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3~15일은 택배 주문 피해주세요"

[현장] 택배노동자,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

등록 2019.08.01 18:59수정 2019.08.01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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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주최로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김종훈

 
"잠깐만 서 있어도 이렇게 땀이 난다.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리는데, 폭염과 폭우가 몰아친 오늘 저는 지금 가장 걱정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하루에 250여 개의 택배를 날라야 하는 택배기사들이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이 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택배노동자 기본권 쟁취 투쟁본부 주관 기자회견에서 외친 말이다.

안 소장은 "택배기사들은 누군가에게 행복과 기쁨을 전달하는 사람들이지만, 스스로는 엄청난 고충과 고통, 장시간 과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온 국민이 8월 16일과 17일 택배 없는 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안 소장과 광화문광장에 선 택배노동자들은 "택배노동자 휴식이 보장되려면 '택배 없는 날'이 우선 실현돼야 한다"면서 "택배사가 결단해 '택배 없는 날'을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16일과 17일 양일간 택배 배송 물량이 줄고 택배가 며칠 늦어지는 것을 국민 여러분들이 양해해 주셨으면 좋겠다"면서 "국민들이 8월 13일과 15일 사이에 택배 주문을 피해주는 것이 택배노동자들에게 휴가를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또 택배노동자들은 "택배 없는 날이 실현되려면 홈쇼핑과 인터넷 쇼핑몰 등 고객사에서 선제적으로 홈페이지 안내 등을 통해 8월 13~15일 주문을 피해달라거나 배송지연을 양해해 달라고 공지하면 된다"라면서 "2014년 7월말 KGB택배도 8월 14일 접수한 물품은 18일에 배달하기로 사전 협의했기에 여름휴가를 갔다"라고 강조했다.

부산 택배노동자의 호소 "우린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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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주최로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김종훈

 
이날 광화문광장에 모인 택배노동자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못한 부산 택배노동자 장호성씨의 편지를 대신 전했다.

자신을 'CJ대한통운 우암터미널에서 6년째 근무 중'이라 밝힌 장씨는 "저는 애들이 좀 많다. 5명이나 된다"라면서 "방학이면 애들 엄마마저 아빠 일을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라 하루 종일 아이들은 집에 있어야만 한다"라고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설명했다.

장씨는 "우리가 땀 흘려 일하는 것은 행복하게 살기 위한 것인데, CJ는 고객사와의 약속을 들먹이며 휴가를 줄 수 없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인사업자라 휴가가 없다고 말하는데, 우리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도 종이 한 장 써 붙이곤 일주일을 휴가 간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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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주최로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한 시민이 자신의 딸에게 택배노동자들이 기자회견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 김종훈

 
지난달 25일 김태완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위원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택배기사들은 전부 자신의 구역을 '전속' 계약을 맺었다"면서 "하루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약이 해지되거나 해고된다. 구역을 처리하지 못하면 계약이 끊긴다"라면서 "택배노동자들이 쉬고 싶을 때 쉴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성명에서 "택배노동자들은 헌법과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몰린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라면서 "택배회사는 택배노동자를 직원처럼 부리지만, 휴가나 병가는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스스로 해결하라고 외면한다. 택배노동자가 하루라도 쉬려면 일당의 두 배에 달하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처음부터 쉴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택배 없는 날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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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주최로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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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전국택배노조 주최로 '8월 16, 17일 택배 없는 날 동참 호소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 김종훈


기자회견에 연대 발언자로 함께한 오인환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택배노조가 제안한 택배 없는 날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면서 "현재 5만 당원 집집마다 '8월 16일~17일 택배노동자에게 휴가를!'이라는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폭염과 폭우 속 땀흘리는 택배노동자에게 재충전을!'이라는 녹색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물건을 아침에 시키면 저녁에 온다"면서 "그 이면에는 택배노동자 장시간 노동이 자리 잡고 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은 "대한민국에 있는 택배노동자들은 주 74시간의 노동을 요구 받는다. 세계 최고 수준의 택배서비스는 착취에서 나온 구조다. 여름휴가를 보장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노동자들이 이렇게 거리에 나와 '택배 없는 날'을 호소한 것은 지난달 15일과 22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달 29일 SBS '모닝와이드'에서는 '택배 없는 날'에 대해 거리에서 의견을 물었는데 94%가 찬성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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