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지 않고, 한파에도 얼지 않는 '고래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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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길령(skyseaone)등록 2019.07.30 10:15
당진시 대호지면 장정리는 길장(長)에 우물정(井)자를 쓴다. 옛 지명은 우물실, 1914년에 우물이 자리 잡은 긴 마을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장정리에는 오래도록 내려오는 신비의 샘이 있다.

대부분 70~80대의 어르신이 사는 전원마을이지만 어느 누구도 신비의 샘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는지, 왜 고래샘이라고 불리는지는 알지 못한다. 단지 고래가 등에서 물을 뿜는 것처럼 물줄기가 솟아난다고 해서 '고래샘'이라고 불려왔을 것이라 추정만 할 뿐이다.

경로당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어르신들에게 '고래샘'에 대해 묻자 대수롭지 않게 "잉~ 고래샘, 있슈"하는 답만 돌아왔다.

그중 한 어르신은 "옛날에는 식수로 사용했다고도 했지. 지금은 가뭄 때도 물이 안 마르니까 논에 물댈 때 쓰고, 예전에는 빨래도 하고 멱도 감고. 지금은 작지만 예전에는 더 컸지 아마"라며 고래샘에 대한 옛이야기를 풀어냈다.
 

장정리의 마르지 않는 '고래샘' ⓒ 배길령

 
대호지면 장정리 최규범 이장을 만나 고래샘으로 향하는 길은 '마르지 않는 신비의 샘'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렸다. 대호지면 장정리에서 태어나 한평생을 살아왔다는 최 이장은 아버지의 아버지,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부터 고래샘이 마을에 존재해왔다고 말했다.

"내가 어릴 때도 있었고,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다고 어른들이 그랬으니까유, 어른들 말로는 고래샘이 물이 맑고 좋으니까 사람들이 터 잡고 살면서 농사를 짓고 마을을 꾸리지 않았나 싶대유."

고래샘은 물이 땅 아래에서 솟는데 샘 옆을 지나가다보면 퐁퐁 솟는 물줄기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한여름의 고래샘은 물이 얼음장처럼 차갑고 한겨울에는 따뜻하다. 또 신기하게도 가뭄에는 마르지 않고 한겨울에는 얼지 않는다.

장정리 주민들에게 고래샘은 마을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샘이다. 어린 시절 빨래를 하던 어머니가 찾던 곳이며 동네친구들과 첨벙첨벙 물놀이를 하던 곳이고 여름밤이면 애어른 할 것 없이 시원하게 멱을 감던 곳이다.

1973년 지하수개발에 의해 물이 감소하고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1997년 고래샘은 사라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의 상징인 고래샘을 보존하자는 마음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고래샘의 유래에 대해 설명해주는 장정리 최규범 이장 ⓒ 배길령

 
그 옛날 3만 5천평의 논에 농업용수로 큰 역할을 해왔다는 말처럼 고래샘은 지금도 물이 부족한 논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도 해 마을사람들에게는 고마운 샘이다.

본래 논가에 있던 자연 샘의 모습은 현재 마을주민들이 조성한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고래샘이 장정리의 마르지 않는 신비의 샘인 것만큼은 변한 게 없다.

고래샘을 지나 집으로 향하던 한 어르신은 오토바이를 세우고 지름이산이 사라져서인지 고래샘의 물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호지에 있는 지름이산자락 따라 3개의 샘이 마을마다 하나씩 있었슈. 석산개발로 지금은 지름이산이 다 파였고 그 영향인지 옆 마을 2개의 샘은 모두 말라서 사라졌고 고래샘만 남았지..."

취재차 간 날은 바닥까지 보이는 투명함을 자랑한다는 고래샘 본래의 신비한 모습을 볼 수는 없었지만 고래샘은 마을사람들에게 언제나 고마운 존재로 함께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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