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내부총질만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일본이 불리한 싸움"

정의당, 긴급 토론회 개최... "일본 수출 규제, 현대판 제국주의 경제침략"

등록 2019.07.25 18:13수정 2019.07.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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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25일 정의당 정책위원회와 김종대 의원실이 주최한 '아베 내각의 경제도발 의미와 우리의 대응' 토론회에서 일본의 수출 규제를 '갑질'로 규정하고 협력적 경제구조에서 일본의 선택은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갑질의 경제학'에 따르면 협력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경제적 관계에서는 협력이 중단될 경우 상대방의 협상력을 높여주고 그 결과 자신의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갑질'(hold-up problem)이 자제된다"라며 "기본적으로 부품업체는 완제품 업체를 변경하기 어려운 반면 완제품 업체는 부품 업체를 대체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이 일본 소재를 사용한 것은 품질과 더불어 공급의 안정성과 신뢰 때문인데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국내 기업의 탈일본화는 불가피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는 일본의 소재 기업들이 시장에서 그동안의 명성과 신뢰를 상실하는 등 일본 기업의 피해가 아베 총리의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멍청한 무역전쟁"이라는 싸늘한 제3자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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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심상정 대표(가운데)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긴급토론회, '아베 내각의 경제도발 의미와 우리의 대응'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 교수는 일본이 반도체의 글로벌 공급 사슬체계가 타격 받을 경우 피해를 보는 미국 및 유럽의 기업들로 인해 국제적 여론의 압력에도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반도체는 굉장히 복잡한 국제적 분업구조를 갖추고 있어 일본이 도발한 수출 규제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와 전쟁을 벌이는 것"이라며 "미국의 전자업계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정보기술산업협회(ITI) 등 미국의 전자업계는 최근 한일 양국에 보낸 공동서한을 통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불투명하고 일방적(Non-transparent and unilateral)"이라며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단체는 "일본의 수출규제 정책이 불러올 변화는 관련 공급망과 그 안에서 일하는 기업 및 노동자들에게 장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정보통신기술 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인 피해를 피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은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멈춰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일본의 조치가 한국에서 그치지 않고 글로벌 분업구조에 타격을 줘 자신들도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일본의 조치를 바라보는 해외 언론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미국 <뉴욕타임즈>는 지난 15일 일본의 수출 규제를 "오랫동안 확립된 국제 규범을 약화시키고 국제무역체제 전체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잠재력"이라고 우려했고, <블룸버그>도 지난 22일 "멍청한 무역전쟁"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수출 규제, 현대판 제국주의 경제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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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반성없는 아베정권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택배노동자들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유니클로 배송거부 기자회견을 열였다. ⓒ 권우성


최배근 교수는 "우리 내부의 총질만 없으면 시간이 갈수록 일본이 불리한 싸움이 될 것"이라며 "일본의 피해도 적지 않고 중장기적으로는 일본의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을 경제이론에서도 뒷받침하고 있어 불리하지 않은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의 수출 규제 품목 또한 대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최 교수는 "일본이 현재까지 수출을 규제한 품목은 포트포레지스트, 고순도 불산,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가지인데 모두 국내외 다른 업체들로 대체하거나 국산화가 가능하다"라며 "추가 규제 품목들도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대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액침 기술용 포토레지스트는 동진쎄미켐에서 기술 개발을 완료해 판매하고 있고, 폴리이미드는 듀폰사에서 원료 수입이 가능하거나 국내에서 원료 생산이 가능하며, 후성과 램테크놀러지사는 불산 단독 제품에 대한 국산화 자체 기술을 이미 구축하고 있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최 교수는 또 일본 수출 규제가 WTO 협정 위반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그는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6조 1항은 WTO 회원국이 수출허가 등을 통해 수출을 금지·제한하지 못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에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는 사실상의 수출제한조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라며 "화이트 국가 제외도 예외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면 최혜국대우 의무 위반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일본의 수출 규제를 '21세기판 임진왜란'으로 규정한 이유에 대해 "일본은 경제의 정상화로 가는 게 구조적으로 어려워지고, 한일 간 격차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 불만을 해외로 분출시키고 있다"라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는 현대판 제국주의 경제 침략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본의 강경론의 경제적 배경에는 한국경제의 일본경제 추격을 저지하려는 속셈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일본은 2010년 제2경제대국의 자리를 중국에게 내줬고 지난해 우리나라가 5000만 인구에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가 넘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하게 되면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한국의 수출액이 6011억 달러(세계 5위)를 기록해 4위 일본의 7326억 달러를 바짝 뒤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 수소자동차를 비롯한 첨단기술의 제공을 중단함으로써 한국의 도전을 물리치고자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하이닉스, 일본처럼 수평적 생태계 만들어야"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외부 충격을 국내 산업생태계를 재정비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일본처럼 기술력 있는 부품·소재 기업이 대기업의 그늘에서 시들지 않도록 범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은경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우리나라 소재기업의 경쟁력이 약한 것은 메모리 반도체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이 기술지원에 소극적이고 특히 차세대 재료에 대해서는 함께 개발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가격경쟁력 위주로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수직계열화 되는 현재의 방식으로는 신제품 맞춤형 부품·소재 개발이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전 조사관은 이어 "삼성과 하이닉스의 전후방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기술협력이 필요하다"라며 "대중소기업이 수평식 협업관계를 이루는 일본식 생태계처럼 기술력 있는 부품·소재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계열화된 불공정 경제가 대일 경제 의존과 기술종속을 심화시킨 주범"이라며 "수평적이고 공정한 경제 네트워크로 전환하는 구조개혁을 병행함으로써 근본적인 해결의 길을 찾고, 일본과의 기술 경쟁에 당당히 맞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수출 규제 #최배근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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