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이 당신에게 새로운 '일어 섬'이 되기를

제1회 섬의 날 기념 강제윤 섬 사진전, 31일부터 개최

등록 2019.07.29 08:55수정 2019.07.2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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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섬' 전 ⓒ 갤러리나우

 
섬 사진 전시회 '당신에게 섬' 전이 서울 인사동 갤러리 나우에서 7월 31일부터 8월 6일까지열린 다. 전시회 첫 날 오후 6시에 오프닝 행사가 있다.

사단법인 섬연구소 강제윤 소장의 섬 사진 50점이 '당신에게 섬' 전의 주인공들이다. 하의도, 금오도, 소리도, 가거도, 여서도, 보길도, 반월도, 욕지도, 연화도, 미륵도, 홍성죽도, 백령도, 차귀도, 마라도, 울릉도 등 한국 동서남해의 대표적인 섬들이 소개된다.

강 소장은 20년 동안 한국의 유인도 400여 곳을 탐방하고 조사활동을 해온 시인이자 섬 전문 사진가이다. 어제는 시를 발표하고, 오늘은 농성을 하다가, 내일은 신문사에 칼럼을 송고한 다음, 모레는 배낭을 메고 섬 답사에 나서는 식이다. 갯바람 안고 돌아와 '소맥' 몇 잔 걸치고 나면, 이제는 강 소장이 주도해 조직한 국회 섬포럼이 기다리고 있다. 그야말로 강 소장은 전천후 '섬사람'인 셈이다.

섬사람 강 소장은 2015년 '섬나라 한국전'(갤러리 나우)을 개최하는 등 수차례 섬 사진 전시회를 열어 섬의 가치를 알려왔다. 이번 전시회는 섬 길만을 걸어온 강 소장 사진 작업의 총결산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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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섬' 전 작품 ⓒ 강제윤


사진전 '선행학습'을 위해 전시도록을 펼쳤다. 시, 연구, 사진, 시민활동 등으로 종횡무진 섬들을 횡단했던 강 소장의 이력을 잘 드러내 주는 도록이다. 초대의 글은 강 소장의 시 '속절없이 그리운 날에는 섬으로 갔다'이다.
 
"…(전략)… 섬은 나를 비난하지 않았던 것처럼 애써 위로하려 들지도 않았다. / 말없이 묵묵히 같이 있어주던 섬. / 그래서 나는 또 남은 생애의 날들에도 더 자주 섬으로 갈 것이다. / 당신 또한 섬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기를. / 그 섬이 주저앉은 당신에게 새로운 '일어 섬'이 되어주기를. / 이 사진들이 그 섬으로 가는 입구가 될 수 있기를…"
 
200자 원고지 40매 분량의 '전시 서문' 또한 강 소장이 직접 썼다. 이스탄불, 로마, 중앙아시아, 무슬림, 아라비아해, 쿠로시오해류 같은 이국의 말들과 신라, 고려, 쌍화점, 조선, 공도정책 같은 우리네 언어들이 가로세로로 엮여 섬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명쾌하게 풀어낸다. 나아가 그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깡그리 무시해 온, 섬의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간의 섬 정책을 신랄한 비판하고 있다. 서문의 끝자락에는 '섬과 우리들'에 대한 강 소장의 전망, 호소, 바람이 간절한 담겨있다.
 
"영토의 3배가 영해다. 그 영해의 중심이 섬이다. 바다로, 섬으로 가면 우리는 더 넓은 세상과 대면할 수 있다. 섬의 길은 어느 쪽으로도 열려 있다. 섬에서 우리는 움츠러들어 있던 정신의 근육을 무한대로 키울 수 있다. 섬은 분명 이 시대의 정신을 비옥하게 만드는 소중한 토양이 될 것이다. 이 사진전이 섬과 섬사람들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데 작은 기여라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사진을 살펴볼 차례다. 강 소장의 섬 사진들에는 일관된 패턴이 있다. 섬과 바다를 응시하는 카메라 위치의 멀고 가까움은 자유롭다. 하지만 사진이 포착한 '섬'에는 언제나 삶의 터전이 담겨 있다. 부표, 방파제, 통발, 작업 중인 어선 등 '사람'을 섬 미학의 일부로 배치한 것이다. 드물게 '사람'이 배제된 사진이 있지만, 그 경우에는 매우 가까이서, 혹은 위태로운 조건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강 소장의 위치가 확인된다. 관람자가 섬이나 바다의 한 복판에 서 있는 효과를 빚어낸다.

초대의 말에서 밝힌 것처럼 강 소장의 섬 사진에는 언제나 '사람의 길'이 표시되어 있는 셈이다. 무심하게 관망하는 객관성, 형식미학을 추구하는 탈문명의 초월적 시선을 강 소장의 사진에서는 발견할 수가 없다. 결국 강 소장은 '더 넓은 세상으로서 섬'을, '정신의 근육을 키워주는 섬'을, '이 시대의 정신을 비옥하게 만드는 섬'을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강 소장은 왜 이토록 간절하게 '같이 섬에 가보자'고 꼬드기는 것일까. 그와 나눈 대화, 전시 서문의 글 등으로 미루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섬과 섬사람에 대한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이다. 차별과 소외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를 황폐화시킨다. 공동체의 건강한 성장을 가로막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와도 같다. 극복을 위한 출발은 섬과 섬사람들에 대한 온전한 이해일 수밖에 없고, 그러기 위해 사진을 보여주며 강 소장은 '같이 섬에 가보자'고 꼬드기는 것 같다.

둘째는 잃어버린 개방성과 열린 사고를 되찾기 위해서이다. 이 땅이 세계를 향해 열려 있을 때 그 중심에는 바다와 섬들이 있었고, 우리네 문화는 가장 활력 넘치고 왕성했다. 분단과 전쟁, '해외'로 자유롭게 나갈 수 없었던 독재통치를 겪으면서 우리의 몸과 마음, 시야가 폐쇄적으로 변해버렸다. 이처럼 '갇힌 현실'에 균열을 내고자 강 소장은 '같이 섬에 가보자'고 유혹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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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섬' 전 작품 ⓒ 강제윤



전시회의 부제목이 눈에 띈다. '제1회 섬의 날 기념'이다. 국토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북한을 포함해 5000여 개의 섬을 가진 해양국가 대한민국이 2019년에 이르러서야 '섬의 날'(8월 8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했다. 섬은 생태, 문화, 관광 자원의 보고(寶庫)인 동시에 소중한 삶의 터전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섬은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소외돼 있었다. 섬을 기리는 단 하루의 날이 없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늦은 조치이지만,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섬의 날 제정이 조선시대 공도정책으로 잊혀졌던 섬들이 6백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활하는 신호탄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차별과 소외를 극복하고, 개방성과 열린 사고를 되찾는 첫 걸음으로 대한민국은 '섬의 날'을 제정했고, 거기에 맞춰 강제윤 소장은 섬 사진을 세상에 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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