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여름휴가 취소가 쇼? 역대 대통령들은 어땠나

주말 제주 방문 등 두고 논란... 김대중·노무현 등 국정 이유로 취소 선례 있어

등록 2019.07.30 17:53수정 2019.07.30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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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 제주 방문 당시 모습. ⓒ 제주특별자치도 소상공인경영지원센터

 
"휴가 반납을 마치 쇼처럼 하는 것. 이 정부의 보여주기식, 또 습관성 거짓말이 엿보여서 매우 씁쓸하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말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보복·러시아 군용기 영공 침범·북한의 신형 탄도미사일 발사 등 안보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4박 5일 간의 여름 휴가를 취소한 것에 대한 얘기였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지난 주말을 이용해 가족들과 함께 제주도를 방문한 것이 '사실상의 휴가' 아니냐는 지적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제주도 방문은 주말을 이용한 대통령 개인일정"이라고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9일 기자들의 관련 질문을 받고, "(대통령이)아무리 국정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지지만 공직자도 주말과 평일이 있다"며 "평일은 연차를 내고 하게 돼 있고 그것이 통상적으로 휴가라고 할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이 같은 설명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어제, 오늘의 민망한 모습은 다 청와대가 대통령의 휴가마저도 정치적 제스처로 과잉 활용하려고 하는 데서 생긴 문제다. 저는 거꾸로 '대통령께서 당당하게 휴가를 가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나 원내대표의 '보여주기식 휴가 반납'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휴가를 휴가라고 말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란 제목의 논평을 통해 같은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휴가 취소'로 온갖 생색을 내던 문 대통령이 주말을 이용해 제주도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공식 일정 없이,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며 지인을 만나는 것이 휴가가 아니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특히 "휴가 반납쇼를 멈추고 유능한 대통령이 되라"고 주문했다.

여름휴가 취소 없었던 이명박·박근혜,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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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경남 거제시 장목면의 섬 '저도'를 찾아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

 
다만, 문 대통령의 주말 제주도 방문을 이유로 여름휴가 반납을 '보여주기 쇼'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평일에 연차를 내는 것을 휴가라고 한다"는 청와대의 해명도 일리가 있지만, 역대 대통령들도 국가 안보 등 현안을 이유로 여름휴가를 취소한 선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6년 7월 충북 청주시에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된 청남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파주·연천 폭우 사태로 하루만에 복귀한 전례가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첫해인 1998년 당시 IMF 사태를 이유로 여름휴가를 잡지 않았다. 그리고 1999년(7월 25~8월 1일), 2000년(7월 22일~31일), 2001년(8월 2일~8월 5일), 2002년(7월 28일~8월 3일)엔 청남대와 관저 등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로 여름휴가를 취소했다. 그 전인 2003년(8월 2일~8월 10일), 2004년(8월 2일~8월 7일), 2005년(7월 30일~8월 3일), 2006년(7월 31일~8월 4일)엔 대전 '군 휴양소'와 강원도 평창, 관저 등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공교롭게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반납 사례가 없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26일부터 30일까지 진해 '군 휴양소'에서 여름 휴가를 보냈고, 그 이듬해부터 퇴임 전까지 지방 모처에서 주로 여름휴가를 보냈다.

다만, 2011년(8월 3일~8월 7일) 여름휴가는 당시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과 중부지방 폭우 등을 이유로 예정했던 휴가일정을 일주일 늦췄다. 이 전 대통령은 휴가지에서도 하루 두 차례씩 당시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현안을 챙긴 것으로도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3년 7월 29일부터 8월 2일까지 경남 거제시 소재 대통령 별장지였던 '저도'와 관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저도는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가장 즐겨 찾던 휴가지였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2014년(7월 28일~8월 1일),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2015년(7월 27일~7월 31일)엔 관저에서 휴식을 취했다. 2016년(7월 25일~7월 29일)엔 울산 십리대숲과 관저에서 여름휴가를 보냈다.

한편, 문 대통령의 휴가 반납은 취임 후 처음이다.
#문재인 #여름휴가 #일본 경제보복 #박근혜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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