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 우수한 지역까지 굳이 석산을 해야 할 이유가..."

[현장] 공주시 정안면 채석장 평가단 방문... 주민 300여 명 몰려

등록 2019.07.23 09:35수정 2019.07.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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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위원 방문을 앞두고 석산에 찬성하는 주민이 현수막을 걸면서 반대 주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유역환경청(이래 금강청)이 충남 공주시 정안면에 추진 중인 채석장(아래 석산) 부지를 심사의원들과 함께 돌아봤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심사단의 현장 방문을 앞두고 몰려든 주민들 간 석산 반대·찬성을 놓고 몸싸움 지경까지 치달았다.

지난해 12월 ㈜○○○개발이 충남 공주시 정안면 내문리산 19외 5필지 9만1132㎡ 면적에 쇄골재용, 토목용, 조경용 석재 토석채취허가를 신청했다. 사업자는 최근 개방공사 및 내부도로건설공사와 관련된 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천안시와 아산시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금강청은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드려 현장 조사가 이루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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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2시부터 금강청의 현장 조사가 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정안면 소재지부터 석산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보였다. 604번 지방도를 따라 도로에도 반대 현수막과 함께 100여 개의 허수아비가 도로 양쪽에 세워져 있다. 울긋불긋 한복을 걸친 허수아비에는 석산 반대라는 적혀있다.

찬·반 주민들 실랑이 몸싸움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와 마을회관 앞에 50여 장의 반대 현수막 속에 찬성 현수막도 보였다. ⓒ 김종술

 
마을 입구부터는 석산 반대 현수막으로 도배된 상태였다. '석산개발 유치를 환영한다'라며 석산 개발 찬성위원회 주민이 내건 현수막도 3~4개 눈에 보였다. 마을회관 앞에는 잔치라도 벌어진 것처럼 주민들이 몰려나와 음식과 차를 나눠주고 있었다. 주변에는 석산 반대를 주장하는 현수막과 피켓들이 촘촘하게 걸려있다.

넓게만 보이던 마을회관 앞 공터는 순식간에 주민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가득 찼다. 몰려든 주민만 어림잡아 300여 명이 넘어섰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내문리와 관계없는 외부인은 간섭마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걸던 찬성 주민과 몰려든 주민 간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무너졌다. 석산에 찬성하는 주민으로 보이는 3~4명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반대측: "(마을)여기가 당신 거야?"
찬성측: "(마을)나도 주인이다."
반대측: "왜 마을을 팔아먹어."
찬성측: "왜 반말해."



서로 언성이 높아지면서 순식간에 주민들이 몰려들었다. 험악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서로 밀치면서 결국 반대피켓이 깨지고 걸려던 현수막의 끈이 풀렸다. 정안파출소에서 현장에 나왔던 경찰은 중간에 끼어들어 "아직 평가단도 안 왔는데, 서로 양보하세요"라고 중재하면서 상대를 뜯어말렸다.

금강청 환경관리국 남병언 국장과 담당 직원들이 도착하고 평가에 참여한 의원들이 속속 도착했다. 평가단은 현장 실사에 앞서 '내문리 채석장 반대 대책본부' 김영진 공동대책위원장으로부터 '내문리 생태지도 현황'이라는 표지판 앞에서 마을에 대한 설명을 청취했다.
 

평가단이 도착하자 ‘내문리 채석장 반대 대책본부’ 김영진 공동대책위원장이 ‘내문리 생태지도 현황’이라는 표지판 앞에서 설명하고 있다. ⓒ 김종술

 
"채석장 부지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마을회관 앞에 두 채의 집을 헐어 도로를 만든다. 금강, 정안천으로 흘러드는 마을 소하천에는 가재, 산매기, 버들치, 북방산 개구리, 옴개구리, 족제비, (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 금개구리가 서식한다. 딱따구리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1급) 수달 배설물이 확인되고 직접 목격한 주민도 많다.

상류 습지에는 (천연기념물제327호) 원앙, 도롱뇽, (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 담비 등 각종 철새와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는 것을 배설물로 확인이 가능하다. 7~8부 능선에는 (멸종위기야생동·식물2급) 삵, (멸종위기야생동·식물1급) 사향노루 등등 동물들의 공간이자 참나무, 굴참나무가 밀집한 군락지다.

사업장 인근에 내문리 주민들이 식수인 취수장이 있으며, 산 19번지, 20-1번지 주변 지역인 23번지 일부는 산림청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자연환경보전 구역이다. 최근 주민들이 하늘소, 살모사 등이 서식하는 것을 보고 사진으로 담아오기도 했다. 우리는 (평가 위원들이) 반대·찬성 한쪽에 서 달리는 것이 아니고 보시고 있는 그대로 조사를 해서 반영을 해줬으면 한다."


"수치만 맞추느라 평가가 부실하다" 지적
 

금강유역환경청과 평가위원, 주민 등 참석자들이 석산 사업지에서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 김종술

 
금강청 평가단 위원들과 찬성·반대 주민대표,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 공주경찰서 직원들이 동행하여 사업장으로 이동했다. 사업장에는 공주시청 담당 직원과 사업평가를 맡은 업체 직원이 사업설명회를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산자락에서는 티 없이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평가를 맡은 업체로부터 사업에 대한 설명이 끝나고 심의 위원들의 질문이 터져 나왔다.

"능선 산맥이 차령산맥 지역인가? 홍길동이 활동했던 무성산의 같은 자락으로 알고 있다. 주민이 말한 것을 보면 산림청 자연환경보전지역이라고 한다. 사실인지 이에 따른 검토가 되었는지 알고 싶다. 영향평가는 객관적으로 해야 해서 이런 모든 내용이 공간적으로 표기가 되어야 한다. 도로가 8m로 설계되었는데, 1m 넓어지면 환경영향평가대상이다. 교행 차로 두 곳이면 기준치를 넘는다. 딱 경계점에 있다는 것에 의심이 드는데, 인위적으로 줄이기보다는 평가는 정당해야 한다."(A 위원)

업체 담당자는 "추가로 지적한 부분은 다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금강청 담당자는 "주민 얘기로는 15만 평 정도 산을 샀는데, 3만 평 미만으로 해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들어왔다. 주민들의 말만 믿기에는 사실관계가 어렵다"라고 설명하자, 동행한 주민은 "사실관계가 맞다. 등기부 등본을 떼어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지형상으로 보면 단차가 매우 급하다. 경사도가 30~45도까지 된다. 이런 경우 채굴량이 얼마 안 된다. 우리나라 산은 어떤 곳이든 1m만 파면 다 암반이다. 이곳은 암반이 좋은 질도 아닌데, 굳이 이렇게 깊은 산속까지 들어와 암을 채굴해야 하는 사유가 있는지 알고 싶다. 퇴적암이 많아서 끝나고 사면복구 유지할 때도 보호가 잘 안 된다."(B 위원)

이에 대해 "그런 부분은 채석 경제성평가에서 따로 조사하기 때문에 알 수 없다. 산지관리법에 의해 복구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 자료를 보면 이곳의 자료가 없어서 천안 것을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은 천안과 전혀 다른 형태의 분지다. 분지는 바람이 약하다는 것이다. 밤에는 (사업장) 이곳에서 골짜기로 불어서 마을로 간다. 이것으로 재산정해야 할 것 같다. 암석 판매가 천안쪽으로 간다고 하는데, 10년 동안 천안으로만 갈 것인지 가까운 세종시와 공주시에 판매가 이루어진다면 영향평가 범위가 전혀 달라지게 된다. 대기오염, 수질오염 극한 현상에서 계산해야 한다. 평균은 무의미하다.

암석은 비중을 따진다. 현재 암석 계산법을 보면 1.8로 계산했다. 15톤 트럭으로 간다고 하는데 입방미터로 나누면 차량 대수가 현재 곱하기 1.8배 증가한다. 요즘 채산성 때문에 다 25톤 차량을 사용하지 15톤 차량은 이용하지 않는다. 25톤 차량을 이용하면 또 달라진다. 석산을 개발하기 전과 후의 오염량이 전혀 없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돈 들여서 환경영향평가를 할 이유가 없다.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인데 숫자만 맞춘 것으로 보인다. 환경영향평가를 전면 수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C 위원)


"1시간에 15톤 덤프 13대가 운행한다고 되어 있다. 생산량과 딱 맞아떨어지게 계산한 것 같다. 지금 도로에 다니는 차량도 누적해서 담아야 한다. 차량에 15톤을 실어야 하는데 15세제곱미터를 싣는다고 해 놓았다. 1세제곱미터당 암석의 비중이 3.0이라고 하면 차량 대수가 지금보다 2.5배 올라간다. 숫자를 역으로 환상해보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 현장에 맞는 숫자를 넣어야 하는 데 문제가 많다."(D 위원)

"사업장 연결을 보면 생태등급도 1등급지와 맞닿아 있는 구간에 간벌이 되어 있다. 소규모 사업인데 갈등이 많다. 평가에 민원 현황은 잘 파악했는데 어떤 민원 대책이 있느냐? 석산에 협의체 구성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곳도 협의체 구성을 할 것인가? 교통 관련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하고, 차량 대수에도 예측이 필요하고, 도로를 넓힌다든지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E 위원)

"작업 일수를 300일로 산정했다. 요즘 52시간 근로조건에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많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집중 호우와 폭설이 발생한다. 300일 운행이 안 된다고 보면 상황에 따라 1시간에 4~50대의 차량이 다닐 수 있다. 1~2분에 한 대의 차량이 다닌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평가에 나와 있는 자료는 전혀 다르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F 위원)

이에 대해 담당자는 "일반적인 작업 조건으로 넣은 것이 맞다. 최악의 조건을 적용하는 것도 맞는 것 같다.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사업자는 사진에 보이는 마을 공터 중앙으로 석산 사업장으로 통하는 길에 8m 도로를 개설하겠다는 입장이다. ⓒ 김종술

 
업체 담당자는 "지적하신 부분은 잘 검토해서, 합리적으로 재검토를 해서 방향을 맞추겠다"라고 답했다.

김성중 대전충남녹색연합 활동가는 "7월 19일 마을주민과 사업예정지 현장조사 중 예정지부지에 있는 수달 배설물 확인했다. 사업부지 입구에서 양서류 및 다슬기 확인하여 주민에게 탐문 결과 반딧불이 서식도 확인했으며 사업장은 참나무류 대거 식생중 군락형태를 띠고 있어 보전의 기치가 높다"라고 말했다.

또한 "(충남연구원 정옥식 박사가 확인한) 비오톱 1,2등급 지역에 석산이 들어와서는 안 된다. 천연기념물이 있고 식생등급이 높은 지역에 환경파괴를 야기시키는 석산이 절대 불가하다, 또한 발파 등으로 소음 진동 비산먼지와 오염문질이 지하수로 유입되어 주민식수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임시도로가 개설된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지속해서 경사도 문제를 지적했다. 또, 산림이 우수한 지역으로 보인다며 이런 지역까지 굳이 석산을 해야 할 이유가 뭔지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사업자가 개설한 임시도로 끝까지 돌아본 평가 위원들은 원앙이 발견된 사방댐과 신규도로가 개설될 구간, 수달 배설물이 있는 곳까지 꼼꼼하게 현장을 체크했다.

금강청 남병언 환경관리국장은 "이번 주까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받아서 종합해서 판단을 내릴 것이다. 보안을 내릴 수 있고, 조건부 동의 등 3가지가 있다. 검토해서 8월 초에 공주시로 답변을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석산 반대 #환경영향평가 #금강유역환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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