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국과 만남 대신 미사일 발사... 실무협상 재개 늦어질 듯

협상 재개 앞두고 '기싸움' 관측... 내달 한미군사훈련 종료 뒤 분위기 전환 가능성

등록 2019.07.25 10:15수정 2019.07.25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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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 9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아래 조선인민군 전연(전방)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공개한 훈련 모습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다. 2019.5.10 ⓒ 연합뉴스


(서울=이정진 기자) 북한이 미국과 만남을 외면한 채 미사일 발사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5일 강원도 원산 일대에서 신형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북한이 발사체를 쏘아 올린 건 지난 5월 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77일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6·30' 판문점 회동으로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이로부터 채 한 달이 안 돼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 수위가 다시 높아진 것이다.

북한은 내달로 예정된 한미 군사훈련을 실무협상 재개와 연계하더니 김정은 위원장의 새 잠수함 시찰(23일)에 이어 미사일 발사로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실무협상 재개 시한(2∼3주)도 이미 지나갔다.

북한이 내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릴 예정인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담에 리용호 외무상을 파견하지 않기로 한 것도 압박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한미 외교당국은 ARF를 계기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 간 고위급회담이 성사되면 실무협상 일정이 가시화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만남 자체가 무산된 것이다.


북한은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대미 실무협상 채널을 통일전선부에서 외무성으로 교체했고,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도 리용호 외무상인 것으로 여겨졌다.

북한 외무상의 ARF 불참은 지난 2003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리용호 외무상이 ARF에 불참하는 배경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폼페이오 장관과 만남에 부담을 가진 것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ARF에 참석한다면 폼페이오 장관과의 회동을 피하기 어려운데, 북한이 지금은 대화보다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자 기싸움의 일환으로 압박의 강도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북한이 고위급 만남은 피하면서 도발의 강도를 높이는 행보가 과거 '벼랑 끝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런 태도가 과거 대미 협상을 책임지던 외무성 라인의 협상 전면 복귀와 맞물려 이뤄지고 있어 주목된다.

다만, 북한이 전면적인 대결 구도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북한은 최근까지도 미국과 실무협상의 장소 및 시기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24일(현지시간) 특파원 간담회에서 "(북미) 양측의 소통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양측 정상이 서로 합의한 사항인 만큼 북측이 준비되는 대로 실무협상 재개가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의 행보를 두고도 실무협상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요구하는 최종단계를 포함한 '완전한 비핵화'의 개념 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상응 조치로는 무엇을 요구할지 등에 대한 방침이 아직 서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로선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일러야 내달 한미 군사훈련이 종료된 뒤에야 재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최근 행보의 배경에 대해선 분석이 더 필요할 것 같다"면서 "다만 실무협상 재개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ARF #북핵협상 #비핵화 #북한 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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