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의료원 '사적조정' 통해 해고노동자 해결 가능성 비쳐

고공농성 33일째 조정희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장 현장 찾아 인권침해 요소 점검, 김태년 의료원장 적극 노력 밝혀

등록 2019.08.03 00:27수정 2019.08.0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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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영남대의료원장(왼쪽)이 2일 오후 기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사적조정'을 통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를 밝혔다. ⓒ 조정훈


 
영남의료원 해고노동자들이 원직복직과 노조파괴 진상조사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김태년 의료원장이 '사적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사적조정은 지난달 3일 고공농성 현장을 방문한 장근섭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이 노사 양측에 제안했다. 사적조정은 공정한 제3자를 섭외해 노사 의견을 듣고 타협점을 찾도록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제52조)에 규정된 제도이다.
 
김 의료원장은 2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노동청에서 빨리 중재를 해 달라. 노동청에서 우리도 부르고 노조도 불러 함께 모여서 이야기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3자가 모여 의논하자는 입장이고 저도 좋게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김태년 의료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병원 측의 입장을 밝힌 것은 해고노동자들이 고공농성에 들어간 지 33일 만에 처음이다. 병원 측은 그동안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언론과의 접촉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김 의료원장은 "사적조정에서 결정된 것은 그대로 따르기로 하고 이의를 달지 말자"며 "(하지만) 기간은 얼마나 할 것인지, 비용은 어느 정도 드는지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데 법적 규정이 없어 염려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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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언 해고노동자 송영숙씨와 박문진씨가 33일째 고공농성을 벌이는 가운데 2일 오후 두 손을 들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 조정훈

  
그러면서 "방법은 안 알려주고 의료원장 결단으로 하라고 하는데 제가 그냥 결정해서 하면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한다"며 "원직복직을 시키면 그동안의 체불임금을 다 주어야 하는데 제가 배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사적조정을 통해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내려오기에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의료원 측은 현재 실무위원회 구성을 위한 안을 내놓은 상태이지만 위원 수를 두고도 노조 측과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의료원 측은 사적조정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조정위원이 노사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고 조정위원의 수를 몇 명으로 할 것인지, 사적조정에 들어갈 비용부담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한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의료원장은 "복직시키려면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미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났다. 우리가 안을 올리고 이사회에서 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특별채용으로 하려고 해도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저분들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노조를 파괴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지난 2006년 6월 파업이 끝난 뒤 당시 대구에 노무관계를 아는 전문가가 없었다"면서 "우리들이 합법적으로 대처해야 하기 때문에 그해 8월 창조컨설팅과 자문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노조를 파괴한 것이 아니라 파업이 끝난 후 뒤늦게 자문을 받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 의료원장은 노조파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서도 "1996년 파업을 거치고 2006년 파업을 하면서 노조원들이 '왜 정치파업을 하느냐'라고 생각해 자발적으로 노조를 탈퇴한 것"이라며 "탈퇴를 종용한 것도 아닌데 사과하라고 하면 어떻게 사과할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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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희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장이 2일 오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영남대의료원을 찾아 김진경 지부장 등을 만나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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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의료원 해고노동자 박문진, 송영숙씨가 2일 오후 국가인권위 대구사무소 직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조정훈

 
한편 지난 1일 부임한 조정희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사무소장은 첫 일정으로 이날 오후 영남의료원을 찾아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문진(58)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과 송영숙(42)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을 면담했다.
 
두 해고노동자는 조 소장에게 씻을 물과 야간에 어둠을 밝힐 수 있도록 전기를 연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또 아직까지 건강에는 이상이 없지만 온도가 오르고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어지럼증을 느끼고 있다고 호소했다.
 
조 소장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병원 측에 물과 전기를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여러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불편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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