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vs 고양이, 누가 더 인기일까? 100인의 그림 대결

[인터뷰]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폼 '에루어' 편집팀... "투표를 기부와 연결한 펀딩"

등록 2019.07.28 20:33수정 2019.07.28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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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강아지, 고양이의 인기가 높았던 적이 있던가. 유명한 견묘의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계정은 엄청난 구독자를 갖고 있고, 웬만한 콘텐츠보다 고양이, 강아지의 일상을 담은 게시물 조회 수가 더 높은 시대다. 그러다보니 결코 풀리지 않을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른다. "강아지와 고양이 중 대체 누가 더 인기가 많을까?"

지금 온라인에서는 100인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절반씩 팀을 이루어 강아지와 고양이를 그리고, 인기투표를 독려하는 <CAT vs DOG>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보기만 해도 즐거운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에루어' 편집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에루어 편집팀. (왼쪽부터) 손아용, 이빈소연, 정연지 ⓒ ELUR


- 에루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에루어(ELUR)는 'RULE을 반대로 쓴 이름으로,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매 프로젝트마다 특정한 '규칙'이나 '장치'를 고안해 이미지를 만든다. 더 즐거운 작업을 위한 방식으로 '규칙'을 활용한 달까. 파주에 있는 독립 디자인 학교인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TI)에서 함께 수학한 웹 디자이너 손아용과 그래픽 디자이너 정연지, 여기에 일러스트레이터 이빈소연까지 총 세 명이 '에루어 편집팀'으로 활동 중이다."

- <CAT vs DOG>은 무엇인가?
"'에루어 오피니언'의 첫 프로젝트다. '에루어 오피니언'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도드라지는 소재를 주제로 여러 의견을 모으는 게 목표다. 국내 일러스트레이션 페어, 각종 행사장에 가면 고양이, 강아지 작업이 엄청 많다. 쉽게 읽히고, 난해하지 않고, 친숙하고, 누구나 좋아하는 귀여운 소재라서 그렇다.

100명의 작가들에게 고양이와 강아지 작업을 의뢰해 이를 모아보면 사람 수만큼 다양한 작업과 성향, 의견이 모일 것이라 생각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협업을 위해 작가의 상황을 아는 게 필요해 몇 가지 질문도 함께 던졌다.

요약하면 고양이와 강아지를 둘러싸고 일러스트레이터 100인이 두 팀으로 나뉘어 작업한 후 온라인에 결과물을 올려 투표 이벤트를 통해 이미지를 소비, 응원하고 이런 과정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내는 게 <CAT vs DOG> 프로젝트다. 에루어 웹사이트에서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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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루어 웹사이트 ⓒ ELUR

 
- 고양이와 강아지 간의 투표가 흥미롭다. 
"투표는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즐기도록 돕는 장치다. 에루어 웹사이트에서 '발바닥 버튼'을 누르고, 자체 개발한 문자 투표 시스템을 활용해 특정 번호로 응원 메시지를 보내거나, 텀블벅에서 1000원짜리 후원 상품을 선택해 원하는 팀에 투표하고, 가상 화폐를 이용한 글로벌 크리에이터 플랫폼 '스팀잇(Steemit)'의 '좋아요'를 집계하는 4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 투표가 기부와 엮여 있던데?
"원래 특정 번호로 메시지를 보내면 1000원이 소액결제되면서 기부금이 자동적으로 모이게 시스템을 설계했는데, 정부 인가 문제로 이번에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다. 기부금을 포기할 순 없어서 텀블벅에서 1000원짜리 투표권을 구매한 사람에게 에루어 편집팀이 그린 '10초 고양이', '10초 강아지' 이미지를 선물로 준다. 스팀잇을 통해서는 가상화폐로 기부금을 받고 있다. 투표 결과를 모두 합산해 우승 팀을 가린다." 

- 기부금은 인기 투표에서 이긴 동물을 돕는데 사용된다고 들었다.
"투표는 애견인과 애묘인 간에 선의의 경쟁을 벌이도록 유도하는 장치인데, 기부금은 견묘 모두를 돕는 단체에 전달한다. 그래서 투표 완료 전까지 비밀(?)을 지키려고 했지만, 사정이 생겨 기부금 전달 단체를 미리 밝히게 되었다. '인기투표에서 이긴 쪽에만 지원하면 너무 편파적인 것 아니냐'라는 오해가 없어져서 마음은 편해졌지만 이제 기부금에 문제가 생겼다. 어떤 쪽에 투표를 해도 고양이, 강아지 구분 없이 공평하게 도와주니 '동물 사랑의 정신'을 발휘해 텀블벅 1000원 투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무척 감사하다.(웃음)"

- <CAT vs DOG>의 핵심은 100점의 일러스트레이션이다.
"한국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은 다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곧 우리의 실수를 깨달았다. 100이란 숫자가 엄청나게 크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실감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이메일 목록을 만들어 4장짜리 프로젝트 기획안을 보내면서 OK 받고 다시 연락하는 일을 반복했다. 흔쾌히 참여한 작가들이 너무나 고맙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
 

일러스트레이션 100 ⓒ ELUR


- 최종 결과물을 책으로 묶는 이유가 있나?
"책은 특별한 물성이다. 특정 프로젝트의 모든 결과를 담아 완결하는 기능을 맡는다. 요즘 일러스트레이션은 너무 쉽게 소비된다. 페어에 가보면 공들여 그린 작업이 몇 천 원에 물건처럼 팔린다. 우리는 제대로 구현한 '작업'을 소비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레이션 모음집과 실크스크린 포스터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사실 또한 잘 알고 있다.

작가들이 좋아서 제 작업을 싸게 파는 게 아니다.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해 최소한의 제작비라도 건져야 하는 절박함이 있다. 우리도 아티스트에게 작업비를 지불하고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추후 페어에서 작업을 개별적으로 판매하는 일도 염두에 두고 있다. 단, 작업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싶다. 근데 지금 상황에서 이건 너무 먼 미래라... 일단 텀블벅 펀딩을 성공하는 게 급선무다. 하하"

- '리소그라프' 인쇄와 한정된 색이 만드는 느낌이 묘하더라.
"리소그라프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활용해 리소라는 인쇄기 회사에서 만든 프린터다. 리소그라프 인쇄는 핀이 자주 나가서 작업 하나를 인쇄한 후 그 위에 다른 색깔로 인쇄하는 걸 반복하면 의도치 않게 자주 색이 겹친다. 약간 바랜 듯한 질감, 잉크가 묻어나는 느낌도 묘하고 바랜 색깔부터 쨍쨍한 비비드 색깔까지 그 스펙트럼도 유연하다. 기성 출판에 없는 고유의 매력이 있다.

색의 경우 팀 별로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고양이 팀은 그 눈에서 따온 노란색을 중심으로 초록색과 검정색을, 강아지 팀은 그 혓바닥에서 따온 분홍색에 하늘색과 검정색을 사용하며 농도 조정이 가능하다. 리소그라프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에게 익숙한 장비가 아니라 알맞은 작업 방식을 새롭게 구상한다는 점도 중요했다. 규칙을 가지고 노는 에루어의 철학과 맞닿는 부분이다."
  
- 실크스크린 포스터는 어떤가?
"포스터는 30cm X 40cm, A3 정도 크기로 액자까지 맞춰서 하나의 작품으로 다룬다. SAA와 함께 진행하는데, 이곳은 PaTI 졸업생인 이산하, 정성훈이 운영하는 스튜디오로 PaTI의 실크스크린 장비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이를 활용해 독립 스튜디오 활동도 병행한다.

학교에서 쓰는 장비인 만큼 품질도 좋고, 동문 사이라서 1~2장처럼 말도 안 되는 소량 인쇄도 가능해 우리에게는 최고의 파트너다. 특히 SAA는 일러스트레이터로도 활동하기 때문에 실크스크린으로 작가의 작업을 정성 들여 제대로 구현하는 걸 굉장히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 방향점이 같았다." 

- 이번 프로젝트에 PaTI 출신이 많이 참여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의 배움이 도움이 되나?
"PaTI에서는 책을 만들 때 기획, 서체, 사진, 종이, 인쇄 등 책을 둘러싼 모든 것을 다각도로 탐구하길 종용했다. 서체가 필요하면 직접 만들기도 하고, 이미지가 필요하면 구글링보다 카메라로 찍고 직접 편집했다. 리소그라프나 실크스크린도 4년 내내 쓴 터라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작가들이 낯설어할 때 주도적으로 규칙과 방법을 제시할 수 있었다. 수업 중 프로젝트를 기획하면 일단 시작한 후 연발한 실수를 스스로 해결하는 게 일상이었다. 이런 게 습관이 되다 보니 이번 <CAT vs DOG>도 겁 없이 덤빌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하하."

- 텀블벅에 실크스크린 포스터 수익률을 적나라하게 밝혀서 깜짝 놀랐다.
"실크스크린 포스터 가격이 15만 원인데 인쇄 공정을 모르는 분들이 혹 오해를 할까 봐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했다. 진정성에 납득이 가야 펀딩이 성공할 것 같았다. 제작비 항목을 보면 9만 원인데 액자가 비싸다는 문의가 있다. 현실은 정 반대다. 제작비 대부분은 실크스크린 공정에 드는 최소한의 비용이다. 실크스크린 포스터를 1~2장 정교하게 인쇄하려면 정말 가격이 비싸다. 포스터에 액자를 끼우니 배송비도 올라가고, 텀블벅 수수료도 있다. 이런 절대 비용을 빼고 가장 높게 책정한 부분이 아티스트 작업비다. 20%라는 점이 안타깝지만 작업비를 높이면 포스터가 비싸다고 구매를 망설일까 걱정되어 어쩔 수 없었다."

- 아무리 봐도 수익 날 구멍이 없다. 텀블벅 펀딩에 100% 성공하면 완전 적자, 200% 성공해도 실질적인 적자다. 대체 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가?
"일러스트레이션은 외국과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 소외된 느낌이다. 그래픽 디자인, 사진 분야에서는 신선한 매체가 계속 출현하지만 이쪽은 관련 매체도 빈약하다. 이번 <CAT vs DOG>을 시작으로 에루어가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새로운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금전적인 면에서는 실패지만 다른 부분에서 얻은 것도 많다. 100명의 일러스트레이터와 인연을 맺게 되었고, 외국에 있는 분들도 관심을 보낸다. 펀딩에 성공하면 다음에 어떻게든 길이 열리지 않을까? 근데 사업에 성공하려면 실패 3번은 겪어야 한다던데... 아 괴롭다.(웃음)"

- 손해가 뻔히 보이는 데 두렵진 않나?
"당연히 두렵다. 손해액도 짐작이 가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우리는 어떤 후원 없이 텀블벅 펀딩과 자비로 막으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적자가 나면 돈도 돈이지만 마음이 지친다. 더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니까. 그래서 더더욱 적자를 내지 않으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는 균형점을 꼭 찾고 싶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에루어라는 일러스트레이션 플랫폼이 시작되었다. 앞으로 많은 것을 기획하고 실현할 예정이니 세상이여 기다려달라, 정도? 하하. 근데 일단 편딩부터 성공해야 하기 때문에 그 후 할 말을 이어보겠다. 행운을 빌어달라. (웃음)"

<CAT vs DOG> 텀블벅 페이지 
https://tumblbug.com/catvsdog

에루어 
http://elur.kr
덧붙이는 글 위 기사의 긴 버전은 글쓴이의 <허프 포스트 코리아>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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