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예쁜 이언주"... 의원님, 그건 칭찬이 아니라니까요?

[주장] '동료' 아닌 '여성'으로만 취급 받는 의원들... 남성중심 정치문화에 변화가 필요하다

등록 2019.07.24 18:45수정 2019.07.24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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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출판기념회 찾은 황교안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나는 왜 싸우는가'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저와 함께 싸웁시다."

지난 22일, 이언주 국회의원이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한 후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에서 열린 행사였기 때문에, 보수 진영의 유명 정치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보수 정치인들은 출판기념회에서 이언주 의원에 대한 러브콜을 숨기지 않았다. 이 의원은 그들을 앞에 두고 능숙한 연설로 정견을 발표했고, 언론은 이런 상황을 대서특필했다.

출판기념회는 이언주 국회의원의 지지자들과 그를 칭송하는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당일 사회를 맡은 박종진 전 앵커의 말처럼 그 기운은 "출판 기념회가 아니라 대선 출정식"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이었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서 나온 말들을 조목조목 뜯어보자면, 우리는 낯설지 않은 정치의 부끄러운 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일 출판기념회에 참가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이렇게 담대한 여자, 얼굴은 예쁘지만 내용은 당차고, 나약한 여자이지만 사나이보다 훨씬 큰 배짱을 갖고 있구나"라고 발언했다. 뿐만 아니라 강효상 의원은 "이 의원은 정말 잘 싸우는 아름다운 전사다, 저는 <어벤져스>의 스칼렛 요한슨이 생각난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발언 이후 이언주 의원에게 "마음에 드느냐"라고 묻기까지 했다. "남자 의원들이 너무 많이 왔다, (이언주 의원을) 짝사랑하는 의원들만 온 것 같다, 너무 예뻐서"라는 사회자의 말에 많은 이들이 웃음으로 화답했다.

어떤 진영에서 인정받는 정치인일지라도 결국엔 그의 성별에 따라 마음껏 소비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보수 정치인들은 시종일관 이언주 의원을 일반적인 여성과 달리 특수하게 멋진 여성으로 표현했다. 뒤집어 말하면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특이하게 위대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는 말이었다. 여성은 동등한 동료가 아니라 평가의 대상이라는 사고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 아닐까.

외모에 대한 평가와, "나약한 여자이지만 사나이보다 훨씬 큰 배짱을" 가지고 있기에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언주 의원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여성 정치인의 비애

사실, 비슷한 일은 끊임 없이 발생한다. 과거 박지원 의원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100년 내 여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라는 말을 남겼고, 표창원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나체 그림이 포함된 전시회를 기획했다. 지난 2018년엔 경기 평택시의회 권영화 의장은 동료 여성 의원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발언을 해 공개 사과했으며, 한선교 의원은 국정감사 도중에 유은혜 의원에게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물은 적 있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과 부적절한 행위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았다.

그 누구도 정치적 잘못을 저지른 남성 정치인에게 "100년 내 남성 대통령은 꿈도 꾸지 말라"라고 하거나, 그의 나체 그림을 전시하지 않는다. 남성 정치인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들게 만드는 언사를 농담이랍시고 하지도 않는다. 여성 정치인들이 경험하는 모멸적인 일들은 많은 경우 그의 실책이나 잘못에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놓인 '여성'이라는 약자성과 관련이 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경험하는 모멸은 다만 그들에게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약자성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게까지 확장된다.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수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실력과 지위보다 자신의 성별이 앞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의 발언은 분명 부적절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 가지 팩트를 말해주고 있다. 여성 정치인들은 "얼굴은 예쁘지만 내용은 당차"야 하고, "나약한 여성"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만 "사나이보다 훨씬 더 큰 배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외모를 칭찬받는 등 소위 여성적 면모를 강요받지만 기존의 남성적인 정치 문화에 동화될 수 있을 만큼 강인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들은 사나이보다 더욱 사나이 같은 성격을 가져야 한다.

또, 이런 남성중심적인 정치권 안에서 다행히 여성으로 살아남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그 지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 정치인들은 늘 취약한 밑바탕을 딛고, 언제든 원 밖에서 추방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대개 자의적인 잣대를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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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 바른미래당 탈당 선언..."패스트트랙은 역사적 죄악"이언주 의원이 23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했다. ⓒ 남소연


나는 왜 싸우는가?
 

정치는 왜 남성의 것이 되었을까. 여성에 대한 대상화를 통해 남성 연대를 획득하는 정치, 여성을 배제하는 정치, 여성 정치인에게만 여성의 미래를 묻는 정치에서 희망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다. 책상을 치고 호통을 치는 정치 대신, 획일화되지 않은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는 정치를 하는 건 불가능할까.

이언주 의원의 책 <나는 왜 싸우는가?> 속에는 여성 억압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이언주 의원 역시 2017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씩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라는 문제적 발언을 한 적 있다. 또한 그는 2017년 강경화 당시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앞두고는 "국방을 잘 아는 남자가 외교부 장관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이언주 의원이 개최한 출판설명회에서 나온 예의 없는 발언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리고 그 이전에 있었던 수많은 여성 정치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그의 발언에서 상흔을 입었다. 여성 정치인이라고 해서 여성의 삶을 아는 것은 아니다. 분명 시작은 여성 정치인의 당선일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변화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여성 정치인이 단순히 많아지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순 없다. 여성 정치인인 이언주 의원도 여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공고하게 만드는 생각의 틀거리 속에서 스스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언주 의원이 자신의 책 <나는 왜 싸우는가?>에서 강조하는 것처럼 인물이 아니라 가치가 정치권으로 진입해야 한다. 새로운 정치를 원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가치로 재구성된 정치여야 한다. 그것은 덜 중요한 문제와 더 중요한 문제를 가르는 정치 풍토를 끝낼 때야 시작할 수 있다. 일상과 정치를 분리하여 일상을 살아가는 존재들에게 무관심한 정치가 아닌 정치, 여성에 대한 문제를 '덜 중요한 문제'로 치부하여 나중에를 외치는 정치가 아닌 정치를 희망한다.

우리가 기어코 국회에 보내야할 가치는 페미니즘적 가치일 것이다. "나는 왜 싸우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나는 페미니즘을 정치의 새로운 기준으로 만들기 위해 싸운다. 그리고 이것은 수많은 정치를 꿈꾸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신민주씨는 전 노동당 부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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