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지붕, 꽃까지... 온통 보라색인 섬

나무다리로 연결된 신안 섬, 박지도와 반월도

등록 2019.07.27 14:38수정 2019.07.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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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때면 섬이 인기다. 제1회 섬의 날도 앞두고 있다. 섬의 날은 8월 8일. 이 날이 '섬의 날'로 지정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섬은 여름과 가장 잘 어우러진다. 우리 국민들이 섬을 가장 많이 찾는 계절도 여름이다. 섬에 볼거리와 놀거리, 먹거리가 가장 풍부한 때도 여름이다.

아라비아숫자 8을 옆으로 눕히면 무한대(∞)를 나타낸다. 섬이 지니고 있는 무한한 발전 가능성도 담고 있다. 8자 두 개, 팔팔(88)이란 숫자에서 생동감도 느껴진다. 같은 숫자의 반복은 기억하기에도 쉽다.


오래 전, 섬은 유배지이고 은둔지였다. 요즘엔 휴식과 힐링, 해양관광, 미래식량의 중심지로 인정받고 있다. 해양영토의 전초기지이고, 잘 보존된 전통문화·자원의 거점이기도 하다. 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는 이유다.

퍼플교 건너면 나오는 보라색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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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수국과 어우러진 나무다리 '퍼플교'. 반월도와 박지도를 이어주는 길이 915m의 다리다. ⓒ 이돈삼

 
편안한 휴식으로 쉼을 주고, 전통문화·자원도 잘 보존돼 있는 남도의 섬으로 간다. 전라남도 신안의 섬 박지도다. 천사대교를 건너서 만나는 섬 안좌도에서 목교로 연결된 '보랏빛 섬'이다. 자동차를 타고 압해도, 암태도, 팔금도를 거쳐 안좌도의 끝자락인 두리마을까지 가면 나무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를 건너면 박지도다.

박지도는 섬의 생김새가 박, 바가지 모양을 하고 있다. 한때 '바기섬', '배기섬'으로 불렸다. 몇 해 전 전라남도가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두리마을에서 박지도를 잇는 나무다리는 길이 547m에 이른다. 지난 2008년 완공됐다. 다리의 이름은 '퍼플교(purple bridge)'다.
          
섬에서 보라색 수국이 많이 보인다. 보랏빛 꽃을 피우는 라벤더도 많이 심어져 있다. 섬마을의 지붕도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다. 신안군이 보라색으로 색깔 마케팅하고 있는 작은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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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 섬마을의 바닷가 집 지붕이 모두 보라색으로 칠해져 있다. 박지도는 반월도와 함께 신안군이 보라색으로 마케팅하고 있는 섬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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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와 반월도에서 만나는 포토존 공중전화 부스. 섬마을의 지붕은 물론 공중전화 부스까지도 보라색으로 단장돼 있다. ⓒ 이돈삼

 
퍼플교가 가로지르고 있는 박지도 앞 갯벌은 가시파래(감태)의 주산지다. 다리 밑으로 드러나는 갯벌에는 농게와 짱뚱어가 지천이다. 섬의 숲길 산책로도 멋스럽다. 2㎞ 남짓 된다. 숲길에서 바다에 사는 게도 만난다. 천연의 숲길이다. 숲에는 소나무와 후박나무, 식나무, 서어나무, 팽나무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섬주민들이 당제를 지냈던 당숲이 여기에 있다.
            
'중노두'를 놓은 비구니가 살았던 암자 터도 숲에서 만난다. 중노두는 스님이 놓은 바닷길을 일컫는다. 노두는 섬과 섬, 바다와 육지 사이 갯벌에 디딤돌을 놓아 만든 길이다. 썰물 때 드러나고, 밀물 때면 물속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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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의 당숲과 당제를 지낸 흔적. 당숲은 소나무와 후바나무 등이 한데 어우러진 천연의 숲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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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와 반월도 사이 바닷의 물이 빠지면서 드러나는 중노두의 흔적. 비구와 비구니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 이돈삼

 
섬에 전해 내려오는 스님들의 사랑 이야기와 엮인다. 전설 같은, 그러면서도 실화 같은 얘기다. 옛날 박지도에 젊고 예쁜 비구니가 살았다. 건너편 섬 반월도에는 젊은 비구가 살았다. 두 스님은 아른거리는 자태만으로 서로 사모했다. 하지만 물이 들면 바닷물이, 썰물 때엔 허벅지까지 빠지는 갯벌에 가로막혀 가까이 다가설 수 없었다.

연정을 느낀 반월도 비구가 망태에 돌을 담아 박지도 쪽 갯벌에 붓기 시작했다. 박지도 비구니도 광주리에 돌을 담아 날랐다. 여러 해가 흘러 노두가 만들어졌다. 두 스님은 노두를 따라 처음 만났다. 지난 세월을 떠올리며 서로 부둥켜안고 하염없이 울었다.

그 사이 물이 불어나 함께 바다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다. 중노두는 박지도에서 반월도로 건너가는 목교의 왼편으로 드러난다. 밀물 때는 볼 수 없다. 바닷물이 빠지는 썰물 때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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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도 주민이 밭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 너머로 보라색 지붕의 집이 눈길을 끌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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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에서 본 반월도 풍경. 나무다리로 연결된 섬의 생김새가 반달을 닮았다고 전해진다. ⓒ 이돈삼

            
반달처럼 생겨서 '반드리'


반월도도 박지도에서 나무다리로 연결돼 있다. 안좌도에서 박지도로, 박지도에서 반월도로 이어진다. 길이 915m에 이른다. 반월도는 섬의 모양이 반달처럼 생겼다. 한때 '반드리'라 불렸다. 섬 고유의 정취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생명의숲과 산림청, 유한킴벌리에서 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공존상을 받은 숲도 있다. 300년 넘은 팽나무 3그루와 느릅나무, 후박나무, 송악과 마삭줄로 숲을 이루고 있다. 주민들이 숲에서 해마다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평안과 풍어를 비는 제를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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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좌도 읍동마을에 있는 서양화가 수화 김환기의 생가. 국가지정문화재 제251호로 지정돼 있다. ⓒ 이돈삼

 
박지도와 반월도를 품은 안좌도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서양화가 수화 김환기(1913∼1974)의 고향이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며 추상미술을 한 김환기는 24살 때 귀국, 몇 년 동안 안좌도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이후 서울대와 홍익대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적 특성과 현대미를 겸비한 그림을 구상과 추상을 통해 실현했다. 그의 생가가 읍동마을에 있다. 국가지정문화재(제251호)로 지정돼 있다. 김환기의 작품 배경이 된 섬과 바다를 만날 수 있는 섬, 신안 안좌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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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는 퍼플교에서 내려다 본 갯벌.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갯골이 섬여행의 운치를 더해준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립니다.
#박지도 #퍼플교 #천사대교 #섬의날 #반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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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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