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두눈부릅 양승태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이다

[후기] 시민방청단 4차 방청 - 양승태 전 대법원장 18차 공판

등록 2019.07.31 08:47수정 2019.07.31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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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5일 검찰의 추가 기소를 끝으로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 14명이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이 공판 준비를 거쳐 5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는 '외관상 공정성' 확보와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설치를 주장해왔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되지 못한 채 사법농단 가담자들의 재판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와 민변 사법농단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TF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애칭 부릅단)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 1심 동안 운영합니다. 시민방청단은 함께 근무했던 법관이 전·현직 법관을 재판해야 하는 상황에서 '셀프재판' '제 식구 감싸기 재판'이 되지 않도록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것입니다. 

시민방청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관들에 대한 재판을 현직 법관들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재판을 방청하기 어렵더라도 증인신문이 있거나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실체규명이 이뤄질 때 월 1~2회 출동합니다. 그리고 재판장의 모습을 시민의 눈으로 기록하고 소회를 나누고자 합니다. 7월 26일 네번째 부릅단 활동은 방청에 참여한 부릅단 이장원씨가 소개합니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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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6일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6일 나는 '두눈부릅 양승태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부릅단)의 일원으로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18차 공판 방청에 참여했다. 부릅단은 초유의 사법농단사건에 대한 법적 규명이 시민들의 관심 속에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운영하는 시민 감시단이다. 부릅단이 소집된 것은 5월 29일 첫 공판기일 이후 네 번째로, 지난 22일 양 전 대법원장이 석방된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4차 부릅단 활동은 참여연대 청년공익활동가 학교의 특별방청과 함께했다. 미래 시민사회 주역이 될 청년활동가들은 한때 사법권 가장 꼭대기에 있었던 양승태 피고인과 그의 재판거래 의혹을 밝히려 하는 검사의 표정 하나와 눈빛 하나에 주목하였다.

이날 오전 10시 시작한 공판에서는 정다주 부장판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있었다. 증인신문으로는 박찬익 전 부장판사,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에 이어 세 번째다. 핵심증인이 참여하는 사법농단 재판에서는 검사석을 제외한 판사석, 증인석, 변호인석 모두에 전·현직 판사들이 자리하고 있어 공정하지 못한 '셀프재판'이 우려된다.

부릅단은 당일과 같이 공판에 핵심증인이 출석하고 '제 식구 감싸기 재판'에 대한 우려가 있는 날에 특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핵심증인이 출석했기 때문에 중요사안에 대한 실체적 규명도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부릅단으로 공판 방청에 참여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9시 30분경부터 중앙지법 서문 입구에서 방청권을 배부받을 수 있었다. 입장 전 다른 부릅단원들과 함께 민변 소속 변호사에게 사법농단과 형사재판의 진행 과정에 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었다. 모든 부릅단원이 자신의 가방을 열어 보이고 나서야 비로소 411호 법정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날 부릅단 활동은 주신문이 진행된 오후 12시 30분까지 진행되었다.


이날 공판에서는 정다주 부장판사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한 다수의 보고서가 서증으로 제시되었다. 이 문건들의 작성 경위와 관련된 사실관계 등이 검토되었다. 정 판사는 보고서의 작성 경위를 묻는 검사 측의 신문에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문서화를 요청해서 작성하게 된 것이라 말했다.

검사 신문과 증인 진술 뒤 치열한 법률적 계산

문제가 된 보고서는 정무적 판단으로 채워져 있었다. 기획조정실 내부 보고서 중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 집행정지 관련 문건'은 특정 판결의 선고 시점을 조정했을 때 청와대와 대법원이 얻을 수 있는 정치적인 이득이 정리된 표가 포함되어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전교조 법외노조 관련 선고 시점을 헌법재판소의 위헌정당해산 판결 이전으로 함으로써 극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보고서의 내용을 실제 집행으로 옮겨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그 행동은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정 판사는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이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가정적 상황'이라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였다.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가정을 전제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안을 적었다는 주장이다. 그는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이나 실효성을 미처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한다. 어디까지나 헌법적 테두리, 그리고 법률적 테두리 안에서 쓰일 것이라 믿고 있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그러나 보고서의 내용은 사법부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보기엔 다분히 정치적이었다. 관행적으로 한 일이 아니라면 누가 시킨다고 아무 의심 없이 작성할만한 것이 분명 아니었다. 심지어 외부 정보원 없이 기획조정실 심의관으로서는 알 수 없는 정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는 작성된 보고서가 임종헌 당시 기획조정실장에게 제출되었지만 어디까지 보고되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가 단지 '가정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재판거래를 위해 개별 재판에 개입하려는 흔적이었는지는 재판부가 법률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다만 방청을 지켜보는 부릅단으로서 오가는 검사의 신문과 증인의 진술 뒤에 치열한 법률적 계산이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정다주 증인으로서는 설사 자신의 보고서가 실제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짐작했더라도, 그것을 법정에서 말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위계질서가 분명한 조직에서 자신의 본분에 충실히 일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를 당시 그는 과연 알고 있었을까? 지금은 알게 되었을까?

시민들의 방청 없다면 법정은 기울어진 운동장 되고 말 것

양승태 피고인은 공판 시작부터 경직된 표정으로 입은 굳게 다물고 눈은 정면 어딘가를 응시했다. 이따금 깊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방청석이나 판사석 쪽은 거의 보지 않았다. 그의 웃는 모습은 오전 공판이 끝나고 휴정 시간이 되어서야 볼 수 있었다. 더욱 그의 재판전략과 의도가 궁금해지는 대목이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그의 표정도 지금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안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한때 사법부 내 최고 권력자였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앞장섰어야 하는 전임 대법원장이 민주주의 기틀이 되는 삼권분립의 원리를 뒤로하고 재판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런 그에게 지금 남은 것은 방대한 법률적 지식과 초호화 변호인단이다.

부릅단은 전임 대법원장을 피고인으로 하는 사상 초유의 재판에서 증거와 사실관계만으로 공정한 재판을 하라는 시민의 요청이다. 이날 부릅단 이외에 자발적으로 방청에 참석한 시민방청객이 일부 있었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청이 없다면 전·현직 법관을 후임 법관이 재판하는 상황에서 법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말 것이다.

나는 사법농단의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만큼 피의자가 누구이건 간에 헌법과 법률에 의해 공정한 재판이 이루어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헌법 제27조 1항이 규정하는 헌법상 보장된 권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도 그러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결론을 얻기 위해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누구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부릅단의 노력은 사법농단재판의 1심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의 필자는 '두눈부릅 사법농단재판 시민방청단'의 일원인 시민 이장원님입니다.
시민방청단 신청하러가기>> http://www.peoplepower21.org/Judiciary/1634227
#부릅단 #사법농단 #시민방청단 #양승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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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합니다. 2004년부터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 특별협의지위를 부여받아 유엔의 공식적인 시민사회 파트너로 활동하는 비영리민간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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