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식 나이트클럽? 북한, 대동강 맥주부터 미국 버드와이저까지

[북·중 접경지역 탐방] ? 중국 연변조선족 자치주 호텔의 평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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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dorga17)등록 2019.07.29 13:44
 

평양관 입구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평양관 ⓒ 신나리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낯설지 않다. 지난 15일, 북한식 나이트클럽으로 소개되는 '평양관'에 '고향의 봄'이 흘러나왔다. 6명씩 앉을 수 있는 테이블 4개와 2~3인용 테이블 2곳에 사람이 찼다. 평양관 직원은 "요일없이 손님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유리로 된 안쪽 방에 10여 명의 중국인이 모여 흥을 즐겼다.

평양관에는 매일 오후 9시부터 자정까지 1시간마다 전자기타·건반·드럼·전자 베이스 이루어진 4인조 밴드의 공연이 있다. 색소폰 연주자까지 모두 북한 여성이다. 밴드와 직원, 매니저 평양관 어디에도 남성 직원은 없다. 밴드 공연이 끝나자 발목 위까지 오는 한복에 빨강 하이힐을 신고 꽃을 들고 노래하는 이들이 무대를 메웠다. 북한의 대동강 맥주부터 와인, 샴페인 다양한 술이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맥주 '버드와이저'도 냉장고 한쪽을 채우고 있다. 
 

평양관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평양관. ⓒ 신나리

 
술을 마시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평양관'은 나이트클럽이라기보다는 노래주점에 가깝다. 중간중간 무대에 설치된 화면에 '로동당의 령도자'. '펼펄펄 날리는 경례를 받으시라' 등 북한 조선로동당의 선전곡 가사가 나오는 것만 빼면 한국의 여느 주점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17년 북한이 대부분 중국과 합작형태로 운영되는 중국 내 북한 식당의 종업원들을 철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앞서 중국이 2016년 9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2375호 채택에 앞서 북한 근로자들의 노동비자 연장을 금지하고 신규 발급을 억제했다는 말도 있었다.   

평양관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평양관 ⓒ 신나리


그 사이 2016년 4월 북한 식당의 종업원이 집단 탈북해 한국으로 입국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북한식당에서 '남조선 손님에게 봉사하지 않는다'라며 남한 손님을 거절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 정상회담 등 서먹했던 남북관계가 풀린 덕분일까. 북한 식당들이 다시 남한 손님들을 환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019년 7월, 평양관 직원들은 남한 손님이라고 더 반기지도 않았고 어색해하지도 않았다. 테이블을 담당하는 직원은 비워진 잔을 채우며 자리를 지켰다.

한민족, 환영한다며 '반갑습니다' 노래선물
 

평양관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평양관 ⓒ 신나리

 
"선생님이라니요, 편하게 동무라고 부르십시오."

메뉴판을 가져다 달라며 직원에게 '선생님'이라 부르자 '동무'라 부르면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흰색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오는 검정 치마, 가슴 한쪽에는 인공기가 달린 명찰이 있었다.

스물한 살의 그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내인 리설주 여사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금성학원을 졸업했다고 했다. 평양 만경대구역 금성동에 있는 금성학원은 북한 최고의 예술 인재 양성 학교다. 다른 직원들도 금성학원 출신인지 묻자 "다들 다릅니다"라고 말했다. 평양관에서 일한 지 꼬박 1년이 됐다는 그는 별말 없이 어느 잔이 비워졌는지를 살피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했다.

그는 말하지 않아도 '남한'에서 온 손님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는 '반갑습니다'라는 환영의 노래를 불러주었다. 평양관에서 직원에게 노래를 신청해 불러 달라고 하면 100위안을 내야 한다. 그는 한민족이라 반갑다며 노래를 '선물'한다고 했다.
 

평양관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인 연길시의 한 호텔. 1층에 있는 평양관 ⓒ 신나리

 
원한다면 손님이 직접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수도 있다. 종업원과 함께 부르는 것도 가능하다. 역시 100위안이다. 평양관의 '자모별 노래 곡목집'에는 모란봉악단이 지난 2015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진 '그리움은 나의 행복'부터 '미남자는 어데 있는가', 춘향전의 '사랑가'까지 북한의 다양한 노래가 실려있다.

외국곡으로 아바의 'I have a dream',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As long as you love me' 등 10여 곡이 한국 노래는 '나그네 설움', '칠갑산', '목포의 눈물', '아리랑', '홍도야 울지 말아' 등 30곡이 있다.

북한의 여느 식당처럼 평양관도 직원에게 현금으로 팁을 줄 수 없다. 대신 각 50위안, 100위안인 꽃다발을 사서 전할 수 있다. 공연을 촬영하는 건 금지하지만, 꽃다발을 사면 직원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해 솟는 백두산은 내 조국입니다. 한나(라)산도 독도도 내 조국입니다. 백두와 한나(라)가 서로 손을 잡으면 삼천리가 하나 되는 통일이어라. 아 통일, 통일 이여라.'

평양관에서 나오기 전, 한 남한 손님이 그와 '백두에서 한나(한라)는 내 조국'을 열창했다. 지난 2018년 2월 당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북한 예술단 공연에서 부른 노래였다. 

노래가 시작되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남북 선수단이 입장한 사진이 나왔다. 당시 남북 단일팀이었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사진과 '우리민족끼리'라고 쓰인 한반도기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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