항하는 유일한 섬이다. 통영의 570개 섬 가운데 면소재지를 둔 한산도, 욕지도, 사량도 3개 섬과 동등한 혜택을 섬 주민이 누린 것이다.

하지만 그 내면엔 아픔이 담겨 있다. 2006년부터 운항한 차도선은 당시 한국전력공사가 설치한 송전탑 보상의 결과다. 거제에 전력을 공급하고자 섬에 거대한 철탑을 박는 것에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협상한 것이 차도선 운행이었다.
      
통영시지에 따르면 지도(紙島)는 조선 초기 고성의 가장 동쪽 해역에 있는 섬이라 하여 종해도(終海島)라 칭했다. 이것이 와전되면서 토박이지명으로 '종이섬', '종우섬'으로 불리다 한자 지명인 '지도'로 변천됐다.

옛날 바다의 마고할멈이 육지에 오르기 위해 여기에 종이를 펼친 것이 섬이 되었다는 설과 조기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하여 '조기섬'이라 일컬었던 것이 와전되었다는 등의 민간어원설이 다수 있다.

주민 대다수가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며, 대부분은 평지다. 자연마을로는 서부(갈바지), 동부(새바지), 거망(걸맹이) 마을이 있다. 서부 마을인 '갈바지'는 지도 서쪽에 있는 마을로 갈바람이 분다. 동부 마을인 '새바지'는 동쪽에 있는 마을로 샛바람이 많이 분다. 마지막으로 거망 마을의 '걸맹이'는 큰 포구 또는 큰 어장막이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동부와 거망은 거제와 통영 사이 견내량의 빠른 조류를 활용한 전통적 그물어업이 행해졌다. 동부마을은 한때 도다리 자망어업이 성행했으나 요즘은 수산자원 보호 차원의 규제로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봄, 가을엔 감성돔, 겨울엔 볼락과 노래미 등이 많이 잡혀 낚시 마니아가 찾는 곳이다.

거망마을은 지도의 세 마을 중에 가장 작은 마을로 동부마을과 마찬가지로 어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서부마을은 99%는 미더덕양식이 활성화된 부촌이다. 미더덕 덕분에 바깥에 나갔던 젊은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시내에 집을 살 정도로 부유해졌다. 지도호를 타고 오다보면 흰 부포가 덮인 미더덕 양식장이 보인다. 이런 까닭으로 '미더덕섬'이란 별칭이 있다. 지금은 종이섬 보단 미더덕섬으로 더 많이 불린다.

미더덕을 통영 방언으로 '미두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바다 생물이지만 모양새가 산에서 나는 더덕처럼 생겨 '미더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더덕 수확 시기는 3~5월로, 봄의 향긋함을 전하는 제철 음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더덕은 10여 년 전만 해도 굴이나 우렁쉥이(멍게) 등 해산물의 생육을 방해하는 생물로 천대를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지도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을 주는 보배가 되었다. 
  

지도의 공용버스배 시간에 맞춰 마을버스가 서부와 동부마을 오간다 ⓒ 최정선

  
어느새 마을버스 색상도 붉은색에서 초록색으로 옷을 갈아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오는 도중 작은 집이 줄줄이 이어진 테마파크 펜션이 보였다. 의외로 차들이 많이 정차되어 있어 방문객이 꽤 있어 보였다. 과거엔 지도의 유일한 펜션이었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통영섬, 지도의 펜션작은 집이 줄줄이 이어진 테마파크 펜션이다. ⓒ 최정선

 
마을버스에서 동부마을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다. 이곳은 2015년부터 학생이 없어 폐교됐다. 2013년 방문 당시 3명의 학생이 있었던 섬마을 유일한 교육기관이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운동장 전체에 잔디와 정원의 정원수가 여전히 깔끔히 정돈돼 있다. 미로의 정원이란 느낌이 들었다.
  

지도의 보호수커다란 보호수는 120년 된 느티나무다. 하나의 나무로만 된 것이 아니라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한집살이 하는 연리목이다. ⓒ 최정선

 
지도분교를 돌아 동부마을 깊숙이 걸어 들어가며 커다란 보호수인 120년 된 느티나무를 보게 된다. 그 밑에는 정자가 있어 마을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로 사용된다. 가만 보면 하나의 나무로만 된 것이 아니다.

느티나무와 팽나무가 한집살이 하는 연리목이다. 이 나무 밑에 매년 음력 정월 보름에 동제를 올린다. 이런 샤머니즘 행사는 80년 초반까지 이어져 왔으나 개발 바람을 타고 주민들이 뭍으로 떠나는 바람에 사라졌다.

과거에 봄철이면 동부와 거망마을 사이 산언덕인 화전암(꽃밭등)에 올라 남녀노소 불문하고 노래와 춤을 즐겼다고 한다. 참꽃이 피면 지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지금도 산길이 나 있다. 이 길을 따라 서부마을로 내려 갈 수 있다.

섬을 나오기 전 지도의 효자인 오만디를 한입 먹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녀석이 입 안에서 툭 터진다. 독특한 향기가 입 안 가득 퍼진다. 섬의 참맛은 오롯이 섬사람과의 소통임을 새삼 느꼈다.
  

적촌선착장에서 바라본 지도통영 섬, 지도는 육지에서 지척에 있지만 정서적 거리는 꽤 멀다. ⓒ 최정선

  
* 가는 법

적촌선착장→지도(8:10, 9:00 11:20 13:10 15:20 17:10 18:10) 7차례 운행

<문의>
- 지도호 선장 010-5127-6807
- 용남면사무소 T.055-650-3520

<트레킹(tip)>

지도서부선착장→서부마을→ 거망마을→지도분교→ 동부마을→선착장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책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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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작가(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 <생각없이 경주>, <내일도 통영섬> 저자이며 여행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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