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집에 설치한 CCTV, 그 후로 알게 된 것들

혼자 계셔 불안한 마음에 설치했더니... 부모, 형제들 모두 만족감 높아

등록 2019.07.31 14:07수정 2019.07.31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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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8일, 백내장 수술을 하러 가신 아버지가 병원에서 주저앉으신 후 다시 일어나지 못하셨다. 병원에 입원하시고서야 아버지께 이미 진즉에 중풍이 왔고,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언젠가부터 눈에 띄게 자주 넘어지신다는 아버지였다. 그래도 매일 외출하셔서 몇 년째 어울려온 분들과 놀다 오시곤 했다. 그래서 자전거에만 너무 의존하다 보니 다리에 힘이 없어진 거라고, 조금씩이라도 걸어야 더 나빠지지 않는다고, 엄마는 물론 자식들이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이미 찾아온 중풍 때문에 넘어지시곤 했던 것이다.

게다가 당사자인 아버지가 별다른 고통을 호소하지 않았다. 그러니 더더욱 짐작조차 못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신경 썼더라면 미리 알아챌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처럼 처참한 상황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후회와 자책이 되풀이 되었다. 봄 내내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저렸다.

또 그럴수록 고향집에 혼자 계신 엄마가 걱정되었다. 아버지를 덮친 병과 그로 인한 부재로 누구보다 상실감이 클 엄마였다. 엄마를 이제라도 챙기지 않으면 아버지처럼 영영 되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말지도 모른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곤 했다.

"고향 집에 CCTV를 설치하자"는 남동생
 

아버지를 덮친 병과 그로 인한 부재로 누구보다 상실감이 클 엄마였다. 그 방편으로 선택한 게 cctv. ⓒ Pixabay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면서 혼자 남게 된 경우 끼니를 대충 때우거나 거르기를 반복하는 등 식사를 제대로 챙겨 먹지 않아 비참한 지경에 이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몇 년 전부터 부쩍 입맛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던 엄마였다. 그 말을 하던 상황들이 생각나고, 엄마도 그처럼 지내고 있을 것만 같은 상상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조급해지곤 했다.

누가 봐도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내야만 하는 아버지가 제일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아버지는 어쨌든 누군가의 보살핌 속에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어쩌면 엄마가 더욱 비참한 지경이란 생각에 하루하루가 불안하기만 했다.

"고향 집에 CCTV를 설치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서 여러 제품들 중 어떤 것이 좋을까 알아봤습니다. 엄마와는 이야기가 된 건데, 몽실가 형제님들의 의견을 구합니다."  

그럼에도 어찌할 수 없어 안타까움과 자책만 되풀이되던 와중인 4월 어느 날. 막내 남동생이 우리 칠남매의 SNS에 글을 올렸다. 동생의 의견에 우리 모두는 기다렸다는 듯 찬성했다. 그렇게 지난 5월 초 고향집에 CCTV가 설치됐다.

CCTV 설치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좋아진 것은 막연하게 짐작하곤 하던 엄마의 일상을 수시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필요한 것을 예전보다 훨씬 살갑게 챙겨드릴 수 있게 됐다는 거다.

사실 이전에도, 그러니까 부모님 두 분이 함께 지내실 때도 부모님과 연락이 잘 안되거나 그래서 궁금하고 걱정될 때가 종종 있었다. 한밤중에 정체불명의 전화가 울렸다 끊어진 후면 더욱더 그랬다.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닐까? 그래서 동네 사람 누군가 연락한 건데 내가 받지 못한 것은 아닐까? 금방이라도 불길한 소식이 들려올 것만 같아 조바심이 나곤 했다. 그럼에도 쉽게 전화하지 못했다. 정말 잘못 걸려온 전화가 맞는데 공연히 잠만 깨우는 것 아냐? 싶어 전화할 수 있는 시각까지 홀딱 지새우곤 했다.

영문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전화를 받지 않아 걱정될 때도 종종 있었다. 꿈에 보인 날 새벽이면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날이 밝기를 초조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든 마음만 있으면 CCTV 화면으로 엄마를 살필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엄마를 수시로 볼 수 있어 좋은 반면 엄마는 어쩌면 불편할지 모른다. 아버지 병환으로 어쩔 수 없이 엄마가 허락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카메라 때문에 옷 하나도 쉽게 갈아입지 못하는 등 그동안과 다르게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마가 카메라가 의식되어 신경 쓰이지 않을까? 그래서 설치 보름쯤 지난 5월 말 어느 날, 엄마에게 "CCTV 카메라 때문에 불편하지?" 물었더니 이처럼 대답하셨다.

"자식들이 보고 있으니 혼자 있어도 마음 든든하고, 안심되고 좋고 그러지 뭐가 불편하노?"   

CCTV 본래 목적이 있는 만큼 '가리지 말자'가 원칙이지만, 그래도 가끔 어쩔 수 없이 CCTV를 가릴 일이 생기기도 한다.

혹시 엄마가 불편하시지는 않을까?
 

6월 26일, 언니와 친정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계신 아버지를 찾아뵌 후 연꽃으로 유명한 전주 덕진 공원에 갔다. 여름이면 연꽃이 가득 피어나는 덕진공원은 고향 사람들에게도 워낙 유명한 곳이다. 지난날 아버지와 여러 차례 왔다고 말하는 엄마. 거의 언제나 혼자 계시는 엄마를 위로하고 싶어서 모시고 간 것인데, 엄마 얼굴에 자꾸 그늘이 서리곤 했다. ⓒ 김현자

 
설치 한 달 열흘쯤 지난 6월 말 친정에 갔을 때 엄마가 가렵다고 했다. 모자로 CCTV 카메라를 가린 후 겉옷을 내려 속살을 살펴 드렸다. 엄마는 옷을 다 입기도 전에 "모자 어서 치우라"며 약간의 핀잔이 섞인 요구를 하셨다. 그런 엄마에게 슬쩍 "카메라 때문에 불편하지?" 다시 물었더니 예전과 같은 대답을 하신다.

"OO네 엄마는 자식들이  철철이 옷 사다 바치고 먹을 것 오만가지 사다 날라도 혼자 있다 어떻게 될까 불안하다며 (CCTV 설치를) 부러워하더라!"  

그런 엄마를 보며 CCTV가 엄마에게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짐작됐다. 어떤 때는 통화하다가 불쑥 "아까 봤냐?"며 확인하시기도 했는데, 무엇을 하셨는지 이야기 하는 등 자식들이 봤음을 확인해주면 흐뭇해 하거나 안심하곤 했다. 그럴 때면 엄마가 CCTV를 자식처럼 의지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만의 느낌일까? 얼마 전 여동생에게 물었더니 내 생각, 내 느낌과 같은 대답을 한다.

"이건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가? 엄마가 은근히 CCTV를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엄마가 정말 이렇게 앉아 있을 때가 많으셨나? 싶을 정도로 앉아 있는 것이 많이 늘어난 것 같아. 예전엔 누워서 TV 볼 때가 더 많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자식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의식하고 조금이라도 더 앉아 있게 되고, 자식들 걱정하지 않게 일부러 밥도 잘 챙겨 먹는 것 같고 그런 생각이 들곤 해. 그래서 설치하길 참 잘했다 싶어. 언니 생각은 어때?"

"예전엔 혹시 곤히 주무시는데 깨우는 것 아닌가? 싶어 전화하려다 망설일 때도 많았어. 그러다가 미루고, 결국 못하고 그랬지. 그런데 지금은 뭐 하시나 보고 전화하고 그러니 옛날보다 전화를 훨씬 자주 하게 돼. 뭘 하시고 있으면 그게 또 궁금하고, 그래서 물어보게 되고. 그러다 보니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덕분에 엄마에 대해 그동안 몰랐던 것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 필요한 것 챙겨드리기도 좋고."

엄마와 훨씬 자주 통화를 하고 우리 형제 중 가장 자주 부모님께로 달려가 가려운 곳을 곧잘 긁어주곤 하는 세 살 터울 언니에게 물어봐도 비슷한 이야길 한다. 

"지난 번 고창(전북) 갔을 때 뒷좌석에 앉아 있어서 잠깐 CCTV 접속해 엄마를 봤거든. 고창 사는 사람이 뭘 그렇게 보냐고 묻대. 그래서 우리 집 CCTV 이야길 했더니 반가워하며 얼마 들었냐? 괜찮냐? 세세하게 묻더라. 그렇잖아도 궁금했다며. 시골엔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잖아. 그 사람은 고창서 사업하니 그런 어른들 많이 볼 것이고. 그래서 필요성을 많이 느끼는 것 같아."
 

친정에 CCTV를 설치하기 전까지 그동안 CCTV에 대해 부정적이며 불편한 생각이 더 많았다. 도시엔 수많은 CCTV 카메라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대부분의 CCTV는 의식조차 없이 지나치기 일쑤다.

하지만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하면서 카메라를 마주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버리고, 멀쩡한 옷매무새를 다시 만지곤 한다. 여전히 그런 존재다. 여전히 생각 불편한 존재다.

그런데 우리처럼 한쪽 부모님만 홀로 떨어져 사신다거나, 고령의 부모님들만 사시는 경우라면 CCTV 설치를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물론 자식들이 부모 가까이 살며 자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 같은 공간에 살며 보살펴 드리는 것 이상 부모에게 좋은 것이 있을까. 그러나 현실은 그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며칠 전, 새벽 다섯 시 무렵. 평소보다 20분 가량 일찍 일어났다.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쥔다. 낯익은 앱을 클릭한다. 고향 집(전북 김제)은 캄캄하지만은 않은 어둠에 휩싸여 있다. 잠들어 계신 엄마를 살핀다. 5분쯤 지났나?

마침 한쪽 다리를 조금 움직이신다. 그리고 더 이상 큰 움직임이 없는 것이 여전히 깊게 주무시고 계시나 보다. 엄마의 새벽을 확인하고서야 주방으로 간다. 이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마다 엄마를 보며 이렇게라도 오래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쉽기만 한 이런 바람을 매일 되풀이한다. 아마 다른 형제들도 그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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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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