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핵 재배치? 미국, "북한에 경제·안보라는 당근 줘야"

소련에 적용한 'ctr', 북핵 협상 실마리 될까?

검토 완료

신나리(dorga17)등록 2019.08.07 13:05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판문점 회동에서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앞에서 대화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 ⓒ 조선중앙통신 ⓒ 조선중앙통신

 
전술핵 재배치를 미국식 북핵 해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의 소리(VOA)>가 지난 7월 30일 북핵 위협에 대응해서 한·미·일 등 아시아국가들과 비전략적 핵 능력을 미국 관리하에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대학(NDU)의 보고서를 보도했다. 곧바로 <조선일보>는 미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했다는 데 의미를 두며 지난 7월 30~31일 이틀에 걸쳐 VOA를 인용한 기사를 보도했다.

앞서 7월 29일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최고위원이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미국과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라며 "만약 미국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즉각적으로 NPT(핵확산금지조약)를 탈퇴하고 자강할 수 있도록 핵무기 개발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상황이었다.
 

전술핵 재배치 촉구하는 조경태 조경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술핵 재배치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전술핵이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등 소위 핵 전력의 3요소(Nuclear Traid)를 통해 사용되는 전략핵무기와 달리 아군이 위치한 가까운 거리의 전장에서 사용되는 핵무기를 뜻한다. 미국 국방대 보고서와 조 최고위원이 언급한 '전술핵 재배치'는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논리를 바탕에 둔 주장이다. 북한이 핵을 보유한 이상 우리도 핵을 들여 공포의 균형을 맞추자는 것. 결국 조 최고위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리 없다는 것을 전제로 북에 맞서 우리도 핵을 보유하자는 발언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5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일각에서 우리도 전술핵을 재배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라는 질문에 "우리의 현재 정책은 '한반도 비핵화 정책이다. 전술핵 배치는 전혀 검토된 바 없다"라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불가능'이 아닌 '가능성'에 두고 정책을 펼친다는 뜻이다.

북한에 경제적, 안보적 '당근' 줘야

사실 미국에서 지난 6월 24일에 북한의 '비핵화'를 추동하자며 나온 보고서가 있다. 미국의 워싱턴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핵 관련 연구기관인(비정부기구) 핵위협방지구상(NTI·Nuclear Threat Initiative)에서다. NTI는 미국의 샘 넌 전 상원의원과 CNN 설립자인 테드 터너와 전 세계적으로 핵위협을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위해 2001년 창설했다.

조지아주 상원의원을 지낸 샘 넌 전의원은 1991년 리처드 루거 상원의원과 함께 '넌-루거' 법을 발의해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등의 비핵화를 끌어내는 데 이바지했다. 옛 소련의 핵 프로그램 불능화를 지원하기 위해 고안된 '협력적 위협 감축(CTR)'이 '넌-루거' 법의 핵심이다.

NTI는 1990년대 옛 소련 국가들의 비핵화에 적용했던 '협력적 위협 감축(CTR)' 모델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국제사회의 협력하에 북한이 핵 기술을 평화적 목적으로 전환하도록 하면 북한의 비핵화와 안보를 모두 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앞서 구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국이 된 카자흐스탄과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자국 영토에 배치된 핵무기를 갖게 돼 핵보유국이 됐다. 이후 CTR을 통해 '카자흐스탄식 비핵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비핵화를 달성했다. 미국 정부의 재정 지원 아래 핵무기와 전략폭격기 등 핵전력을 러시아로 넘겨 폐기하고 핵 관련 종사자들을 재교육·재배치했다.

NTI 보고서는 "한반도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를 해체하는데 CTR이 창의적인 접근법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비핵화, WMD의 위협에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핵분열 물질을 북한 밖으로 반출하면 미국이 그 대가로 무기화할 수 없는 저농축 연료를 제공하는 것도 방안이다.

북한의 확실한 비핵화 조치와 CTR 전략에 따른 대북지원을 북미가 주고받는다면 북한의 비핵화에 CTR이 충분한 '당근'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북한의) 경제발전이기에 핵 폐기를 대가로 북한이 정치적·경제적·안보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북한에도 괜찮은 해법이지 않겠냐는 게 CTR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또 미국 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에 CTR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비핵화의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된다는 가정하에 'CTR'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다만, 국내 전문가들은 구소련에 적용했던 CTR을 북미 비핵화에 그대로 적용하기보다 '영변의 비핵화'에 한정해 실행해볼 수 있다고 봤다. 북핵 문제 전문가인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조교수는 "CTR은 분명 좋은 당근책이다. 북한 비핵화 전반에 CTR을 적용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 영변의 불능화, 영변의 비핵화에는 CTR을 고려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자신의 임기 내에 성과를 내려면, 북한 전반의 비핵화보다는 먼저 영변 하나에 집중해 비핵화하는 게 성과일 수 있다. 영변은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핵심이니 CTR을 통해 불능화 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에게도)충분한 성과가 된다. 북미 모두에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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