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앤장 변호사 만난 대법원장, 강제동원 판결 대법관 뒷담화

[사법농단-양승태 21차 공판] 한상호 "임종헌이 '전합 회부' 말해... 양승태 결심 있다 생각"

등록 2019.08.08 11:49수정 2019.08.0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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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오전 속행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대법원장이었나, 김앤장 자문위원이었나.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21차 공판에서 한상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양 전 대법원장 현직 시절 15번 만났고, 수 차례 자신들이 맡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징용) 손해배상청구소송 이야기를 나눴다고 증언했다. 김앤장은 고객인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하도록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다루길 바랐다.

2012년 5월 24일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기존 판결을 깨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가 일본 전범기업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김앤장은 이틀 뒤 대책회의를 열었고,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한상호 변호사가 움직였다.

"양승태, 전원합의체 회부에 공감 표시"

그는 2013년 3월 한 식당에서 당시 양 대법원장과 식사하며 강제동원 사건 얘기를 꺼냈다. 양 대법원장은 "김능환 대법관이 귀띔도 안 해줬다"며 불만 섞인 반응을 보였다. 강제동원 판결이 선례에 어긋나고 이로 인해 한일관계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유였다.

한 변호사는 7일 법정에서 "그렇게 중요한 사안 같으면 전원합의체에서 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당시 양 대법원장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대법관 13명이 참여, 기존 판례를 변경할 수 있는 전원합의체의 재판장은 대법원장이다. 양 대법원장은 자신이 일제 강제동원사건 재판을 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을 표시한 것이다.

2015년 5월, 한 변호사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의 전화를 받았다. 임 실장은 그에게 '강제동원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시키기로 했다'고 전했다. 
 
검찰  : 기조실장으로, 재판과 관련 없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강제징용 재상고사건을 논의 끝에 전원합의체 회부하기로 했다'고 말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결심이 있었다고 생각했나.

한상호 변호사 : 전원합의체 말씀을 한 건 어느 정도 감안됐다고 생각했다.
 
한 변호사는 또 사건처리 방향까지는 몰라도, 전원합의체 회부가 결정됐다면 주심 김용덕 대법관과 양승태 대법원장이 논의한 결과라고 추측했다고 말했다. 이후 임 전 차장은 외교부 의견서 제출을 촉구하는 서류를 보내달라고 연락했고, 한 변호사는 양 대법원장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다.

두 사람의 일제 강제동원사건 관련 대화는 대법원 안팎에서 이뤄졌다. 법원은 사건관계자와 판사가 법정 밖에서 직접 접촉하는 일은 원칙상 금지하고 있다. 재판 진행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서울중앙지법만해도 판사 사무실 앞에는 변호사, 검사 등 사건관계자들이 재판부와 만나야 한다면 미리 전화로 문의하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런데 당시 양 대법원장과 한 변호사는 수차례 만나 사건 얘기를 했다. 사실상 재판장과 피고쪽 법률대리인이 만난 셈이다.

법정 밖에서 이뤄진 '은밀한' 대화

한 변호사도 이 점을 의식한 듯 재판 때문에 일부러 만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적인 자리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사건에) 관심이 있으신지 물어보고, 말씀드리는 그런 정도였다"는 얘기였다. 또 처음 일제 강제동원 재판 얘기를 꺼낸 2013년 3월 만남은 여럿이 함께 한 자리라 "취미랑 뉴스 이야기 등을 길게 했고, 이 사건 관련해서는 짧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법관 사이 합의나 재판 결과를 알려주는 것은 금지됐는데, 증인이 그걸 물어본 것 자체가 좀 생뚱맞다, 당연히 몰라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 변호사는 웃으며 "제 경험상 소부 판결도 때론 전합에서 논의하는 걸 봤기 때문에 혹시 그렇지 않은가 궁금해서 여쭸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전원합의체 회부 문제를 자세히 물어봤다면 "양 전 대법원장님이랑 제가 자유롭게 못 만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당시 양 대법원장이 15번 만나는 동안 법원행정처와 외교부, 청와대는 긴밀하게 움직이며 일제 강제동원사건 처리를 논의했고 결국 2013년 8월 9일 대법원에 접수된 재판은 2018년 10월 30일에야 결론이 나왔다. 원고 4명 가운데 3명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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