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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시한부 인생... 그의 마음을 뒤흔든 사건

[리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영화 <굿바이 썸머>

19.07.24 14:17최종업데이트19.07.2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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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굿바이 썸머> 영화 포스터 ⓒ (주)이에스픽쳐스,인디스토리


열아홉 살인 현재(정제원 분)는 친구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다. 바로 시한부 인생이란 것이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으로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는 현재는 썸을 타고 있는 동갑내기 친구 수민(김보라 분)에게 고백했다가 보기 좋게 차인다. 오늘보다 내일을 걱정하는 수민은 수험생 신분과 연애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절친 지훈(이건우 분)마저 투병 사실을 숨긴 일에 화를 내며 절교를 선언한다. 그렇게 현재는 수민, 지훈과 어색해지고, 병세는 점점 악화된다. 주위를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엉뚱하기 짝이 없는 전학생 병재(이도하 분)가 나타난다. 그리고 현재와 수민의 마음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영화 <굿바이 썸머>는 김종관 감독의 <연인들>(2008),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등에서 조감독으로 일한 박주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굿바이 썸머>는 숱한 영화들에서 다룬 바 있는 '시한부 인생', '10대의 수줍은 사랑', '사춘기의 풋풋한 우정' 등을 소재로 삼았다.

각본도 쓴 박주영 감독은 <굿바이 썸머>를 "사건과 이야기로 따라가기보다 그 안에 담겨 있는 정서를 느끼고 이입하기를 기대한 영화"라며 "소년에게 소중한 지금이자 우리 모두 겪어내고 지나가는 순간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 <굿바이 썸머>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에스픽쳐스,인디스토리


<굿바이 썸머>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하여 몇 가지 설정을 극에 넣었다. 영화에서 병재는 유독 도드라진다. 극 중에서 병재는 자신을 미국 L.A에서 온 전학생으로 소개한다. 고3이 전학, 그것도 미국에서 왔다는 설정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 존재 자체가 비현실적인 셈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캐릭터 병재는 상투적인 소재로 가득한 극의 구조에 특별한 판타지 색을 입혀준다. 그는 때론 현재, 어떨 때는 수민, 또는 수민과 지훈 앞에 불쑥불쑥 나타난다. 현재, 수민, 지훈을 오가는 병재는 관계의 관찰자이자 심리의 대리인으로 기능한다. 엉킨 관계들을 다시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자칫 감정의 과잉으로 흐를 법한 소재인 '시한부 인생'을 무덤덤하게 묘사한 점도 눈에 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현재에게 지훈은 "왜 그렇게 열심히 하냐?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데 하루하루 아껴 써야지, 안 그래?"라고 말한다. 현재에겐 의미 있는 하루란 평범하게 지내는 것이다. 영화는 현재가 느끼는 순간의 소중함을 매미 소리, 운동장에서 공차는 아이들의 모습 등으로 감각한다.
 

▲ <굿바이 썸머>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에스픽쳐스,인디스토리


<굿바이 썸머>는 현재가 처한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데 충실하다. 현재는 보통 혼자 지낸다. 집에서 현재의 부모는 보이질 않는다. 병원에서도 의사나 간호사는 나오질 않는다.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는 장면은 없다. 현재의 '현재 상황'에 나오는 전학생 병재와 병원에서 사귄 친구 기덕(신영규 분)은 극의 사건이나 갈등을 만드는 인물이 아니다. 도리어 현재의 심리와 처지를 말하는 '또 다른 현재'에 가깝다.

현재가 시한부 인생임을 알게 된 수민이 학원에서 현재와 마주쳤을 때 나누는 대화는 인상적이다. "너 이번에 열심히 하는 거 같던데, 어때?"라고 묻는 수민에게 현재는 "해도 안 될 거 같아서, 그만하려고"라고 대답한다. 이것은 시험공부뿐만이 아니라 두 사람의 관계, 현재의 병 치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게 뭐야?"란 수민의 말도 마찬가지다. 중의적으로 쓰인 대화를 통해 인물의 감정은 평범한 듯 특별하게 다가온다.
 

▲ <굿바이 썸머> 영화의 한 장면 ⓒ (주)이에스픽쳐스,인디스토리


<굿바이 썸머>는 제목 그대로 '여름'이 배경이다. 운동장에 공을 차는 애들을 보며 "엄청 덥겠다"라는 수민에게 지훈은 "여름이니까 그렇지. 너 또 금방 춥다 그런다"고 한다. 뜨거운 여름은 현재, 수민, 지훈 등의 10대를 상징하면서 동시에 곧 다가올 가을과 겨울을 상상하게 한다. 현재와 수민의 시작을 의미할 수도 있다. 어쩌면 끝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처음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스마트폰으로 자기소개 영상을 만드는 현재와 수민을 넣었다. 처음 장면에서 수민은 "최대한 자기를 어필해야 기억에 남지 않겠어?"라고 강조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현재는 "저는 한수민을 사랑합니다"라고 외친다. 둘에게 그 여름, 그리고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마음은 소중하게 기록되었다. '현재'는 그렇게 남았다.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초청작.
굿바이 썸머 박주영 정제원 김보라 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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