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같은 연륙교, 섬사람들은 이걸 호소한다

[파도 타고 한바퀴, 통영섬] 떠내려 오다 머무른 해간도(딴간섬)

등록 2019.08.31 20:41수정 2019.09.0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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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명운을 건 통영의 소중한 보물은 섬이다. 570여 개의 섬 중 유인도는 41개, 무인도는 529개로, 통영의 호위무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8월 8일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통영 섬 중 유인도를 재조명하고자 출간한 책 <내일도 통영섬>을 바탕으로 덧붙여 쓴 기사다. 수차례 방문했지만 최근 취재는 2019년 8월 25일이다. - 기자말

구름이 잔뜩 흐려 있다. 주말이면 동행인과 가까운 섬에 간다. 섬 연재 팩트 체크 차원이다. 놓쳤던 정보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도 병행하기 위해서다. 최근 <내일도 통영섬> 출간 이후 몸이 좋지 않아 평일엔 거의 밖을 나가지 못한다. 그나마 동행인과 함께하는 주말엔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어 다행이다.


가까운 '지도'로 가고자 용남면 적촌 마을로 향했다. 알고 있던 배편이 대폭 줄어 2시간 이상 기다려야 배를 탈 수 있다. 동선을 바꿔 해간도(海艮島)로 향했다. 저녁이 가까워오자 하늘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연기마을에서 본 해간도 견내량 서쪽 바다에서 ‘떠내려 오다 머물렀다’하여 '딴간섬'이라 이름이 붙여졌다 ⓒ 최정선

  
해간도는 용남면의 연기마을에서 300m 거리에 있다. 1년에 1번 바닷물이 빠지고 길이 생기는 해할(海割) 현상이 일어난다. 일종의 바다가 갈라지는 자연현상으로 모세의 기적이다. 이 섬에서 물이 많이 빠지면 이웃 연기마을까지 사람이 건너다닐 수 있다.

바닷길이 열리면 해간도와 육지인 연기마을 주민들이 나와 조개를 캔다. 그 모습이 장관이다. 몇 번이나 연기마을 이장님과 통화해 날짜를 통보받았지만 취재가 쉽지 않았다. 한번은 약속까지 했지만 태풍이 와 취소된 적도 있다.

해간도를 전체 조망하고자 연기마을 정상에 올라갔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는 구름 사이에 가려 있다. 그나마 다행은 붉은 빛이 구름에 반사돼 섬이 돋보였다. 멀리 해간도가 선명하게 보인다. 연기마을과 연결된 연륙교도.

해간도의 대부분 주민은 농업과 어업에 종사한다. 청정해역의 중심부에 있어 영양이 풍부한 볼락, 도다리, 멸치 등이 잡히며 미역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특히 이 작은 섬의 해역은 물살이 거세 임금님 수라상에 올랐던 견내량 미역으로 유명하다. 

태풍이나 해일이 몰아쳐도 이 작은 섬은 파도에 휩싸이지 않고 꿋꿋하게 그 자태를 지켜오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 이유가 이 섬이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옛 통제영의 동북쪽 해역에 위치한 것에서 유래한 지명으로 일명 해간도는 '딴간섬'이란 지명을 가지고 있다. 견내량 서쪽 바다에서 '떠내려 오다 머물렀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해간도의 연륙교 미륵도를 제외한 통영섬 중에 연륙교로 이어진 유일한 섬이다 ⓒ 최정선

 
연륙교가 놓여 대중교통인 버스가 간다. 미륵도를 제외한 통영섬 중에 연륙교로 이어진 유일한 섬이라 하겠다. 해간도로 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주 편리하고 좋다. 단지 배차 시간이 긴 것이 흠이긴 하지만 시간만 잘 맞추면 버스 여행을 할 수 있는 섬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왼편에 원평초등학교 해양분교가 있다. 1999년에 폐교되었으며 지금은 해간도 캠핑장으로 탈바꿈했다. 학교라는 상징적인 향나무 몇 그루가 그대로 그곳에 있다. 위편엔 경로당이 있고 그 사이 길로 가면 바다 위에 미역 농장이 있다.

해간도를 잇는 연륙교를 두고 '명물이다', '애물단지다'는 둥 말이 많다. 이 다리는 통영시 용남면 연기마을과 해간도를 잇는 교량으로 2009년 개통되었다. 통영과 거제도 사이의 좁은 수로인 견내량(見乃梁) 사이에 있는 해간도는 통영지역 섬 가운데 육지와 가장 가까운 섬이다. 그동안 정기 도선조차 없어 외지인들이 섬을 방문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조그만 섬, 해간도에 육지와 연결되는 다리가 놓인 뒤 섬 주민에겐 골칫거리가 생겼다. 연륙교 개통 이후 호기심에 찾아오는 관광객과 낚시꾼의 방문이 잇따르면서 쓰레기가 발생하고 변변한 도로나 주차장도 없는 섬마을이 차로 넘쳐났다.
  

어망을 손질하는 모습 근해조업을 위해 어망을 손질하는 해간도 주민 ⓒ 최정선

 
해간도 마을에서 만난 낙지 어망을 손질하시던 주민분께 '다리가 놓이고 나서 어떤가요?' 하고 여쭤보았다. 그분은 '좋은 점도 있지만 나쁜 점도 많소!' 하고 말씀하셨다. 실제로 섬주민이 쓰레기를 줍기도 하지만 일일이 수거하는 어려움이 많아 통영시에 소각시설이나 청소 인력을 정기적으로 보내주길 호소하고 있다.

해간도의 작은 해변을 걸어보았다. 정말 쓰레기 더미로 해변인지 쓰레기장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해변에서 본 연륙교는 그 자체가 해간도와 한 몸인 듯했다. 많은 분들이 해간도를 방문해 연륙교와 해간도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많은 혈세로 지어진 다리가 오히려 주민들에게 불편이 되면 다리를 안 잇는 것만 못한 일이 아니겠는가. 

이런 현상이 어디 해간도뿐이겠는가. 섬들은 방문자의 쓰레기뿐 아니라 어업 잔류물인 부포, 그물 등 어업폐기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점에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겠다. 모두가 노력해야 자연과 공존 할 수 있고 그 자연으로부터 값진 혜택을 우리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해간도의 굴 종패시설 ⓒ 최정선

 
해간도의 견내량 미역이 오염과 해수면 상승으로 생산이 저하된 것도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비롯되었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해간도의 미역을 한번 먹어보고 그 특유의 신선함에 반해 철마다 어려운 발걸음을 해서 미역을 사신다. 대량화된 먹거리 홍수 속에 자연이 만든 착한 먹거리를 찾는 일이 쉽지 않다는 점이 마음이 아프다.
 

해간도 등대 견내량의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 최정선

  
* 가는 법

경남 통영시 용남면 해간길 55 원평초등학교 해양분교(폐교)

-버스
시외버스터미널→미늘고개: 650번, 651번(좌석), 652번
환승: 미늘고개→해간도: 348번, 148번(좌석)

* 문의
- 용남면사무소 T.055-650-3520

* 트레킹(tip)
해간도 마을회관→미역어장→ 해변→ 해간도 연륙교→해간도 캠핑장(폐교)→마을회관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내일도 통영섬> 저자입니다. 이 기사는 책에도 일부 실렸습니다.

내일도 통영섬

최정선 (지은이),
귀뜸, 2019


#통영 #통영섬 #섬의날 #해간도 #내일도통영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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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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