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사냥 능가하는 '요격 미사일' 나올까?

[김창엽의 아하! 과학 16] 사람 눈 깜박임보다 7배 빠른 잠자리 기동과 신경망 주목

등록 2019.07.31 17:05수정 2019.07.3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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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7월 25일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이른바 '이스칸데르' 형으로 알려졌다. 해당 미사일은 정점고도를 지나 하강하는 과정에서 급강하한 뒤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이는 미사일이다. 복잡한 요격 회피 기동때문에 요격이 어려운 미사일로 꼽힌다.

미사일과 미사일 요격 시스템은 마치 창과 방패처럼 앞서거니 뒷서거니 기술 진전을 이뤄왔다. 오르락 내리락 하며 날아가는 이스칸데르 형 미사일이 하나의 포물선을 그리며 목표물을 향하는 일반 미사일보다 잡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
    

애로우 2 요격 미사일. 센서와 컴퓨터 기술이 요격 성능의 핵심을 이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하지만 요격 시스템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뒤질세라 이스칸데르와 같은 미사일을 떨어뜨리기 위한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방과학자들이 제시한 잠자리 형 요격미사일 체계도 그중 하나이다. 

여름에서 가을까지 무리 지어 하늘을 나는 잠자리는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그러나 날아다니는 작은 곤충, 예를 들면 잠자리나 파리, 등에나 꿀벌 등에는 공포 그 자체이다.

잠자리는 얼핏 보기와 달리 육식을 즐기는 곤충이다. 사냥 성공률이 90%에 이를 정도로 곤충계에서는 상위 포식자에 속한다. 수사자의 사냥 성공률이 10%, 높아야 30%가량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뛰어나다. 

미국의 주요한 국방기술연구소 가운데 하나라 할 수 있는 샌디아 국립 연구소 학자들은 잠자리의 높은 사냥 성공률에 주목했다. 주지하다시피 파리나 모기의 비행 궤적은 극히 불규칙적이다. 전후좌우상하로 자유롭게 기동해 먹잇감들이 잠자리의 시야에 한 번 포착되면 삶을 도모하기 힘들다.
 

고추 잠자리. 작고 빠른 모기나 파리 같은 곤충을 사냥하는 성공률이 9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다. 요격 미사일을 연구하는 군사 과학자들이 모기의 사냥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잠자리의 몸체와 날개는 모기나 파리보다 수십 배 정도 크다. 겉모습만 보면 잠자리가 굼뜨고, 급회전·급상승·급강하하는 등의 예각 기동이 어려울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한번 걸리면 십중팔구 잠자리의 입이나 발가락을 벗어나지 못한다. 

"모기나 파리처럼 불규칙하게 비행하는 먹잇감을 잡을 수 있도록 최적화된 신경망을 잠자리는 갖추고 있습니다."

잠자리를 본뜬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 연구를 이끄는 샌디아 국립 연구소 프랜시스 챈스 박사의 말이다.

잠자리는 몸체보다 두뇌가 매우 작다. 하지만 먹잇감을 포착했을 때 기동 반응을 하는 시간 0.05초로 상상할 초월할 만큼 빠르다. 사람이 눈을 깜빡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0.3초니까 거의 예닐곱 배나 빠르게 잠자리는 몸을 놀려 모기나 파리를 낚아채는 것이다.
 

프랜시스 챈스 박사. 미국 샌디아 국립 연구소에서 신경망을 이용한 요격 미사일 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다. ⓒ 샌디아 국립 연구소

 
챈스 박사는 생물체의 신경망이 일반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점에 주목했다. 신경망이 컴퓨터 기술과 결합된 게 인공지능인데, 잠자리 신경망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하면 이스칸데르 형의 미사일을 잡을 수 있는 단초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잠자리 형 요격 시스템'이 실제로 개발될 수 있다면 장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미사일에 탑재하는 컴퓨터 시스템이 작고 가벼워질 수 있다. 당연히 요격 미사일의 기동능력이 좋아질 것이다.

요격 시스템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정교한 센서이다. 목표물을 향해 날아가는 미사일의 궤적을 제대로 읽고 오차 없이 격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센서가 정교해야 하는데, 인공지능이 이용된다면 덜 정교한 센서로도 요격미사일이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1, 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인류는 군사 과학기술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컴퓨터도 인터넷도 차량의 내비게이션도 다 군사 과학기술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미물이라고 흔히 일컫는 곤충들의 사냥과 방어 기술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친다. 과학기술자들이 앞으로도 한동안 동물 흉내 내기를 벗어나기 힘들 것 같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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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십이 코앞. 그러나 정신 연령은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승차 유랑인으로서 시한부 일상 탈출.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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