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배송 거부, 아직 물류회사 압박은 없다"

[인터뷰]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국민에 맞춰 움직이겠다"

등록 2019.07.29 07:04수정 2019.07.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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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배송거부 선언하는 택배노동자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이언주 무소속 의원이 25일 자신의 SNS에 택배노동자들의 '유니클로 배송 거부'에 대해 "일하기 싫으면 그만두고 다른 사람들이 일하게 두라"고 비난했다. 그는 "불매운동 할 생각이 없는 소비자들은 어떻게 되는 거냐? 주문한 소비자들은 민노총에 의해 사실상 강제로 불매운동 참여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의원의 비난을 받을 만큼 '유니클로 배송 거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이토록 호응이 클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택배노동자들의 유니클로 배송 거부 선언 후 다음날인 25일 오후 <오마이뉴스>가 서울 서대문구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김태완 위원장을 직접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내용이다.

"배송거부 선언, 큰 반향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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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 ⓒ 김종훈

 
- 구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유니클로 제품을 배달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 반향이 큰데, 예상했나?
"국민의 관심이 크니까 반향이 일 건 기대했는데 이 정도까지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선언 발표 후 조합원들의 인증샷이 수백 건 이어지고 있다. 택배노동자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배송 거부 선언을 한 거다. 우리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택배노조 사무실 입구에는 수백명의 택배노동자들이 보낸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샷이 배너로 만들어져 게시돼 있었다.
  
- 수많은 일본 제품이 있는데 왜 유니클로만 배송 거부 선언을 한 것인가?
"유니클로가 실언한 것이 컸다. 국민들 감정을 크게 자극했다. 조합원들이 먼저 '유니클로에 대해 우리도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며 제안을 했다. 조사해 보니 (전범기인) 욱일기를 로고로 사용하기도 했더라. '유니클로 배송 거부를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 편의적인 측면에서도 유니클로는 대부분 CJ대한통운 계약물량이다. 박스에 '유니클로'라는 마크가 선명하다. 한눈에 보면 다 안다."

- 물류회사에서 유니클로 배송 거부 선언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나?
 "(거부 선언을 한 노동자에 대해) 현장 관리자나 본사에서 어떤 압박을 가하거나 하지는 않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회사들도 국민과 같은 입장이 아니겠나."


- 언제까지 유니클로 배송을 거부할 건가? 
"그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택배노조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국민들의 바람에 맞춰 움직이겠다."

택배노조는 26일 이언주 의원의 택배노동자 비난 발언에 대해 <오마이뉴스>에 보낸 입장문에서 "우리는 이언주 의원의 발언을 듣고 흡사 친일 부역을 강요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택배노동자들의 반일 불매운동 동참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양심에 따른 지극히 정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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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배송 거부 인증하는 택배노동자들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8월 16일과 17일 택배 없는 날을 만들자"

지난 22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택배노동자에게 휴식을..."이라는 제목으로 "8월 16일과 17일을 택배 없는 날로 만들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 '택배 없는 날'을 선언하며 택배노동자들의 휴가를 요청한 이유는? 자영업자처럼 쉬고 싶을 때 쉬면 되는 것 아닌가?
"택배노동자는 결코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다. 택배기사들은 전부 택배사 '전속'이다. 물류를 중계하면, 맨 마지막에 물건을 받아 배송하는 역할이다. 하루라도 멈추면 다음날에는 결코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이 쏟아진다. 무엇보다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되거나 해고된다.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구역을 갖고 있다. 구역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약이 끊긴다. 쉬지 못하는 이유다."

- 노조에서 요구하는 대로 8월 16일과 17일에 택배 없는 날이 되면 물류가 정지되는 것 아닌가?
"이 날을 특정한 것은 1년 중 택배 수요가 가장 적기 때문이다. 물량이 대폭 준다. 그래서 이때가 가장 좋다고 판단했다. '물류가 정지될 것 아니냐'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개별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차원이다. 안착만 되면 택배노동자들이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일단 택배노동자들도 휴가를 간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택배회사에 업무협조를 요청하려고 한다."

- '휴가를 갈 수가 없다'라는 말이 그래도 잘 이해가 안 간다.
"택배노동자들은 일이 너무 힘들다 보니, 일반 노동자들이 보장받는 처우에 대해서 아예 상상을 하지 않는다. 워낙 힘들고 고되게 일하는 걸 처음부터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만 닿으면 어떻게든 업계를 떠나려 하는 거다. 그럼에도 휴가도 없이 택배일을 계속 하는 이유는, 고생하는 만큼 먹고는 살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와 50대가 많은 이유인데, 가정을 가진 사람들이 한 달에 300~40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직종이 택배다."

"평균 14시간 노동, 이중 7시간은 공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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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노동자기본권쟁취 경남투쟁본부는 15일 오후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월 16일, 택배없는 날"로 해달라고 제안했다. ⓒ 윤성효

 
이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정부가 발의를 준비 중인 '생활물류서비스법'이 꼭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휴가 없이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의 지위와 처우에 관련된 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아주 열악한 작업 환경에서 장시간 공짜 노동을 한다. 산재가 발생해도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보장이 안 된다. 어떤 것도 보장이 안 되는데, 이 산업에 대해 누가 책임지는지, 사용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법적인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특수고용노동자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도 안 되니 공짜로 일을 부려도 되고 휴식을 안 줘도 무탈하다."

- 공짜노동을 강조했는데, 어떤 일을 공짜로 한다는 것인가?
"택배노동자들은 평균 14시간을 일한다. 신입 시절, 일이 서툴면 아침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일하다 퇴근하기도 한다. 평균 7시간 정도 되는 분류작업 때문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이 일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말 그대로 공짜로 일하고 있다."

- 생활물류서비스법에 '택배운전종사자'와 '택배분류종사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인가?
"그렇다. 택배사들은 비정규직을 고용해 상하차 업무를 시킨다. 고되지만 비용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택배노동자들이 분류업무에 참여하면 따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분류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생활물류서비스법에 이 부분에 대한 분류를 요청한 이유다. 분류만 되면 무임금에 대한 보상이 이뤄질 거다. 당장 14시간 노동에서 7시간으로 정상화 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은 "택배노동자들은 우체국 집배원과 달리 과로로 죽어도 집계조차 안 된다"라면서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집계조차 할 수 없는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김 위원장은 "유니클로 배송 거부 선언 만큼 생활물류서비스법에도 큰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생활물류서비스법은 택배노동자 입장에서 처우 문제를 개선하는 첫걸음이지만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상적으로 일하는 택배노동자들을 만나 택배서비스가 좋아지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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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 배달 안해!' 과거사 반성없는 아베정권 경제보복을 규탄하는 택배노동자들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앞에서 '유니클로 배송거부 기자회견을 열였다. 전국택배연대노조, 전국택배노조 주최로 열린 회견에서 참가자들은 상품 배송박스에 '택배노동자들은 유니클로(UNIQLO)를 배달하지 않습니다'가 적힌 스티커를 붙이며 의지를 밝혔다. ⓒ 권우성

 
#이언주 #배송거부 #유니클로 #택배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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