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엥~' 소리 들었다면? 당신은 이미 '흡혈 목표물'입니다

[김창엽의 아하! 과학 15] 암컷 모기, 먹잇감 포착땐 날개짓 요란해져

등록 2019.07.24 09:48수정 2019.07.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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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비롯해 온혈 동물들의 피를 노리는 암컷 모기는 대표적인 여름 불청객이다. 흡혈 곤충의 대명사라고도 할 수 있는 모기는 피를 얻기 위해 고도의 신경 체계를 발달 시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모기는 뛰어난 후각과 시각, 더불어 온도를 감지하는 능력을 갖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마치 최첨단 전자무기처럼 이런 신경 기능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후각은 장거리의 물체를 탐지하는 레이더처럼 흡혈 목표물을 찾아내는데 뛰어나다. 암컷 모기의 후각은 미량의 이산화탄소 '냄새'를 멀리는 30m 이상에서도 감지한다. 
 

한마리의 모기가 실험장치 안에 들어가 있다. 미국 워싱턴 대학 연구팀은 최근 250여 마리의 모기를 대상으로 후각과 시각의 작동 방식을 밝혀냈다. ⓒ 카일리 리펠

 
이산화탄소는 사람의 코로는 존재 여부가 인식되지 않는 물질이다. 따뜻한 피를 가진 포유동물들이 예외 없이 뿜어내는 이산화탄소를 암컷 모기는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 

사람의 날숨 중에서 이산화탄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하지만 하나의 점처럼 작은 모기의 두뇌에 자리 잡은 미세한 신경망은 30m 안팎이라는 먼 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잡아낸다. 

모기 후각이 장거리 레이더라면, 시각은 중거리에서 흡혈 목표물을 식별한다. 모기 종 등에 따라 약간 차이가 있지만 평균적으로 3~5m가량 떨어진 물체가 '먹을' 거리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다.

모기가 후각과 시각을 입체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은 전문가들을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미국 워싱턴 대학 등의 연구팀이 새롭게 밝혀낸 것은 시각이 후각에 종속적이라는 대목이다. 
 

흡혈 암컷 모기. 후각으로 먼저 흡혈 목표물을 찾아내고 이어 시각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카일리 리펠

 
약 250마리의 암컷 모기를 대상으로 한 마리씩 후각과 시각을 테스트하고, 뇌 신경망을 스캔한 결과 워싱턴 대학 제프리 리펠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후각이 시각을 리드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리펠 교수는 "후각 신경이 활성화된 뒤에 시각이 능동적으로 작동하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 반대, 즉 이산화탄소를 모기에 노출하지 않고 움직이는 물체만을 보여줬을 때는 후각 신경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상과학영화에서 등장하는 적을 찾아내는 로봇처럼 모기의 후각 시각 신경망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더라는 얘기이다. 즉 냄새를 먼저 맡은 뒤 목표물에 가까이 접근하고, 눈을 두리번거리며 흡혈할 대상을 찾는다는 뜻이다. 

모기는 먹잇감을 포착했다면, 날갯짓이 요란해진다. '에엥~'하는 소리를 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소리를 사람이 들었다면 그 사람은 이미 모기의 목표물이 된 거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모기는 흥미롭게도 서구언어권에서는 모스키토(mosquito), 혹은 모지(mozzie)으로 불려 우리 말과 발음이 유사한 구석이 있다. 이는 모기가 날면서 내는 소리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라는 유추도 있다. 알파벳 m은 '음' 혹은 '으음' 등의 소리인 까닭이다.    
#모기 #흡혈 #후각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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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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