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고치지 않으면 분양가상한제 하나마나

[다시 분양가 상한제다 ④] 높은 건축비 허용·밀실 결정 등 개선할 것 많아

등록 2019.07.29 18:52수정 2019.07.29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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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이 들썩거리자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민간주택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은 일제히 분양가 상한제의 부작용을 내세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집값 폭등을 막는데 분양가 상한제만한 게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4회에 걸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어야 하는 이유와 보완해야 할 점 등을 점검해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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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의 아파트 공사 현장 ⓒ 권우성

 
집값 폭등세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분양가상한제가 꼽히고 있지만 고쳐야 할 점도 많다. 지난 2014년 법령 개정 이후 민간 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조건은 매우 까다로워졌다. 가산비 등을 통해 아파트 건축비를 높게 책정하는 것을 허용해, 가격 통제를 제대로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화되기 어려운 여건만 나열해 '상한제' 무력화

지난 2014년 12월 주택법이 개정되자, '민간 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라는 표현이 나왔다. 그런데 민간택지에 대한 분양가상한제가 아예 폐지된 건 아니었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요건을 까다롭게 했고, 사실상 '폐지'한 것이나 다름없게 만들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어떻게 고쳤을까. 개정 전 주택법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일반인에게 공급하는 공동주택'으로 규정했다. 도시형생활주택과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 등 일부만 예외 대상을 뒀다. 예외 대상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동주택들은 '상한제 적용 대상'이었다.

그런데 2014년 개정된 주택법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한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을 '공공택지 분양 아파트'와 '주택 가격 상승 우려가 있는 지역의 아파트'로 줄여버린 것.

민간 택지 아파트는 가격 급등이 없는 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못하게 했다.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절차도 까다롭게 만들었다.

당시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상한제 지정 요건은 3개월간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10% 이상 상승, 아파트 거래량이 3개월 연속 200% 이상 증가, 청약경쟁률 3개월 연속 20대 1 초과 등이다.


모두 발생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지난해 1년을 통틀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13% 대였고, 신도시를 제외하면 매달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는 지역도 드물다. 거래량이 3개월 연속 200% 이상 증가한 사례도 아직까지 찾아볼 수 없다.

불가능해보이는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상한제가 바로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조건을 갖춘 지역에 대해서는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여부를 최종 결정하도록 했다.

이렇게 절차가 까다롭다보니 2015년 1월부터 2019년 7월 현재까지 민간 택지 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실시되지 않고 있다.

"2014년 주택법 개정 전으로 되돌려야"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7년 8.2 부동산 대책에서 상한제 지정 요건을 개선하긴 했다. 하지만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결정한 사례는 아직 단 1건도 없다.

현재 국토교통부가 시행령을 개편해,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을 추가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행령을 고칠 것이 아니라, 분양가상한제 지정 요건을 지난 2014년 법 개정 전 형태로 돌려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요건을 까다롭게 하면서, 분양가상한제 자체가 형해화됐다"며 "2014년 이전처럼 몇몇 예외 대상을 제외하고 전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법령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분양가상한제의 느슨한 아파트 건축비 요건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가 정한 아파트 기본형 건축비는 3.3㎡당 644만 5000원이다. 원칙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인 아파트의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를 넘을 수 없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도 이 기준을 넘길 때가 있다. 실제로 올해 분양한 북위례 힐스테이트(공공택지 분양)의 건축비는 3.3㎡당 평균 900만 원대에 책정됐다. 기본형건축비보다 200만 원 가량 비싼 금액이다.

아파트 기본 건축비에 가산비를 추가로 인정해줬기 때문이다. 건축비가 아파트를 짓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라면, 가산비는 홈네트워크 설비 구축과 친환경녹색시공 등 이른바 '옵션' 같은 비용이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의 모습들. ⓒ 이희훈

 
"건축 가산비 허용해주면서 제대로 가격 통제 못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가산비를 허용하면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김성달 경실련 국장은 "강남 서초 보금자리 주택의 준공원가가 370만~430만원 수준이었는데, 현재 분양가상한제 건축비는 무분별한 가산비 추가를 허용하면서 높은 건축비 책정을 막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이어 "기본형 건축비도 임대주택 표준 건축비의 2배 수준으로 높다"면서 "건설업자들 이익수단으로 변질된 기본형 건축비를 폐지하고, 제대로 된 법정 건축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분양가심사위원회의 '밀실 결정'도 문제다. 현재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대한 가격 심사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심사위원회(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예외)가 맡는다. 그런데 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분양가심사위원회 명단과 회의록 투명 공개하게 제도 고쳐야"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입법 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심사위원회 '비밀주의'를 허용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행령에는 '회의록에 개인정보가 포함되어 있거나 공개될 경우 위원회 심의의 공정성을 크게 저해할 우려가 있거나, 공개하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위원회가 결정한 경우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위원회가 참석 위원 명단과 회의록의 비공개를 결정하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분양가상한제 심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영원히 비밀로 묻히게 된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토부가 마련한 시행령은 분양가심사위원회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김현미 장관 주장과는 맞지 않는 내용"이라며 "독소조항은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분양가상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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