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습 피해 가족의 호소 '우리는 법이 통과되길 원하지 않습니다'

[더 나쁜 현장실습, 도제학교 ④] 저임금 노동력 착취 '일·학습병행지원법안', 통과돼선 안 돼

등록 2019.07.25 13:18수정 2019.07.2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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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7년 11월 9일에 제이크레이션이라는 생수 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적재기라는 포장기계에 눌려 중상을 당해 중환자실에서 10일 동안 생사를 오가는 고통을 겪다가 생을 마감한 특성화고 3년이었던 이민호 학생의 아빠 이상영입니다. 

국회 통과를 앞둔 '일·학습병행지원법안'에 대한 현장실습 피해 가족의 입장을 말씀드리고 싶어 이렇게 글을 쓰게 됐습니다. 저를 포함한 현장실습 유가족들은 이 법안이 통과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자 합니다. 
 

지난 1월 17일 국회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 마련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 이상영씨가 공청회 참가자 앞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박근혜 정부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되었던 제도가 바로 일·학습병행제입니다. 어떻게 촛불 정부라는 이 정부가 박근혜 정부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시행하다가 반대에 부딪혀 통과되지 않았던 법을 다시 통과시키려고 하는 걸까요? 

2017년 '일학습병행제' 참여 노동법 위반 업체 수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확인한 민주당 소속 한정애 의원은 그해에 바로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교육부가 아닌 노동부, 환경노동위원회를 통해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법안을 통과 시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학습근로자'라는 굴레를 씌워 저임금 노동자로 전락시키려고 하는 것에 우려가 큽니다. 이것은 특성화고 현장 실습생으로 3학년 중간에 기업으로 현장실습을 나가는 것보다 더 심각합니다. 학교도, 교육부도 조기 취업을 위한다는 이유로 그 누구도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은 책임지지 않고, 오로지 기업의 이윤을 중요시하는, 학습이 보장될 수 없는 기업체에 일단 보내려고만 합니다. 아무렇지 않게 10대 학생들을 조기 취업이란 명목으로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하는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는지 분노스럽습니다. 

우리 민호가 사고당한 제이크리에이션이란 기업도 공식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선정한 강소기업이었습니다. 강소기업은 글로벌 성장전략을 갖추고 기술이 우수한 곳을 대상으로 선정한다고 하는데 그런 곳에서 우리 민호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강소기업으로 선정되면 기업당 1억 원씩 3년간 총 3억 원의 보조금도 지원받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시행한 특별근로감독에서 산업안전 분야에서만 513건, 근로감독 분야에서 167건까지 총 680건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강소기업, 선도기업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지만 결국 학생을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할 자격이 없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강소기업은 별도 심사 없이 도제학교 참여가 가능한 '선도기업'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현장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조차 없는 기업들이 도제학교의 현장실습 기업으로 인정되는 기가 막힌 현실을 막아야만 합니다. 

이미 민호의 사고 이전부터 현장실습을 나갔던 학생들의 수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습니다. 교육부와 정부는 저희에게 정확한 근거를 대라고 요구하지만 그간 있어온 현장실습 학생들의 사고와 죽음 말고 어떤 것들을 더 우리가 이야기해야 할까요? 현장실습보다 더 나쁜 도제학교가 확대되지 않도록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획 / 더 나쁜 현장실습, 도제학교]
①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도제학교, 무엇이 다른가 http://omn.kr/1k4bg
② 3학년 학생이 답했다 "나에게 도제교육은 실수였다" http://omn.kr/1k4un
③ 방치된 도제교육, 기간 연장된 또 다른 이름의 현장실습 http://omn.kr/1k594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상영 님은 2017년 11월에 제주 생수공장으로 현장실습을 나갔다 사고를 당한 고 이민호 학생의 아버지입니다. 현재 산재피해가족네트워크 '다시는'과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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