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면 어때요? '정성스럽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서평] 신소영 지음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등록 2019.07.27 14:46수정 2019.07.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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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인 여성이 패키지 여행을 떠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우선 다른 여행객은 가족과 온 경우가 대부분일테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 들어올 것이다. 어떤 호기심 많은 사람은 왜 왔는지, 어째서 다른 가족은 없는지 물어보고 싶어할 수도 있다. 

이런 질문을 피하기 위해 어떤 비혼 여성은 꾀를 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했다고 하면 묘하게 질문자의 눈빛도 바뀌고 분위기도 변하는 것이 느껴지니 수를 쓴 것이다. 남편은 어떻게 하고 혼자 왔냐는 질문에 회사 일이 바빠서 엄마하고만 왔다고 말했단다. 그러자 또 다른 질문이 날아왔다.


"아이는 몇 살인데 두고 왔어요?"
 

혼자살면어때요좋으면그만이지 ⓒ 신소영

  
작가 신소영씨의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에 나오는 실제 내용이다. 사람들이 여성과 결혼, 아이를 연결시켜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화다. 이 책은 중년 비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일상에 대한 에세이인데, 이 세상에 벽과 같은 고정관념이 얼마나 많은지 턱턱 부딪히면서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신씨는 과거 잡지사에서 근무하면서 글쓰는 일에 몸담았다. 매일같이 글을 쓰면서 40대에 재취업, 방송작가가 되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글을 쓰면서 살고 있다. 매일매일 고민하고 새로운 생각에 도전하는 중년의 비혼 여성이다.

이 책의 독특한 점은, 이 책은 일상을 다루고 있음에도 저자가 정말 많은 정신 공격을 당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들은 정말 기분 상할 소리가 많이 나온다. 친하면 친해서, 처음 본 사람이면 자기도 모르게, 걱정이 되어서 아니면 별 생각 없이, 많은 사람들이 대체 왜 결혼을 안 하느냐고 저자에게 묻는다. 앞에서 보았듯이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자에게 남편은 어디 두고 왔냐고 물었고, 대충 둘러대자 애는 또 어디다 두었냐고 말했다. 
 
"왜 지금까지 혼자예요? 괜찮은 분 같은데." 이런 말 들을 때가 제일 난감하다. 멋모를 때에는 주섬주섬 정성스레 이유를 댔지만, 30대 후반부터는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않을 만한 모범답안을 정했다. "제가 눈이좀 높아요." 혹은 "그러게요." 40대에는 좀 더 도발적인 답으로 업그레이드했다. "결혼 안 하면 안 괜찮은 사람인가요?" -30P
 
사람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가정에 대한 관념이 있다. 그동안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이런 방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대다수는 이런 가정의 형태를 유지할 것이다. 

물론 이런 가족 유형에 어울리지 않는 삶을 산다고 해서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와 다른 것을 틀렸으니 교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이런 생각에 맞서서 살아간 기록을 담은 전투 일지다.

책은 현실적으로 비혼 중년 여성의 삶을 그려낸다. 책이 그리는 중년 비혼 여성의 삶은 전혀 녹록지가 않다. 비혼으로 사는 것도 일단 쉬운 일이 아닌데, 중년으로 사는 것이 또 만만하지가 않고, 여성으로 사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우선 비혼인 상태로 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저출산 시대에 애를 낳는 가구에 정부가 지원을 집중하다 보니 비혼으로 살아가는 상당수의 사람들은 별다른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렵다. 주택 청약이나 주거 지원에서 1인 가구는 배제되기 마련이다.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조언도 끊임없이 귀를 자극한다. 

중년으로 살아가는 일도 쉽지 않다. 저자는 잡지사에서 일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 바쳤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과로를 하면서 성실하게 자신의 모든 열정을 다 쏟아 부은 저자의 몸은 망가졌다. 젊은 시절 회사에 열정을 바친 저자는 신체에 이상이 생기게 되어 난청을 겪게 되었다.

잡지사를 퇴사한 저자는 40세 무렵에 방송작가의 삶을 시작했다. 방송작가라는 직업 자체가 별로 안정적이지가 않은데, 저자는 나이도 많고 경험은 적으니 더 불안한 지위에 놓이게 되었다. 결국 성실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에서 하차 당하는 쓴맛을 보게 된다. 혼자 사니 책임질 사람 없다는 말도 들리지만 혼자서 오롯이 스스로를 감당하는 일은 원래 어려운 일이다.

모두가 사는 일이 걱정이다. 저자도 그렇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이 상해도 자신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저자의 고민은 끝내 자신이 혼자 늙어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으로까지 나아간다. 연로하신 부모님은 또 어떡하나.

이렇게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저자는 이런 어려움에 대응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말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제목이 말하듯 혼자 살면 어떤가. 좋으면 그만이지. 혼자 사는 삶도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 혼자 살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삶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저자는 결혼과 출산, 양육이 사람을 성숙하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인정한다. 부모가 되는 과정을 무시할 수 없는 일이고, 결혼을 통해 배우자를 통해 얻는 일도 많다. 그렇지만 어떤 사람은 아이를 낳고도 철이 들지 않는다.
 
비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는 게 팍팍하고 외로워지다 보면 히스테릭해지는 사람도 있다. 친구들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외골수처럼 고집스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반면 혼자 살면서 자기 일을 즐기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자기 역할을 해내는 싱글도 많다. -48P
 
책은 누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떤 생각으로 받아들이고 그 환경 안에서 어떤 사람이 될지를 선택하면서 달라지는 것이지, 결혼이나 출산을 해야만 어른으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나와 다른 편에 서 있는 사람을 나의 기준에서 재단하지 말아야 진짜로 성숙해진다는 것이다. 탁견이다.

저자는 하루를 정성스럽게 채우는 것을 자신의 목표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장래희망은 '열심히'보다 '정성스럽게' 사는 사람이다. 사람을 대하는 일, 말 한마디를 건네는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다.

예전보다 지금의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 저자의 삶은 누구도 재단할 수 없는 삶이다. 혼자서 고독하게 힘들었던 시간을 힘들었다고, 좋았던 경험을 좋았다고 써내려간 저자의 단단한 글이 또 다른 사람을 정성스럽게 사는 사람으로 만들길 바란다.

혼자 살면 어때요? 좋으면 그만이지

신소영 (지은이),
놀(다산북스), 2019


#비혼 #비출산 #생활 #중년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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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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