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빠 세대의 <먼 나라 이웃나라>를 대체할 교양 만화

[서평]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시리즈, 덴마크부터 독일까지

등록 2019.07.31 08:00수정 2019.07.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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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어렸을 때는 '방학'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참 신나고 설렜는데, 부모가 된 지금은 아이들 방학이 다가오면 '명절 증후군' 못지않게 마음이 초조해지고 걱정이 앞선다. 고작 일주일뿐인 어린이집 방학인데도 그렇다. 혼자 하루 종일 아이들과 붙어 있을 생각을 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아마 초등학생이나 중고등학생들의 부모들은 더 격하게 '방학 증후군'에 시달릴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떨까? 요즘 아이들도 우리 어렸을 때처럼 방학이 만약 즐겁기만 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방학이라고 신나게 놀 생각에 들뜬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요즘 초등학생만 해도 웬만한 어른 보다 더 바쁘다. 이 학원 갔다가 저 학원 갔다가 집에서는 숙제도 해야 하고.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방학 기간에 해외여행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와 사람들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다.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이보다 더 귀한 경험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럴만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는가.

그럴 때 아쉬움을 달래줄 만한 꽤 괜찮은 책을 최근에 만나게 되었다. <먼 나라 이웃나라>를 대체할 '어메이징'한 교양 만화,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이 '어디' 시리즈는 올해 2월부터 지금까지 총 세 권이 나왔는데, 1권이 덴마크, 2권이 부탄, 3권이 독일이다.

<먼 나라 이웃나라>가 네덜란드, 프랑스, 도이칠란트로 시작해 영국, 스위스, 일본, 미국으로 이어지는데 반해 '어디' 시리즈는 그것과는 살짝 결이 다른 느낌이다. 1권 첫 장을 펼치면 어느 정도 감이 올 것이다. 시리즈의 문을 여는 첫 문장은 이렇다.

"이보게 자네들… 행복한가?"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3권 세트>, 김재훈 글과 그림, 위즈덤하우스(2019) ⓒ 박효정

  
<어메이징 디스커버리>의 저자 김재훈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광고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미술감독 등의 일을 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직접 그 나라를 여행하며 현장 취재를 했는데, 덴마크와 독일은 가족과 함께 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저자의 아들이 저자에게 했던 질문들이 책 속의 주인공의 말을 통해 드러나기도 하고, 저자가 직접 겪은 의미 있는 경험들도 책 속에 녹아 있어 재미를 더한다.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권 덴마크> "행복의 비결은 무엇일까?' ⓒ 박효정


<먼 나라 이웃나라>가 선진국 위주로 소개를 한 것에 비해, <어메이징 디스커버리>는 경제가 아닌 '행복'과 '인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덴마크에서 출발해 부탄으로 이어지는 것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행복의 비결'을 찾아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와 역사, 사람들의 사고방식, 가치관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면서 배우고, 토론한다.
 
"가난은 고달픈 거지만, 그 자체로 삶이 절망에 빠지진 않아. 가난하다는 이유로 희망마저 가질 수 없을 때, 가난 때문에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삶마저 위협받을 때, 살맛을 잃어버리는 거지. 가난한 처지라 하더라도 두 가지가 해결된다면 희망은 있어. 한 가지는 배워서 더 잘 살 수 있게 될 거라는 희망. 아프고 병이 나도 치료받고 살 수 있다는 희망. 부탄 정부는 그런 바람을 개인이 짊어지게 하지 않아. 어떻게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2권 부탄> 중에서)

각 권의 핵심 키워드를 뽑아 보자면, 1권 덴마크 편에서는 덴마크 사람들의 문화인 '휘게' 그리고, 그들의 가치관인 '얀테의 법칙' 그리고 '교육'이 핵심 키워드다. 2권 부탄 편에서는 '부와 행복의 상관관계', '전통과 신문물 사이의 균형'을 고민한다. 3권 독일 편에서는 '역사', '정치', '통일'과 '반성'에 대해 생각해 볼 거리들을 던져준다.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3권 독일> ⓒ 박효정

  
무엇보다 이 시리즈를 읽으며 감탄했던 부분은, 각 나라의 '좋아 보이는' 모습과 그 이면을 고민하게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옳다, 그르다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보고 토론의 여지가 있는 부분들을 독자에게 툭 툭 던져준다. 나아가 우리 사회, 그리고 나의 삶에도 적용할 수 있을지, 적용을 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까지 이어지게 해준다.
 
"너희 모두 공통점이 뭐야? 그 나이 되도록 바라는 삶을 찾지도 누리지도 못하고 있잖아? 행복은 고사하고 말이지. 소외라는 말밖에 안 떠오르는 삶. 맘속에 품은 이상과 가치를 자신 있게 꺼내놓지도 못하고, 학교에서 배웠고, 책에서 읽고, 하다못해 영화나 드라마에도 가끔 나오는 그 삶의 가치가 현실에서 유령 취급받는 걸 무기력하게 바라만 보다가, 끝내 가면을 쓰고, 밥벌이 경쟁에 나서야 할 21세기 '취준생'의 처지. 그게 어디 너희만의 공통점일까? 이제 서울로 돌아가는 마당에, 솔직히 너희 지금 기분이 어때? 덴마크 사람들의 삶이 과연 올바른지 아닌지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서, 이제 곧 너희가 다시 마주하게 될 익숙한 현실을 떠올리는 기분이 어떠하냔 말이야." (<어메이징 디스커버리 1권 덴마크> 중에서)

각 나라의 모습을 그림으로 보여주면서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주인공들의 대화를 통해 독자도 함께 고민하고 토론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교양 만화'가 갖춰야 할 미덕을 고루 갖춘 훌륭한 시리즈다. 시리즈의 다음은 어디로 이어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어른은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어메이징 디스커버리>와 함께 집에서 야무지게 방구석 여행도 하고,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며, 의미 있는 토론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어메이징디스커버리 #덴마크 #부탄 #독일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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