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후변화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세대"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기관 인터뷰①]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등록 2019.08.09 15:34수정 2019.08.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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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기관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2019년에도 공간 '엮다'에서 NPO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활동을 하는 개인/단체들을 소개합니다. [기자 말]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난 지속청년네트워크 구성원들 ⓒ 서울시NPO지원센터


다가올 기후변화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지난 6월 <뉴욕타임스>는 기후변화에 대해 부모들이 갖춰야 할 대화기술과 행동지침을 소개했습니다. '자연과 연결감을 키우는 활동을 하라, 환경을 향한 두려움을 애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조언이 흥미로웠습니다.

"기후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어떤 계획을 실천하고 있는지 '반드시' 대답해야 한다." 

기사의 핵심은 바로 마지막 문장이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미래세대에게 대답할 의무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청년들은 N포세대로 불리며 사회 이모저모에 무관심하고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습니다. 이에 반기를 든 이들이 있습니다. 우리 청년이야말로 기후변화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에 더 크게 목소리를 내겠다는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선배세대에게는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고, 미래세대에게는 준비된 대답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9일,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에서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정주원 대표를 만나 들은 이야기를 전합니다.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는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나요?
"2018년 4월,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 저희 네트워크의 공동대표인 김보림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정책스터디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같은 관심사를 두고 각자가 외롭게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더라고요. '지속가능성'은 개인이 접근하기에는 조금 어려운 주제이기도 한데, 함께 머리를 맞대면 활동을 조금 더 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페이스북


- 정주원 대표님은 어떤 계기로 '지속가능성'에 관심을 갖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고등학생일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어요. 사고 이후 언론사들이 내놓은 기사는 청소년이었던 제 시선으로 잘 납득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한국 원전은 어떻게 관리되어야할지 전략이나 대책은 부재한 채, 오직 원전 안전성만을 과하게 포장하며 국민들의 우려를 잠재우려 했거든요. 그 때부터 '에너지'에 관심이 커졌고, 자연스레 대학 전공도 융합에너지신소재공학과를 선택했어요. 교과서 너머에 있는 현장소식이 궁금하여 환경동아리 활동을 병행하기도 했고,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를 드나들기도 했습니다."

-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큰 영향을 주었군요. 그렇다면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는 에너지와 관련하여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나요?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는 기후변화, 에너지민주주의, 기후행동에 대한 청년세대 목소리를 모으는 플랫폼을 지향해요. 모아진 청년들의 의견을 사회로 전달하고(제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 대한 청년입장 수립), 기후변화와 청년아젠다를 공론화하고 확산시키는 일을 하지요. 예를 들면 '지속가능청년네트워킹데이' 라는 것도 하고요."
 

2018년에 열렸던 네트워킹데이 포스터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페이스북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킹데이'라니 흥미로운데요?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청년들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게 '지속가능청년네트워킹데이'인데요. 이런 저런 가벼운 시도들을 많이 해봤어요. 이를테면 '반(反)지속가능성 기업 월드컵', 그러니까 우리 환경과 에너지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을 꼽아보는 워크숍같은 거에요. 말랑한 활동들이 대화의 물꼬를 틔어주었죠. '지속가능성'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고민들을 자연스레 꺼낼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도 서로에게 마이크를 잡을 기회를 만들어 준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구성원 모두 어느 한 분야만큼은 전문성을 품고 있었는데, 적당한 무대와 동료가 없었을 뿐이었거든요. 마침 '네트워킹데이'가 그런 부분을 채워주었고요. 서로가 서로를 빛내주는 과정에서 신뢰의 토대가 단단해졌어요. 덕분에 6명의 뿌리멤버가 의기투합했고 비로소 단체로서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답니다."


-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성은 사실 이를 다루는 단체들도 많이 있는데요. 특별히 '청년'들의 목소리를 주목하고 이를 모아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 청년은 기후변화를 바꿀 수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기후위기라는 무거운 짐을 온전히 떠안게 될 첫 세대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관련 세미나, 포럼, 혹은 정책회의에 참석할 때에는 십중팔구 듣는 자리에 앉게 됩니다.

'왜 우리는 늘 듣기만 하는 입장이어야 하는가?' 라는 답답함이 있었어요. 에너지정책을 현 시점에서 결정하는 사람들은 이제 은퇴 후 일선에서 물러날 것이고, 그렇다면 책임을 오롯이 떠안는 것은 우리일 텐데요. 당연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마냥 듣기만하다가는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잃는 것 아닌가 하는 위기감마저 들었습니다."

- 청년들은 사실 '먹고사니즘'만을 해결하기에도 버겁고 바쁜 일상을 살고 있습니다. 지속가능성은 한 개인이 실현하기에 너무 멀리 있는 것 같기도, 또 내 일상을 단절해야만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속가능성이 현실에 닿아있는 진짜 내 문제임을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모든 일상을 내려놓고 현장에만 있을 순 없어요. 그렇다면 '현실이 현장이 되는 방법을 고민해보자'라는 것이죠. 내가 속한 학교, 회사, 단체를 현장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오늘 내 집에서, 내 동네에서, 혹은 내가 탄 지하철 안에서 무엇이 바뀔 수 있을까? 이를 고민하는 일 자체가 지속가능성을 위한 활동이 될 수 있어요.

다음은 무엇이든 직접 '실천' 해보는 겁니다. '기후변화' 자체는 구조적인 이슈이지만, '일상에서의 실천'은 직관적인 행동이거든요. 이를테면 시장에서 장 볼 때 '비닐봉지 주지 마세요.'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곧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것인데요. 이런 작은 일에도 반드시 어려움이 따라요. 비록 실패하더라도 직접 해보아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죠. 세계 각국에서 비상조치선언을 하고 있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해'라며 손 놓고 있는 것은 어떻게 보면 무책임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요."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지속가능성청년네트워크'는 앞으로 모든 행사에 제로웨이스트와 채식을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단체 차원에서 '작은 시도'를 새롭게 시작한 것이다. 소수의 구성원이 행사를 주최할 때에 위 원칙들은 사실 번거로운 작업을 수반한다. 채식메뉴를 고민해야하고, 다과준비도 시간을 쏟아야하며, 참석자에게 일일이 공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주최 측의 수고로움을 통해 단 한 명의 참가자라도 새로운 지속가능성 실천을 경험해보고 영감을 얻는다면 그 자체로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 센터의 협업공간이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에게는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첫째는, 다른 입주단체들의 존재에요. 함께 부대끼며 공간을 사용하다보니 어깨너머로 활동방식을 배우기도 하고 서로 응원을 나누기도 했어요. 특히 '정치하는 엄마들'은 우리 조직과 비슷한 행보를 거치고 있는데요, 우리가 따라갈 수 있는 길이 분명히 있다는 생각을 하며 위로 받았던 적이 많아요. "아, 저기도 우리와 같은 고민을 거쳐서 오늘날 '정치하는 엄마들'이 된 것이구나. 언젠가는 우리도 튼튼하고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겠다." 하고 말이죠.

둘째는, 비영리단체의 체계와 조직방향성인데요. 이건 곧 도움을 받을 예정입니다.(웃음) 구성원 모두가 낮에는 본업을 따로 하다보니까 공간을 주로 밤에 사용하는 편이에요. 센터에 입주할 때 목표가 비영리 단체들의 체계나 시각, 조직방향성을 알아보는 것이었는데요, 우리가 오면 다들 퇴근 준비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웃음) 곧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다른 비영리단체들을 본격적으로 만나볼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비로소 내 집이 생겼다는 안정감같은게 있어요. 그 간 뿌리가 없는채로 이 곳 저곳을 전전하며 활동을 이어 붙여왔어요. 센터 입주 후에는 '우리 단체에 드디어 기준점이 생겼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밤이나 공휴일 같이 센터를 이용하지 못하는 날에도 결국 센터 근처로 모이게 되더라고요."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가 앞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어떤 행보를 펼쳐보일지 기대됩니다. 
"지난 4월, 저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이하 3차 에기본) 워킹그룹 권고안'에 대한 청년 권고안을 발표했습니다. 3차 에기본은 앞으로 20년 동안 국가에너지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계획안인데, 청년들의 입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아 아쉬움이 컸어요. 청년권고안 발표가 비록 큰 주목을 끈 것은 아니지만 권고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단체의 방향성이 또렷해졌다는 느낌이 강하게 왔습니다.

이번에는 '2050저탄소 발전전략에 대한 청년대안시나리오'를 작업할 계획이에요. 덧붙이자면, '2050저탄소 발전전략'은 국가가 주도하여 2021년부터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상하고 계획을 수립하여 전략을 도출하는 것입니다. 전문가 집단이 현장으로 실행방안을 내려주는 방식인데, 우리는 위에서부터 아래로가 아닌, 아래에서부터 위로 계획을 제안하고자 해요. 에너지문제를 중앙에서 전문가들끼리 결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의견을 제출하는, 진정한 에너지 민주주의를 실현해보자는 시도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비록 데이터나 통계, 산업지형도는 모르지만 현장에서 취약한 계층을 보아왔고 또 그 목소리를 들어왔어요. 우리가 지키고 싶은 최소한의 권리를 규범으로 연결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고자 해요. 이로부터 2050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상상해보는, 우리가 2050년에는 더 나은 환경조건에서 살 수 있을지 희망을 더듬어 찾아보는 시도가 될 것 같습니다."

'2050저탄소 발전전략'은 환경부가 주관한다. 파리협정에 따라 2020년까지 국제사회에 제출할 국가전략으로 총괄, 전환, 산업, 수송·건물, 농축수산·산림·폐기물, 청년 등 6개 분과 관계자가 참여하는 포럼을 통해서 협의한다.
 

지난 4월에 있었던 제3차에너지기본계획 공청회에서 청년 선언을 발표했다 ⓒ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페이스북


- 활동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도 있을 것 같은데요.
"대학에서 연구에만 몰입했다면 일직선으로 이어진 진로를 따라갔겠지요. 하지만 현장을 경험하고, 또 당사자 목소리를 들으면서 진로에 대한 선택지가 확장되었어요. 내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더 넓게 펼쳐놓고, 더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생각하고 있고요. 제 미래를 구체적으로 상상해볼 수 있는 지도가 생겼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또 우리 단체에게 기꺼이 고민을 털어놓는 감사한 분들을 점점 더 많이 만나게 됩니다. 그 분들을 위해 무대를 세우고 그 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면서 얻는 기쁨,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결의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또 하나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김가현 로컬문화기획자입니다. 박수연 서울시NPO지원센터 소통협력팀 매니저가 인터뷰 지원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지속가능청년네트워크 #에너지 #기후변화 #제로웨이스트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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